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관 조교사 14년 만에 1000승 달성
신우철 '28년' 기록 절반으로 단축해
최다 연승마, 9년 연속 다승왕 등 기록

 
'경마계의 명장' 김영관(57) 조교사가 데뷔 14년 만에 한국경마 최단기 1000승의 신기록을 달성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김 조교사는 지난 23일 1경주, 8경주에서 자신의 관리를 받는 '엑톤블레이드'와 '삼정어게인'이 우승한 덕분에 개인 통산 999승과 1000승을 차지했다.  25일에는 '보너스II'가 우승해 2000승을 향한 첫 시작을 알렸다.

▲ 국내 최단기 1000승을 기록한 김영관 조교사. 사진제공=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는 흔히 '마칠기삼(馬七騎三)'이라고 한다. 기수보다 말의 능력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경주마를 육성하고, 어떤 말에 어느 기수를 태울지 등 전술을 짜는 게 모두 조교사의 몫이다. 조교사는 말과 기수를 선수로 부리는 '경마 감독'인 셈이다.
 
경마 전문가들은 "김연아 선수 덕분에 온 국민이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스포츠를 알게 됐듯이 김 조교사야말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경마 시행국에 '한국 경마'를 알릴 최적의 인물"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김 조교사는 전남 무안에서 태어났다. 검정고시로 고졸 학력을 얻은 뒤 1976년부터 서울 뚝섬경마장에서 기수로 활동했다. 그러나 달리는 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체중 50㎏을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 1980년 기수를 그만두고 식당을 했으나 고전했다.

그는 기수 시절 알고 지내던 조교사의 권유에 따라 1986년 마필관리사로 경마에 복귀했다. 17년간 뚝섬, 과천경마장에서 말과 함께 잠을 자며 말의 습성을 익혔다. 2003년 조교사 면허를 획득한 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 내려와 2004년 꿈에 그리던 조교사로 데뷔했다.
 
김 조교사 앞에는 경주마를 소유한 마주(馬主)들이 줄을 서 있다. 대개 경주마를 소유한 마주들에게 조교사들이 말을 맡겨달라고 부탁하는 형국이지만, 김 조교사는 반대다. "내 말을 받아 훈련시켜서 경주에 출전시켜 달라"는 마주들이 김 조교사를 모셔가기 위해 경쟁을 벌일 정도다. 김 조교사가 워낙 많은 승리를 이끌어 내다 보니 생긴 일이다.
 김 조교사는 아무나 받지 않는다. 마주를 고른다는 뜻이 아니다. 말의 관상을 본다. '루나'가 그랬다. 태어날 때부터 인대염 때문에 두 뒷다리를 저는 말이었다. 그는 "비록 다리를 절었지만 얼굴이 작고 눈이 초롱초롱했다. 심폐기능이 뛰어난 말의 특징인 넓은 어깨를 지니고 있어 다리가 불편하다는 결점을 충분히 극복할 것 같았다"고 했다.
 
루나는 지금까지 역대 최저가로 기록되고 있는 970만 원에 낙찰됐다. 김 조교사는 다리를 수술하는 대신 훈련 방법을 달리했다. 허리를 강하게 하는 방식으로 스피드를 올린 뒤 경주에 투입했다. 루나는 2005년 경남도지사배를 시작으로 2008년 오너스컵 등 큰 대회를 석권하면서 2009년 11월 은퇴할 때까지 7억 5700만 원의 상금을 벌었다. 몸값의 78배다. 루나를 소재로 차태현 주연의 영화 '챔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김 조교사가 14년간 벌어들인 순위상금만 총 111억 원에 달한다. 주요 기록으로는 2007년 3월 7일~2012년 6월 3일 국내 최다 연승마 배출, 조교사 부문 첫 시즌 100승 달성(2013년 104승, 2015년 108승, 2016년 116승), 9년 연속 다승왕(2008~2016년),  국내 첫 통합 3관마 배출(2016년 '파워블레이드') 등이 있다. 올해는 두바이월드컵 결승에 진출한 '트리플나인'을 배출하는 등 한국경마의 굵직한 기록들을 갈아치워 왔다.
 
김 조교사는 이번 1000승 기록으로 다시 한 번 한국 경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조교사 부문 역대 최단기간 통산 1000승 달성이다. 한국마사회가 공식적인 자료를 수집한 이후 집계된 조교사 부문 통산 1000승은 서울의 신우철 조교사에 이어 김 조교사가 국내 두 번째다. 신우철 조교사는 28년 만에 1000승을 달성했다. 김 조교사는 이 기록을 14년이나 앞당겼다.
 
1000승을 달성한 김 조교사에게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그는 "올해 처음 세계 4대 경마대회인 두바이 월드컵에 경주마 3두를 출전시켜 '트리플나인'이 당당히 결승전에 출전했다. '파워블레이드'는 두바이 현지 경마팬들 사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로 뽑히기도 했다. 분명히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산 경주마로 세계최고의 대회에서 우승하는 첫 번째 조교사가 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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