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가 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동서터널은 분성산을 관통해 구산동과 삼방동을 잇는다. 사진은 동서터널 진입부 예정지인 구산육거리 인근.



분성산 뚫어 북부~삼방동 연결
시, 16일 용역보고회서 결론 못내
보상비·건설보조금 만만찮아
취소하면 수십억 물어줘야 할판




김해시가 시내 교통 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동서터널 재추진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사업을 추진하자니 최초 계획보다 증가한 토지보상비와 건설보조금 부담이 크고, 사업을 백지화하자니 민자사업자에게 최고 수십 억 원을 물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해시는 지난 16일 시장실에서 경남발전연구원의 '동서터널 수요 예측 및 적격성 재조사 용역' 결과 최종보고회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 명칭은 최종보고회였지만, 최종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동서터널 추진 여부를 결론짓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역 결과를 보고받은 허성곤 시장이 "재무적 검토가 부족하다"면서 터널 이용 수요, 요금 탄력도 등을 추가 보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서터널은 분성산에 터널을 뚫어 북부동과 삼방동을 연결해 시내 교통량을 분산시키자는 취지에서 2008년부터 추진했던 사업이다. 2008년 삼호가 주관사로 참여해 ㈜동서터널을 설립하고 시와 협상을 시작했다. 이후 삼호가 워크아웃을 겪으면서 2010년 시와 재협약을 체결했다. 지금은 대림산업(54%), 삼호(25%), 대저건설(20%), 대평원건설(1%)로 컨소시엄이 구성돼 있다. 
 
동서터널 사업은 경제성 논란에 덧붙여 김해부산경전철 건설에 따른 재정 부담, 시장 교체 등의 이유가 겹치면서 2010년 잠정 중단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동서터널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운 허 시장이 당선됐다. 그는 지난해 10월 경남발전연구원에 타당성 분석 용역을 맡겼다.
 
허 시장이 이날 최종보고회에서 사업성을 강조하며 용역결과 보완을 지시한 것은 시의 재정 부담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동서터널은 BTO(Build-Transfer-Operate) 방식으로 진행되는 민자사업이다. 민간이 기간시설을 건설한 뒤 소유권만 지자체로 넘기고, 일정 기간 동안 운영해 이용료로 수익을 얻는 투자방식이다.
 
2010년 시가 민간사업자와 맺은 실시협약에서는 30년 간 사업자의 터널운영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당시 제시된 통행료는 650원이었다. 시는 실시협약에서 민자사업자가 투자위험을 감수하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토지보상비 외에 건설보조금 170억 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시의 고민은 사업 초기 부담해야 할 토지보상비와 건설보조금이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2010년 당시보다 지가상승 등으로 토지보상비 부담은 커졌다. 반면 예정지 인근 도로망 확대와 함께 통행 예측 수요는 2010년 당시보다 오히려 5~1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BTO 방식은 사업자 입장에서 투자금 회수를 위한 수요 예측이 중요하다. 예측 수요가 줄어들었다면 사업자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더 많은 건설보조금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여기다 최근 터널 내 안전 등이 강조되면서 터널 공사비도 2010년보다 적잖이 증가했다.
 
결국 2010년 당시 시가 민간사업자에게 약속한 수익률 5.61%를 보장하기 위해선 증가한 건설비와 감소한 수요만큼의 적자분을 사업초기에 보전해 줄 수밖에 없다.
 
아직 시내 도로 중에서 민자사업으로 추진한 유료도로는 없다. 유료도로의 사업성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정 수익을 보장해줘야 하는 BTO 방식 구조상 사업 초기 막대한 재정부담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의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시가 막대한 재정 적자를 부담하고 있는 부산김해경전철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수요예측 등 사업성 분석에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다.
 
시는 더 구체적인 수요 분석 등을 통해 용역 결과를 보완한 뒤 내부 검토를 거쳐 시행사와 협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시 도로과 관계자는 "동서터널은 시의 숙원사업이다. 사업을 잠정중단한 이후에도 민간사업자와 여러 차례 협의했다. 2010년 이후 사업환경이 많이 바뀌어 '한다', '안 한다'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사업 추진 여부는 민간사업자와의 협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사업자 측도 시에서 사업 재개 협상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삼호 관계자는 "시가 협상을 제안하면 바로 협의를 진행할 생각이다. 2010년 실시협약 체결 후 상당 기간이 지나 쌍방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시와의 민간사업자 협상 창구는 사업을 처음 주관한 삼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삼호의 경영난으로 불가피하게 지분 조정이 이뤄지긴 했지만, 이후 삼호가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경영을 정상화했기 때문이다. 삼호는 여전히 동서터널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서터널은 2010년 체결된 협약에서 보상비와 건설비 등 744억 원을 들여 분성산에 터널을 뚫어 북부동~삼방동 인제대 인근을 연결하는 길이 3.12㎞의 2개 차로 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7년 동안 사업이 중단되는 바람에 당초 예상했던 사업비는 큰 폭으로 늘 수밖에 없다. 협상도 단시간에 마무리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삼호 관계자는 "협약을 체결하고 벌써 7년이 지난 만큼 토지 보상비, 공사비 등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협상을 시작하면 협약 내용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시가 사업을 백지화하기도 쉽지 않다.

민간사업자와 양해각서만 체결한 비음산터널 사업과 달리 동서터널의 경우 실시협약까지 체결했기 때문이다. 시가 사업을 백지화할 경우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금을 물어줘야 하는데, 금액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호 관계자는 "2010년 당시 전체구간 실시설계를 진행했다. 실시설계 이전 조사작업과 비용 등을 감안하면 시가 계약을 해지했을 때 민간사업자가 청구할 금액은 수억 원 수준을 넘어선다. 정확한 비용을 취합해 봐야 알 수 있지만 수십억 원 대에 이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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