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는 이주민의 도시다. 외국인 밀집 지역인 동상동과 서상동은 '경남의 이태원'이라는 수식어가 생겼을 만큼 이주민들로 북적인다. 김해 일번지로 불렸던 이곳은 신도시 개발, 대형마트 입점 영향으로 급격하게 쇠퇴일로를 걷고 있다. <김해뉴스>는 세계 관광지로 이름난 외국인거리를 둘러보며 '그들만의 거리'로 전락한 김해 외국인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본다.

 

▲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식당과 주점, 카페가 밀집해 있어 유동인구가 많다.




1960년부터 외국인 집단 거주지로 발전
서울시, 이태원동~한남2동 관광특구 지정
해외관광객 증가하며 여행명소로 발돋움

식당 밀집한 음식거리서 이국문화 체험
베트남 퀴논거리, 앤틱가구거리 이색적
“방문객 다시 찾게 긍정 이미지 제고 노력”





우리나라 외국인거리의 대표격인 이태원은 서울 용산구에 있는 이태원동 일대를 일컫는다. 서울지하철 6호선을 탄 후 이태원역에 내리면 국제허브공항에 도착한 듯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지도를 들고 길을 헤매는 파란색 눈의 여행자부터 제 집 안방인 듯 익숙하게 지하철을 이용하는 흑인까지 이채로운 풍경이 다가온다.
 
이태원이란 지명의 유래는 다양하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귀화한 일본인들이 거주했다고 해 이타인(異他人) 또는 이태원(異胎院)이라고 불렸다. 조선 초기에는 이태원(李泰院)이라고 표기했다. 도성 남쪽에 위치한 공무여행객의 숙박시설이라는 뜻이다. 지금의 지명은 조선 효종 때 만들어졌다. 마을에 배나무가 많다고 하여 이태원(梨泰院)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용산구 일대에는 조선시대 때부터 군사시설이 많았다. 일제강점기에는 군용지로 책정돼 일본군사령부가 주둔했다. 사격장이 지어지며 군사지역의 색채가 한층 짙어졌다. 이태원에는 해방 후 한국전쟁을 치른 미군들을 위한 주점, 가게, 기지촌이 생겨나 위락지대가 형성됐다. 1960년부터 외국공관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군인아파트가 건설돼 외국인 집단거주지가 만들어졌다. 1980년대에는 서울에서 각종 국제회의가 열려 이태원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쇼핑관광명소로 이름난 이태원은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일본, 중국, 동남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중동지역 관광객까지 증가하면서 세계인의 거리가 됐다.
 

▲ '여행자 천국'인 이태원거리는 외국인과 한국인들로 늘 붐빈다.

서울시는 용산구 이태원1동~한남2동의 38만 3292㎡ 지역을 관광특구로 지정해 문화행사와 각종 사업을 유치했다. 그 결과 연간 국내외 관광객 164만 명이 이태원을 방문해 연간 약 8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주고 있다.
 
지하철 이태원역 출구에서 나가면 다양한 언어로 표기된 간판들이 눈앞에 쏟아진다. 여행객과 이주민, 원주민이 한데 섞여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이태원 관광특구는 세계음식거리와 앤틱가구거리 등 특색 있는 거리들로 조성돼 관광객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호주에서 왔다는 잭 스미드 씨는 "이태원은 한국에서 유명한 외국인 관광지다. 여행객이 많아 다양한 관광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한국인 식당에서 영어를 써도 의사소통이 쉬워 편리하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에서 한국에 온 지 4개월이 넘었다는 하샤 드샨 씨는 "유학생이어서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외국인 친구가 많아 외롭지 않다. 고향 음식도 이태원에서 쉽게 맛볼 수 있다"며 웃었다.
 
해밀턴호텔 뒤편에 위치한 세계음식거리에는 40여 개국 음식점이 모여 있다. 보도블록에는 친절히 '세계음식거리'라고 표기돼 있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세계음식거리 한 가운데에는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사무실이 있다. 이곳은 외국인들의 쉼터이자 홍보관, 관광안내소 역할을 하고 있다.
 

▲ 베트남 퀴논시와 우호교류 20주년을 기념해 만든 테마거리.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이호성 사무국장은 "관광특구연합회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단체다. 관광특구지역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는 대리인 역할도 맡는다. 매년 가을에 여는 이태원지구촌축제를 주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태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도시이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관광객들이 일회성 방문에 그치지 않고 다시 한 번 더 찾아올 수 있도록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세계음식거리에는 식당과 주점, 카페가 빼곡히 들어차 있어 한 끼 메뉴를 고르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다양한 이국 음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스페인과 중국, 러시아, 베트남, 일본음식점 등이 사방에 분포해 걸음마다 세계 각국을 넘나들 수 있다.
 
건물 사이에 있는 좁은 골목길도 그냥 지나쳐선 안 된다. 찾고자 하는 식당이 숨어있을 지도 모르니 잘 살피면서 걸어야 한다. 가게들은 저마다 차별화된 개성을 외관 인테리어로 표현해 보는 눈을 즐겁게 만든다. 이곳에는 외국인보다 음식을 맛보기 위해 먼 거리를 마다 않고 찾아오는 한국인 관광객이 훨씬 많다. 지저분하고 무서운 이미지였던 옛날 이태원의 모습은 사라지고, 찾아오고 싶은 곳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수제버거 전문점 '고블앤고'의 소유상 대표는 "5년 전부터 상권이 급속도로 발달했다. 외국인보다 내국인 방문객 비율이 훨씬 많다. 여름 휴가철에는 4~5시간 거리의 지역에서도 찾아온다. 메뉴 개발, 홍보 강화 등 상인들의 노력과 이태원 고유의 문화적 특성이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 골동품, 고가구가 한 데 모인 앤틱가구거리.

이태원로 26길은 베트남 퀴논거리다. 용산구는 지난해 베트남 퀴논시와의 우호교류 20주년을 기념해 330m 길이의 베트남 테마거리를 조성했다. 퀴논시도 용산구의 이름을 딴 '용산거리'를 조성했다. 용산구는 이곳에 벽화와 조형물, 정원을 설치해 이태원 보행명소로 홍보하고 있다. 테마거리를 관심 있게 살펴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려는 용산구의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해밀톤호텔 맞은편에 있는 보광로를 걷다 보면 고가구들을 전시판매하는 앤틱가구거리로 들어서게 된다. 이 거리는 1960년대 본국으로 귀환할 준비를 하던 미군들이 사용하던 가구들을 내놓은 데에서 시작했다. 이후 점차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고가구 상인들이 모여 앤틱가구거리로 발전했다. 제작 시기를 짐작하기 힘든 오래된 골동품과 가구, 찻잔, 각종 장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외에도 로데오쇼핑거리, 이슬람거리, 각종 편집샵·카페 등 구경거리로 가득 찬 경리단길까지 이태원에는 볼거리와 즐길 거리,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대구에서 왔다는 김지혜 씨는 "경리단길에서 아기자기한 소품을 구경할 수 있고, 세계음식거리에서 맛있는 음식도 맛볼 수 있다. 밤이 되면 유흥가로 변해 무섭기도 하지만, 서울에 왔다면 꼭 한 번 들러야 할 장소"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용산구 문화체육과 관광시설팀 관계자는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와 머리를 맞대 이태원의 이름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사드 영향으로 중국 관광객이 많이 줄었지만 이태원에 있는 이슬람사원 덕분에 무슬림들이 많이 방문한다. 이들을 위한 할랄 음식점 지도 제작을 고려하고 있다. 앞으로 각국 문화의 특색에 맞는 지도를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해뉴스 /서울=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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