▲ 이병섭 인제대 교수.

우연히 식사하러 갔다가 옆 자리에서 흘러나온 소리에 귀가 쏠렸다. 문재인 정부 인사청문회 이야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의 문제가 있는 인사는 고위공직자로 임명하지 않겠다는 5대 인사원칙을 내세웠다.

이낙연 총리를 필두로 문재인 정부에 필요한 인물들의 인사청문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여러 후보자들이 5대 인사원칙에 위배되는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먼저 야당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청문과정에서 위장전입 문제 등 의혹들을 제기하면서 공직자 인사 5대 원칙을 어긴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여당은 5대 원칙을 보완하는 구체적인 인사원칙에 합의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야당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정치적 타협을 통해 총리 인준동의절차는 진행됐다. 다른 정부관료 후보자들의 인사 청문과정에서는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게 야당들의 입장이었다.

법에는 원칙이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을 죽이면 살인죄가 적용된다. 그러나 살인이라는 행위가 있었음에도 살인죄가 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정당방위와 같은 조건은 살인이라는 범죄행위가 면책되는 조건이다.

이번 청문과정에서 야당은 원칙만을 주장하고, 구체적인 적용과정을 무시했다.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원칙을 어겼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과정에서의 검증은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의혹제기에만 머물러 있는 경우들도 더러있었다.

공직자 청문은 주로 본인의 도덕성과 능력을 놓고 진행되지만, 가족 등 주변과 관련해 부적절한 부분을 문제 삼기도 한다. 후보자가 주변의 부적절한 문제에 직접 관여했는가를 검증하는 게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과 연관된다. 후보자나 주변의 부적절한 행위에 의혹만 제기하고 해명을 듣지 않는 행태를 보면 인사청문회가 인사 검증보다는 정치공방의 장이 된 것 같다.

여야가 뒤바뀐 상황에서 보여주는 인사청문의 모습을 보는 시민들의 평가를 직접적으로 조사한 자료는 없다. 다만 80%를 넘던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70% 후반대로 추락한 것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하다 유보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시민들의 수가 늘어난 것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식사하러 갔더니 옆 자리에서 인사청문회 평가가 들려왔다. 주된 내용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이었다. 지난 10여 년간 더불어민주당이 보였던 인사청문과정에서의 엄격함이 후보자 감싸기로 바뀐 행태를 꾸짖는 당연한 질책이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이러한 후보자를 내세우는 대통령을 뽑은 젊은 놈들을 하루 한 끼도 먹고 살기 힘든 먼 외국에 보내 고생시켜야 정신을 차린다는 발언에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부르고 힘들어하는 젊은이들도 많은데….

다행히 말 안 듣는 사람은 전부 북한으로 보내야 한다는 주장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덧붙여 취업하기 힘든 젊은이들을 향한 우스갯소리 조언까지 흘러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취업시켜 달라고 청탁하라고….

특정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민주화했는데, 지금의 정부가 민주주의 국가를 망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기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민주주의를 해치고 있다는 말이나 특정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가져왔다는 주장 모두 동의하기 힘들었고,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사회적 갈등은 언제나 존재한다. 이러한 갈등을 인정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인정하고 문제를 숙의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생트집이나 일방적 주장은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들 중에서 누가 생트집이나 일방적 주장을 통해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자신만이 심사숙고하고 있고, 자신과 다른 사람은 배척하고 있다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하지만 국민에게서 권력이 나온다는 민주주의의 본질이 다시 생각나는 식사자리였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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