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비우고 단순해지기'를 결심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물건뿐만 아니라 식습관과 생활방식, 심지어 인간관계까지 단순화하고 싶어하죠. 이런 결심을 실제로 실천하는 것이 이른바 '미니멀 라이프'입니다. 그렇다면 미니멀 라이프는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한 걸까요?

2010년 미국에서는 '미니멀리스트(TheMinimalists.com)'라고 하는 웹사이트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운영자는 조슈아 필즈 밀번과 라이언 니커디머스라고 하는 20대 청년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잘 나가던 회사에 돌연 사표를 던지고, 소파와 책 몇 권을 제외하고는 가지고 있던 살림을 모두 내다버렸습니다. 좋은 집과 자동차, 물건들을 가졌지만, 주 80시간 이상을 일에만 매달리는 삶에서 공허함을 느꼈기 때문이죠. 이들은 물건을 줄이고 좀 더 분명한 삶의 목적을 찾기 위한 여정을 웹사이트에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1년 만에 방문자 수가 월 10만 명에 이르게 됐고,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는 '단샤리(斷捨離)'가 최고 유행어로 떠올랐습니다. 단샤리는 요가의 행법인 단행(斷行), 사행(捨行), 이행(離行)에서 착안한 단어입니다. 일상에서 불필요한 것을 끊고 버리고 떠난 단촐한 삶을 뜻합니다. 특히 2011년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은 사람들의 생각을 많이 바꾸어 놓았죠. 그동안 어렵사리 장만한 살림과 집안의 물건들이 지진으로 한 순간에 망가지고, 심지어는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흉기가 되는 상황을 겪으면서 물건과 소유를 다시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경주 지진의 위력을 직접 겪은 사람들은 아마도 십분 공감하실 거라 믿습니다. 단샤리 열풍을 타고 스타덤에 오른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의 책은 우리나라는 물론 영미권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고, 2015년 타임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미니멀 라이프는 처음에는 평범한 삶을 거부하는, 혹은 일부 용기 있는 사람들의 별난 생활방식에 불과했습니다. 그렇지만 별종으로 살아가기 힘든 우리나라에서조차 미니멀 라이프가 이처럼 짧은 시기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받으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주목받게 된 데는 몇 가지 상황적 요인이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경기 침체를 들 수 있습니다. 경제 불황으로 소비수준이 낮아졌습니다. 소비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이유를 찾는 동시에 대량 소비에 비판적인 시각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소비의 흐름상 경험이나 생활의 질에 가치를 두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둘째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입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의 고도화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의 발달, 공유경제의 태동 때문에 물리적 소유의 최소화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예전에는 바로 구할 수 없어서 유사시에 대비해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가용한 형태로 풍요롭게 널려 있으니 더 이상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특히 인터넷의 발달은 상업적으로 대중적 취향의 중요성을 약화시키는 한편, 다양한 개성을 추구하는 소수의 라이프 스타일이 주목받고 신속하게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사회인구학적 상황입니다. 고령화와 직업적 이동성의 증가 탓에 가족의 해체가 가속화되고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제권은 전 세계로 확대돼 이동이 빈번해진 반면 직업적 안정성은 약해졌습니다. 한 곳에 머물러 살기보다는 이사가 잦아서 살림이 많으면 힘들어지겠죠. 게다가 일이 힘들고 늦게까지 일하느라 피곤하기 때문에 가사노동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집안일이 줄어들면 그만큼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으니까요.

이런 요인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서로 다른 사회계층의 현실에 접목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그들의 속사정은 다음 시간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배성윤 인제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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