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중소벤처기업협회 21일 14쌍 행사 치러줘
2박3일신혼여행권, 각종 신혼영품 선물도 전달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 입은 신랑, 신부 네 쌍이 차례로 식장에 들어왔다. 주말이 아니라 평일 낮에 열린 특별한 결혼식이었다. 신부들의 가족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에게 쏟아진 박수와 응원은 여는 결혼식보다 힘차고 뜨거웠다. 부부들의 얼굴은 어떤 결혼식의 주인공보다 밝았다.
 
김해중소벤처기업협회(GEA·회장 오명규)는 지난 21일 오전 11시 내동 월드메르시앙웨딩홀에서 김해지역 다문화가정 부부 세 쌍과 새터민부부 한 쌍을 위한 결혼식을 열었다. 이날 합동결혼식에는 결혼식을 치르는 부부의 친척·지인 들뿐만 아니라 GEA 회원사 대표, 지역 각 기관의 임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 지난 21일 김해 내동 월드메르시앙웨딩홀에서 김해지역 다문화가정 부부 세 쌍과 새터민부부 한 쌍을 위한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결혼식을 주최한 GEA는 지역의 내로라하는 큰 기업 대표들이 모인 단체는 아니다. 내실 있는 150여 중소기업 CEO들이 모여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단체다. GEA는 2015년부터 해마다 합동결혼식을 주최해 다문화·새터민 부부 14쌍에게 이루지 못했던 꿈을 실현할 기회를 줬다. 
 
주례를 맡은 김정길 GEA 고문은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한 편견과 장벽에 힘든 경우도 겪었을 것이다. 앞으로 변함없이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사랑이 충만한 가정을 이어가길 바란다. 여러분 가정이 든든한 사회의 토대가 되고, 자녀들도 사회의 희망이 된다"고 격려했다.
 
이날 주인공들은 대부분 늦깎이 신랑·신부였다. 초등학생 딸을 둔 박종만(48), 박유리(31·베트남 이름 흰배남) 부부는 10년 전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치렀다. 사는 데 바빠 국내에서는 결혼식을 하지 못했다. 최근 박유리 씨가 GEA 지원 합동결혼식을 알게 돼 신청했다.

박 씨는 "형편이 어려워 식을 치르지 못했다. 남편을 이해해 섭섭하지는 않았다. GEA 덕분에 결혼식 기회가 얻어 기분이 참 좋다. 너무 감사한다"고 말했다.
 
탈북한 뒤 9년 전 한국에서 신랑 최진욱(46) 씨를 만난 고미화(45) 씨는 "비용이 많이 들어 결혼식 엄두도 못 냈다. 가족여행도 한 번 제대로 다녀온 적이 없다. 딸이 있는데 결혼식 사진이 없어 늘 미안했다. 늦었지만 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결혼하는 모습을 보여줘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젠 아이에게 나중에 커서 근사한 결혼식도 하고 행복하게 사진도 찍으라고 말할 수 있다. 아이도 결혼식과 가족여행 기대로 사흘 전부터 잠을 못 잤다"며 웃었다.
 
GEA는 회원들과 지역협력사의 협조를 얻어 마련한 2박3일 제주도 신혼여행권과 전자렌지, 전기밥솥, 명품한복, 양모이불, 선풍기, 브랜드 운동화 등 신혼용품을 부부 4쌍에게 선물했다. 전달식은 결혼식에 앞서 지난 17일 GEA 협회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오명규 GEA 회장은 "지역사회에서 기업인들이 뭔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김해에서 많은 외국인들이 일손의 공백을 메우며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들이 서둘러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의미가 있다. 그들이 합동결혼식으로 행복해 하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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