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림면 신천리 상두산 위로 올라가는 덤프트럭이 심한 먼지를 날리고 있다.



곳곳 잠식 공장·트럭 매연이 원인
열병합발전소 들어서면 더 심각
주민들 “시, 이주대책 마련해야”




"고형폐기물연료(SRF)를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소가 들어설 부지 인근 공장들을 보세요. 덤프트럭이 얼마나 올라가는지, 미세먼지가 얼마나 심각한지…."
 
김해시의 한 공무원이 열변을 토했다. 한림면 신천리 일대에 들어설 SRF 열병합발전소도 앞으로 걱정되지만, 그보다 먼저 신천리 일대에 들어선 공장들과 이곳을 오가는 덤프트럭 매연이 정말 심각하다는 이야기였다.
 
'열병합발전소 결사반대.'
 
신천리 망천1구 마을 입구에는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었다. 망천고개삼거리에서 상두산 꼭대기로 향하는 김해대로 1538번길로 들어섰다. 덤프트럭 한 대가 길을 따라 천천히 상두산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도로 옆에는 성인 남자 키를 훌쩍 넘는 옹벽 위로 시멘트 공장, 가스 제조업체, 도장 업체, 폐기물 처리 업체, 고무판 제조 업체 등 10여 개가 넘는 공장들이 들어서 있었다.
 
트럭 배기구에서는 검은 매연이 연신 뿜어져 나왔다. 도로에서는 심각한 흙먼지가 풀풀 날렸다. 덤프트럭을 뒤따르며 창밖으로 손을 뻗어 '간이 미세먼지 측정기'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했다. 측정을 하는 1분 간 측정기 수치는 앞자리가 자꾸 바뀌었다. 부유먼지(PM10) 151.2㎍/㎥, 미세먼지(PM 2.5) 139㎍/㎥. 측정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하루 평균 환경기준은 부유먼지 100㎍/㎥, 미세먼지 50㎍/㎥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부유먼지 50㎍/㎥, 미세먼지 25㎍/㎥를 기준으로 한다. 덤프트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수치는 우리나라 기준치의 1.5~2.8배, WHO 기준치의 3~5배에 이르렀다.
 
덤프트럭은 희뿌연 먼지를 풀풀 날리며 산업 폐기물이 쌓여 있는 공장을 지나 마지막 종착지인 채석장으로 들어갔다. 김해대로 1538번 길은 채석장 앞에서 끝났다. 채석장 입구부터 채석장 안 도로는 사유지였다. 굴삭기 여러 대가 연신 돌을 캐내고 있었다. 채석장에서 나온 뿌연 먼지가 시야를 가렸다. 채석장 뒤 푸른 숲과 달리 온통 회색이었다.
 
채석장을 살펴보는 동안 코와 목은 금세 답답해졌다. 채석장에서 빠져나와 망천1구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도로 중턱에 섰다. 오후 2~3시, 한 시간 동안 김해대로 1538번 길을 오가는 덤프트럭은 46대였다. 덤프트럭들은 시멘트공장, 채석장 등으로 각각 향했다. 도로 중턱에서 다시 미세먼지 측정기를 꺼내들었다. 측정값은 부유먼지 70㎍/㎥, 미세먼지 60㎍/㎥이었다. 산바람이 나뭇잎을 휘청거릴 정도로 불어대는 곳에서 잰 수치가 이 정도였다. 바람은 산에서 도로 아래 망천1구마을로 향했다.
 
"망천1구마을이 사람 살 동네인가. 물 좋고 공기 좋은 마을은 이제 없어. 외지 사람들은 이곳을 쳐다도 안 봐. 빈 집만 자꾸 늘어가는데, 대책도 없고…."
 
마을 주민 A(69·여) 씨는 하소연을 했다. 망천1구마을 주민 대부분은 60~80대 노인이다. 그는 "자식들이 찾아오면 '목이 칼칼하다. 답답하다'고 토로한다. 여름에 문을 열 수가 없다. 흙먼지가 펄펄 날리는데…. 미세먼지가 몸에 해롭다고 하지만 나이 든 노인들이 심각성을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며 답답해했다.
 
다른 주민 B(57) 씨는 한 시간 동안 오간 덤프트럭 수를 듣고는 크게 놀랐다. B 씨는 "한 시간에 덤프트럭 40대가 오갔다면, 하루 8시간 동안 320대가 왕래하는 꼴이다. 매연이 얼마나 심하겠는가. 열병합발전소가 들어서면 폐기물을 실은 덤프트럭이 더 늘 것 아닌가. 그 매연을 망천1구 마을 주민들이 다 마셔야 한다"며 혀를 찼다.
 
꽃다운 나이에 시집 와 백발의 할머니가 된 망천1구마을 주민들은 마을의 번성과 몰락을 지켜보았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열병합발전소를 지척에 두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차마 고향을 버리고 떠날 수 없는 주민들은 '김해시가 마을 이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주민들의 가슴에는 덤프트럭이 날리는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김해시와 시민들의 무관심'이라는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가 더 두껍게 쌓이고 있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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