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새해를 맞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버렸습니다. 연초에 독자 여러분들은 어떤 계획을 세우셨나요? 저도 매년 저와 가족의 건강, 행복을 기원하지만 특별히 올해는 '좀 가볍게 살아보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물론 지난 연말 건강검진 때 '살 빼세요!' 하신 의사 선생님의 경고 때문만은 아니고요. 몸과 마음, 살림살이와 일, 인간관계 같은 것들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는 다짐을 한 겁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열심히 사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그만큼 새로운 지식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경제는 불황이라 일자리는 불안하기만 하니까요. 그러니 어쩌면 남들보다 앞서기는커녕 제자리라도 지키려면 늘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안되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유행과 트렌드에 집착하는 현상'이 우리 사회에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버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이렇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종종 의문이 생기곤 합니다. '정말 행복할까?'

그렇다고 제가 행복한 삶의 정답을 알고 있거나 다른 분들보다 더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학자로서 배우는 일과 교수로서 가르쳐주는 일을 업으로 하다 보니 때로는 맡겨진 책임과 의무감 때문에 혹은 명예와 성취에 대한 욕심이 지나쳐서 건강을 해칠 정도로 무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 뿐만 아니라 마음과 영혼의 건강까지도 해치면서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인간답게 좀 살아보려고 책상머리에 '가볍게 살자'는 큼직한 다짐글을 붙여두기도 하고, 주위에 널리 알리면 실천을 잘 할 수 있다기에 여기저기 이야기하고 다니기도 했지요. 그런데도 반 년이 지나고 보니 여전히 '무겁게' 살고 있네요. 생각만큼 빼지 못한 살, 제때 치우지 못해 어지럽게 쌓인 살림살이 위의 먼지, 바빠서 '언제 한 번 봐요' 하고는 지키지 못한 지인들과의 약속, '올해는 이건 꼭 해야지' 하며 신나게 늘어놨지만 아직도 실행하지 못한 버킷리스트 등등. 역시 '작심삼일'이란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닌가 봅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그래도 아직은 반 년이 남았으니 다시 마음을 다잡고 노력해 봐야겠지요?

사실 알고 보니 저처럼 가볍게 살아보려는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무거워진 몸을 가볍게 하려는 몸매 다이어트, 마음의 상처와 욕심을 덜어내려는 '힐링' 열풍에 이어, 최근에는 무거워진 우리의 삶마저 가볍게 하려는 '인생 다이어트'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비우고 단순해지기'를 결심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건데, 이런 생활양식을 두고 '미니멀 라이프'라고 한다는군요.

우리는 그동안 산업화 사회를 살아오면서 물질적 결핍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생산과 소비 활동을 해 왔고, 소비가 경제성장을 위한 미덕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요해진 이 시대에도 구매의 욕구를 억제하는 건 무척 어렵습니다. 경제불황이라서 사람들이 구매를 억제하려고 하면 할수록, 다양한 상품개발과 마케팅 기법이 우리가 필요 이상의 과소비를 하게 만들기도 하죠. 어쩌면 소비 욕구는 우리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탑재된 본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경제가 불황이라지만 그래도 과거 몇백 년 전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풍요로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듯 풍요를 넘어 물건과 서비스, 첨단기술과 정보가 넘쳐나는 과잉의 시대에, 타고난 소비욕망과 이것을 부추기는 상술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오히려 살림살이를 줄이고, 가지고 있던 물건마저 버리면서까지 '결핍을 자처'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오랜 방종 끝에 이제야 인류가 철들기 시작한 걸까요? 미니멀 라이프의 등장배경과 세 가지 얼굴이 궁금하시다면 다음 칼럼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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