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시 세계문화체험관'을 방문한 초등학생들이 다문화 강사의 수업을 듣고 있다.


국가산업단지 생기며 이주노동자 몰려
주민 1만 8천 명 중 외국인 1만 4천 명
15개 국 170여 곳 외국인 식당 즐비해

안산시, 2012년 ‘세계문화체험관’ 만들어
다양한 나라 문화·언어 교육, 체험 실시

송크란축제, 다문화축제 등 다양한 이벤트
경찰·공무원 수시 순찰로 범죄예방 노력



전국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은 지역은 어디일까. 바로 경기도 안산이다. 안산시다문화지원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안산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97개국 7만 6621명이라고 한다. 안산의 총 인구가 73만 8400명이니 외국인은 인구 10명당 1명 정도다.
 
안산이 다문화의 대표도시가 되기까지 많은 변화의 과정이 있었다. 안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로 개발됐다. 단원구 원시동, 성곡동 일원에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됐다. 바다 옆 작은 동네에 불과했던 안산구 원곡동 일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일자리를 찾아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노동자 밀집 지역이 됐다. 이후 국민소득이 늘어난 덕에 이른바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3D 업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가 빈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 다문화지원본부 앞에 세워진 세계 이정표.

반월산단과 가까운 원곡동에는 저렴한 땅값 덕분에 외국인들이 모여들면서 다문화거리가 형성됐다. 2009년 지식경제부는 안산시 원곡본동 37만 3553㎡를 다문화마을특구로 지정했다. 특구에 살고 있는 시민 1만 8313명 중 외국인은 무려 1만 4404명이다. 외국인 전용 주민센터, 다문화지원본부, 세계 음식점들이 들어섰다. '국경 없는 마을'이라는 별칭까지 붙게 됐다.
 
다문화거리는 안산역 바로 맞은 편에 있다. 안산역 2번 출구로 나가면 이정표가 친절히 '다문화길'을 안내한다. 거리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다문화 음식거리'라는 조형물이 우뚝 서 있다. 길을 걷는 행인도, 물건을 사는 주민도 모두 외국인이다. 서울 이태원과 달리 배낭을 멘 '파란 눈'의 여행자는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원곡동에 살거나 체류하고 있는 이주민들이 거리를 거닐고 있다.
 
외국인 집단거주지역이기 때문에 한글보다는 한자나 영어로 된 간판이 더 흔하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외국음식에서 맡을 수 있는 독특한 향신료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대형매장 수입과일 코너에서 볼 수 있는 두리안, 파파야, 망고스틴 등 열대과일은 길거리에 널려 있다. 어른 팔뚝만한 중국식 꽈배기 '유타오'와 전병도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 안산 원곡동에 위치한 다문화거리.

안산시는 거리 곳곳에 위치한 외국음식점을 홍보하기 위해 안산다문화마을특구 지도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파출소, 은행 등 편의시설을 비롯해 중국, 네팔,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등 나라별 음식점을 분류해 놓은 지도다. 식당만 15개 국 170여 곳이나 된다. 태국 팟타이, 베트남 쌀국수, 인도 커리 등 현지인이 직접 만드는 음식을 맛볼 수 있어 내국인의 방문도 잦다. 유명한 음식점의 경우 방송에도 수 차례 소개되기도 했다. 이런 곳들은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친구들과 태국 음식점을 찾은 이진희(23·여) 씨는 "주방장과 종업원이 모두 외국인이어서 외국에 나가서 먹는 맛이 난다. 한국인이 조리하는 외국음식 맛과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큰 음식점에서는 카드결제가 되고 한국말이 통해 주문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작은 가게에서는 의사소통이 안 돼 잘 가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 음식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주민들.

다문화거리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면 원주민을 찾아보기 어렵다. 상인 장먀오(42·중국) 씨는 "유명 음식점에만 한국인이 몰릴 뿐 잡화나 식료품가게에는 단원구 주민인 중국동포나 동남아인이 주 고객"이라고 말했다.
 
안산시는 다문화를 하나의 지역문화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먼저 2012년 이주민과 원주민의 소통을 이끌어내기 위해 '안산시 세계문화체험관'을 세웠다. 체험관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캄보디아, 베트남, 나이지리아 출신인 다문화강사 8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체험관에 전시된 국가별 악기와 인형, 유물, 의상 등을 설명하며 다문화 이해를 돕는다. 체험관에 마련된 강의실에서는 다문화강사의 지도 아래 다양한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교육받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도서관에서 외국잡지를 찾아오거나 특정한 식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게 하는 등 연령대별 맞춤형 체험도 진행한다.
 
체험관 관계자는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려고 유치원생뿐만 아니라 교사까지 찾아온다. 성인을 위한 문화수업 프로그램도 구성돼 있다. 한 주에 평균 400명 이상이 방문하는 인기 장소"라고 설명했다.
 

▲ 세계문화체험관에 전시된 세계의 가면.

거리를 걷다 보면 5~6명씩 조를 지어 순찰을 다니는 경찰관이 눈에 띈다. 흔히 '외국인거리'라고 하면 강력범죄 발생이 많다는 편견이 있다. 안산시는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기 위해  다문화거리에 다문화특구 치안센터를 유치해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경찰관들은 2조 3교대로 밤낮없이 순찰하면서 범죄예방에 힘쓰고 있다.
 
안산시 다문화정책과 관계자는 "공무원 8명으로 구성된 원곡특별순찰대를 운영하기도 한다. 주·정차 위반, 무단 횡단, 쓰레기 무단투기 감시 등 기초질서를 확립하고, 외국인 계도순찰과 통역 지원을 맡는다"고 말했다.
 
안산시는 세계인의 날 축제와 태국 송크란 축제 등 이주민과 원주민의 거리감을 좁히고 친목을 다지기 위한 문화예술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2년 전부터는 원곡동 '국경없는마을 공원'에서 ㈔안산이주민센터가 주관하는 시민주도형 다문화축제 '시끌북적'을 열고 있다. 2005년부터 시작한 안산국제거리극축제 또한 지역대표 거리예술축제다.
 
안산시 다문화특구지원팀 진상규 팀장은 "원곡동 지역은 중심지에서 벗어난 외곽지역이어서 낡은 건물이 많고 지저분하기도 하다. 도시미관을 해치는 전봇대 전선을 정비하는 전선지중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문화를 설명할 수 있는 조형물이나 포토존을 조성하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다문화거리를 누구나 걷고 싶어 하는 길로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해뉴스 /안산(경기도)=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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