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씨 부자가 바이칼 호수로 가는 길에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처음 만난 알렉산더 안내받아 간 곳은
군부대 안 진열된 각종 헬리콥터 구경

바이크클럽 회원 자르갈 따라간 창고엔
권총, 따발총 등 다양한 무기 가득 ‘깜짝’

세계에서 가장 큰 바이칼 호수서 첫 야영
해 일찍 뜨고 늦게 지는 탓에 수면 부족 애로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에서 벨로고르스크, 모고차, 울란우데를 지나 드디어 바이칼호수에 닿았다.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아저씨들과 러시아 사람들을 만났다.

벨로고르스크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아빠가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을 무렵 어느 러시아인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우리 뒤를 따라왔다. 이름은 알렉산더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오토바이에 짐을 가득 싣고 달리는 사연이 궁금해 따라 왔다고 했다. 예약한 호텔에는 전용 주차장이 없었다. 알렉산더 아저씨는 자신의 개인 창고에 우리 오토바이를 하룻밤 보관하라고 했다.

그곳에서 아저씨의 차를 타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는데 자꾸만 이상한 시골길이 나타났다. 아빠랑 나는 조금 무서웠다. '혹시 납치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 오토바이는 팔아버리는 걸까' 하는 생각에 무척 긴장됐다. 마침내 차는 어느 커다란 철문 앞에 섰다. 총을 든 경비 아저씨가 서 있었다. 마치 군부대 같았다. 알렉산더 아저씨는 경비 아저씨에게 몇 마디 말을 하고 정문을 통과했다.  


 

▲ 알렉산더 아저씨를 따라 방문한 헬리콥터 이·착륙장.
▲ 자르갈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들어본 총.


철문 안에는 수많은 헬리콥터들이 있었다. 군인용도 있고 일반인용도 있었다. 알렉산더 아저씨는 우리더러 차에서 내리라고 하더니, 눈에 보이는 헬기마다 문을 열고 조종석에 앉아보라고 했다. 그리고 아빠에게 "포따, 포따"라는 말을 반복했다. 사진을 찍으라는 것이었다. 

알렉산더 아저씨의 직업은 헬리콥터 기술자라고 했다. 나이는 아빠랑 동갑이었다. 어린 나를 위해 직접 군부대까지 가서 헬리콥터를 구경시켜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아까 잠시 안 좋은 생각을 했던 게 정말 미안했다. "알렉산더 아저씨, 죄송해요."

우리는 그날 저녁을 같이 먹고 헤어졌다. 다음날 아침 알렉산더 아저씨는 호텔로 우리를 찾아왔다. 아침도 함께 먹었다. 아저씨의 배웅을 받으며 치타로 향했다.

 

▲ 최정환 씨 부자가 울란우데의 레닌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아빠가 치타로 가는 길은 위험하다고 했다. 몇 년 전 강도 때문에 일본인 부부 여행객이 죽었고, 독일인 오토바이 운전자도 죽었다고 했다. 가는 동안 많이 긴장했지만, 다행히 아무 일없이 치타에 도착했다. 아빠는 외국에 나오면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존중해 주고, 그들의 눈 밖에 나는 행동을 안 하면 괜찮다고 말했다.

치타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또 새로운 아저씨들을 만났다. 바로 치타바이크클럽 아저씨들이었다. 러시아 사람들은 대개 무뚝뚝하고 무표정하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은 천사 같았다. 험상궂게 생겨도 아빠랑 나에게 참 잘해줬다.


그 중에 자르갈이라는 아저씨가 있었다. 학교에서 역사, 군사 과목을 가르친다고 했다. 자르갈 아저씨는 나를 열쇠가 겹겹이 채워진 창고로 안내했다. 창고에 들어가 보고 깜짝 놀랐다. 그 곳에 총들이 잔뜩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기다란 총, 권총, 따발총과 옛날 군인들이 쓰던 무전기까지 볼 수 있었다.

자르갈 아저씨는 커다란 금고에서 총알 두 개를 꺼냈다. 그리고는 나에게 기다란 총 한 자루를 들고 밖으로 따라 나오라고 했다. 밖에서 기다란 총에 총알을 넣어 주었다. 자르갈 아저씨는 옆에서 나를 잡아주면서 총을 쏠 수 있게 도와주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총을 쏴 봤다. "탕~~." 총소리가 얼마나 큰지 깜짝 놀랐다. 신기했다. 아빠랑 여행을 와서 진짜 재미있는 경험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았다.
아빠는 아저씨들이랑 밤새워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언어도 안 통할 텐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치타에서 러시아 전통 꼬치요리 '샤슬릭'을 만들고 있는 모습(왼쪽 사진), 바이칼 호수에서 러시아 어린이들과 물놀이를 즐기는 장면.

다음날 아침, 우리는 치타 아저씨들의 배웅을 받으며 헤어졌다. 그렇게 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울란우데였다. 시내에는 레닌의 커다란 머리동상이 있다. 엄청나게 커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고 한다. 그곳에서는 여러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다음날 드디어 바이칼호수에 도착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이곳 호수의 물이 전 세계 호수 물의 5분의 1을 차지한다고 했다. 제일 깊은 곳의 깊이는 약 2㎞ 정도 된다고 한다. 여기서 아빠와 처음으로 야영을 했다. 호수가 아니라 우리나라 어느 바닷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밤 10시가 돼서야 저 멀리 넘어가는 해가 보였다. 여긴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진다. 밝으니 많이 놀 수 있어서 좋은데, 밤이 짧으니 잠이 부족하다. 이제 곧 러시아에서 몽골로 넘어간다. 그곳에선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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