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특수직종 장제사

체중 500㎏ 육박하는 경주마 신발 '편자' 제작 업무
국내에 80명 뿐…20~30대 젊은이 사이 인기직종



경주마 1000여 마리가 생활하고 있는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마방. 한 마리 가격이 수천만~수억 원을 호가하는 경주마들은 돈을 아끼지 않는 마주들 덕분에 특별한 다리관리를 받는다.
 
장제사 이자경(24) 씨는 마주의 요청으로 500㎏에 육박하는 거구의 경주마와 씨름하며 쉴 새 없은 망치질로 경주마의 신발격인 편자를 만들고 있었다. "경주마의 말굽은 사람의 손톱처럼 젤라틴 성분입니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분뇨에 오염돼 발굽 각질이 부식되거나 썩는 병에 걸려 경주 성적에 큰 영향을 줍니다." 

▲ 국내 최연소 장제사 이자경 씨가 경주마의 편자를 교체하고 있다. 사진제공=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애완견 발에 덧신을 신기기도 하지만 유일하게 신발을 신는 동물이 말이다. 경주로를 질주하는 경주마가 그 능력을  발휘하는 데 가장 중요한 편자는 단순한 보호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말의 건강 및 경주 성적과도 직결된다. 때문에 서양 속담에 '발굽이 없으면 말도 없다'는 게 있을 정도다.
 
최근 성장하고 있는 말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직업이 장제사다. 유망 직종으로 20대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장제사는 말발굽의 모양이나 형태를 점검하고 편자를 만들고, 말발굽을 깎거나 연마해 딱 알맞은 편자를 부착하는 말 관련 전문직이다. 과거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직업으로 치부됐던 장제사는 이제 경마·승마 분야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있다. 20~30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남들이 선택하지 않은 '유망한 직장'이라는 시각이 늘고 있다.
 
이자경 씨는 우리나라 최연소 장제사다. 장제사는 직업적 특수성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에 80여 명 밖에 없다. 한국마사회가 공인하는 장제사는 65명이다. 나머지는 일반 승마장에서 비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프리랜서다.
 
토목공학과 출신인 이 씨는 광주장외발매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장제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 그는 "진정한 장제사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을 좋아하고 잘 알아야 한다. 장제사는 고가의 경주마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기술과 노련미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니던 대학을 미련 없이 포기하고 장제사의 길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가족과 친구들 모두 반대했지만, 이제는 친구들이 취업을 고민할 때 어엿한 기술자가 됐다.
 
이씨는 "새벽잠이 많아 일이 힘들 때도 있지만, 하루 종일 말과 생활하는 덕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는 데 비하면 마음이 편하다. 앞으로 전망도 있기 때문에 기술만 좋다면 이만한 직업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힘들게 작업해서 완성한 편자를 부착한 말이 편안하게 잘 걷는 모습을 볼 때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모든 피로가 한꺼번에 풀린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승마용 말에는 쇠편자를 사용하지만, 스피드를 우선시해야 하는 경주마에게는 알루미늄, 두랄루민 합금 등 가볍고 편한 재질의 편자를 사용한다. 한 달에 한 번 4개의 편자를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9만 원 선이다. 어린 경주마는 뼈가 연해 무리한 운동, 나쁜 자세, 기승자의 잘못된 훈련 때문에 발굽이 기형으로 변하거나 발굽이 비정상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 이때  특수편자를 이용해 치료하는 일도 장제사의 몫이다. 특수 장제의 경우는 일반 장제보다 3~4배 비싸다.
 
말이 걷는 모습과 소리만으로 말의 아픈 다리를 찾아낼 수 있는 1급 장제사는 국내에 단 5명뿐이다. 연봉이 1억 원에 달할 정도로 전문인으로 인정받는다. 신입 장제사의 경우는 연봉 4000만 원 정도다. 1급 장제사가 되기 위해서는 20년 가까운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다.
 
그동안 장제사가 되려면 국가자격시험이나 한국마사회 양성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국가자격시험을 거치면 승용마 장제를, 한국마사회 양성과정을 통해 자격을 취득하면 경주마 장제를 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한국마사회 장제사 양성과정의 자체 자격시험이 폐지돼 국가자격시험 통과자만 장제사 활동을 할 수 있다. 국가자격시험을 통해 장제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승용마는 물론 경주마 장제도 할 수 있다. 문의/한국장제사협회(02-509-1941).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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