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호고 학생회 간부들이 '작은 소녀상' 건립 홍보 피켓과 모금함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전국 운동 영향 받아 캠페인 추진
학생회 주도로 기획·모금 진행해
총 69만 원 모아 조만간 만들기로




김해임호고(교장 심재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기획, 모금 운동을 진행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기리는 '작은 소녀상'을 학교에 세우기로 했다. 김해의 학교에 소녀상이 세워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다른 학교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눈길을 끈다.
 
처음 소녀상을 세우자는 생각을 한 학생은 학생회 김보현(18) 회장이었다. 그는 지난 4월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서울 이화여고의 '작은 소녀상' 세우기 운동 소식을 알게 됐다. 이화여고는 '전국 고교 100곳에 작은 소녀상 100개를 세우자'는 목표를 내걸고 지난해 5월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전국 60여 개 학교에 '작은 소녀상'이 세워졌다. '작은 소녀상'은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과 같은 모양이다. 소녀의 어깨에 작은 새가 앉아 있는 형상이다. 크기는 가로·세로 각 30㎝, 높이 40㎝다.

김 회장은 "수업시간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영상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는 일본에도 화가 났다. 안타깝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던 중 학생들이 힘을 모으면 소녀상을 세울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꼭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학생회 단체채팅방에 '작은 소녀상' 건립 제안건을 올렸다. 학생회 간부 13명 모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작은 소녀상' 건립은 학생회 회의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됐다. 간부들은 모두 소녀상 건립에 찬성했다. 학생회는 전교생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어떻게 홍보를 할지, 건립 기금은 어떤 방식으로 모을지를 논의했다.
 
학생회는 회의 이후 학생회 담당인 김희준 교사와 상의했다. 그도 제안에 찬성했다. 김 교사는 "교사회의에서 학생회가 내놓은 소녀상 건립 이야기를 꺼냈다. 교사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게 대견했다"고 말했다.
 

▲ '작은 소녀상' 모습.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소녀상 건립을 추진했지만, 학교에서 반대해 건립이 무산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소녀상 건립을 반대하는 학교도 있었다고 해서 조금 걱정했다. 교사들의 반응이 좋아 큰 힘이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들은 지난 4~5월 중간고사를 치른 뒤 본격적으로 홍보와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김 회장은 이화여고 역사동아리 교사에게 연락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 한일위안부협정을 정리한 자료를 받았다. 임호고 역사동아리 학생들은 자료를 이해하기 편하도록 피켓으로 만들었다.
 
학생회 간부 13명은 두 팀으로 나눠 아침 자습시간에 각 교실을 돌았다. 이들은 "전국 고교에서 벌어지는 '작은 소녀상' 100개 만들기 운동에 우리 학교도 참여하게 됐다. 역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잘못된 위안부 협상에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많은 학생들이 1000원씩이라도 기부해서 뜻 깊은 소녀상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학생회 간부들은 점심시간에는 피켓과 부스를 설치해 모금을 했다. '일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 1억인 서명 운동'에도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배병철(18) 3학년 부회장은 "고교생이어서 사회적 문제보다는 공부에만 전념했다. 소녀상이나 위안부 문제를 정확하게 몰랐다. 소녀상 건립 운동을 하면서 한일위안부협정을 자세히 알게 됐다"고 밝혔다.
 
행사 둘째 날부터 학생들이 모금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김진명(17) 2학년 부회장은 "학교의 '빵 자판기'에서 파는 빵이 1000원이다. 학생들에게는 1000원도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런데도 다들 주저하지 않고 성금을 냈다. 1만 원을 내는 학생도 있어 놀라기도 했다. 학생들이 위안부 문제에 깊이 공감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참여하길 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학생회 간부들은 교사들에게도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김 회장은 "각 학년 교무실, 전체 교무실, 교장실을 2~3번씩 돌았다. 교사들이 모두 기꺼이 성금을 내줬다"며 즐거워했다.
 
학생회는 일주일 만에 '작은 소녀상' 제작에 필요한 목표액 60만 원을 훌쩍 넘겨 69만 원을 모았다. 60만 원은 소녀상 제작에, 초과 달성액 9만 원은 '정의기억재단'에 후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곧 임호고 모표가 새겨진 전국 65번째 '작은 소녀상'이 임호고에 세워질 예정이다.
 
심재일 교장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역사를 기억하고 바른 역사를 만들어 가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데에 박수를 보낸다. 모든 학생과 교사가 참여한 소녀상 건립이 좋은 역사 교육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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