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젯밥과 화분(김수우 지음/신생/127p/8천원)

1995년 계간 '시와 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김수우 시인의 신작시집. 고봉준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의 시편들은 '생명에 대한 제의'라고 명명한다. 김수우의 시에서 '제사'는 생명과 생명, 삶과 삶의 연속성일 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의 연속성, 생명의 순환성을 상징한다. 시집에 자주 등장하는 죽음은 시인에게 있어 생명의 절대적 타자가 아니라, 생명의 연장이며 또한 기원이다. 그래서 죽음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공포감을 느끼는 화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다. 죽음은 삶의 대척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제사'라는 의례를 통해서 산 자와 죽은 자가, 삶과 죽음이 소통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한 시인의 시적 대상은 대개 '화분'이나 '꽃'처럼 작고 여린 생명들이다. 그 생명은 문명의 폭력과 자본의 억압에 의해 벌거벗은 생명으로 전락한 인간 존재를 포괄한다. 작은 생명들의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자본주의의 가치법칙에 의해 자꾸만 주변부로 밀려나는 작고 여린 생명에 바치는 시인의 관심은 힘없는 존재에 바치는 연민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생명이 그 내부에 자신만의 태고의 세계를 향해 바치는 기원의 손길이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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