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태우 김해뉴스 사장.

올해 대학에 갓 입학한 학생 A가 있습니다. 내성적이었던 A는 초등학교에서 '반 왕따' 상태였습니다. 친구가 많지 않아 등·하교를 늘 혼자 했습니다. 교사들은 그런 A에게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4학년 때 담임교사는 학기말에 A를 보더니 "너 이름이 뭐더라"라고 했습니다.

A는 글을 잘 썼습니다. 글쓰기로 영재교육원에 다니기도 했습니다. 글쓰는 직업을 가진 아버지가 봐도 '잘 쓴다'라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A는 학교에서 열린 각종 글쓰기 대회에서 여러 번 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1등상은 한 번도 받지 못했습니다. 늘 학교 학부모모임 간부 자녀의 차지였습니다. A의 아버지는 매년 발간하는 교지에서 상을 받은 학생들의 글을 읽어 보았습니다. 물론 팔이 안으로 굽겠지만, A의 글보다 나은 글은 없었다는 게 아버지의 생각이었습니다.

A는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공부를 잘 했습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서 학년 1등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학기말 성적표를 보면 순위는 늘 1등에서 먼 자리였습니다. 과제나 수업태도, 발표력 등을 보는 수행평가 점수가 낮았기 때문입니다. 내성적이어서 수업시간에도 조용한 A에게 발표기회를 자주 주는 교사는 없었습니다. 심지어 A가 필기시험에서 1등이나 상위권을 차지한 것을 아는 교사도 드물었습니다. 교사들은 늘 활발하면서 사근사근한 '모범생'을 좋아했습니다.

A는 외고에 입학했습니다. 등록금은 1년으로 따지면 600만 원이니, 어지간한 대학교 수준이었습니다. 거기에 기숙사비와 밥값까지 더 하면 1000만 원을 넘었습니다. 수학, 논술 학원에 다니느라 한 달에 100만 원 가량 더 들기도 했습니다. 다 합치면 연간 2000만 원 정도였습니다. A의 가정은 중산층이었습니다. 그런데 외고에서는 하위층이었습니다. 다른 학생들의 부모는 상당수가 의사, 교사, 법조인, 사업가 등이었습니다.

A는 다른 외고에 다니는 친구들로부터 "학교에서 과외를 받거나 학원을 더 다니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학교가 성적을 올려줘야 하는데, 학원·과외를 권유하는 게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A와 중학교 때 친했던 친구들은 동네 인근 일반고에 진학했습니다. 평소에는 몰랐지만 모의고사를 치면 성적 차이가 극명했습니다. 외고와 일반고 학생들의 점수 차이는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습니다. 외고에 다니다 내신을 높이기 위해 일반고로 전학 가는 친구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A는 수시로 대학에 가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생활기록부에서 열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소극적인 A가 공부만 하고 다른 교내·외 활동을 소홀히 한 게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그걸 감안해도 생활기록부에 적힌 교사의 평가는 너무 박했습니다. 그는 자기소개서를 정말 열심히 썼습니다. 학교 교사도 잘 썼다고 칭찬했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합격에 실패했습니다. A는 결국 수능 성적으로 입학하는 정시로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A의 아버지는 최근 TV에서 교육특집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이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이과 대학교수를 아버지로 둔 학생이 고교에 연구논문을 냈다. 학교에 없는 기자재로 실험을 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는 아내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자녀들의 스펙을 만들어 주려고 부모가 돈을 들여 자녀 이름으로 회사를 창업하거나, 고 1 때 엄청난 돈을 주고 대학입시용 스펙 상담, 설계를 받는 경우도 있다더라."

A 씨는 이런 이야기들과 자신이 지켜본 A의 초등학교~대학 과정을 비교하면서 교육 현실을 개탄했습니다. 학생들에 관심이 없는 교사들, 객관성을 믿을 수 없는 교사들에게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맡기는 정부, 역시 얼마나 객관적인지 납득하기 힘든 대학 행정…. A의 이야기가 부모의 오해이거나 어느 먼 나라 이야기였으면 합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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