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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줍던 할머니의 눈물겨운 부탁… “몸살 달래게 소금물 한 잔만”
  • 수정 2017.07.19 10:59
  • 게재 2017.07.12 10:29
  • 호수 331
  • 4면
  • 강보금 시민기자(report@gimhaenews.co.kr)

 

   
▲ '사랑을 뜨는 칠뜨기' 회원들이 지난 7일 한 독거노인에게 불고기를 전달하고 있다.



‘사랑을 뜨는 칠뜨기’, 독거노인들께 ‘감동의 불고기 선물’한 사연
 종이 수집하는 어르신 돈 없어 병원도 못가는 사연듣고 눈물 쏟아
 회원들, 7개월 동안 수세미 만들어 팔아 30명에게 120인 분 전달




 

   
 

"소금물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겠습니꺼?"

외동에서 조그마한 카페를 운영하는 유수정(38) 씨와 독거노인의 인연은 '소금물' 한 잔으로 시작됐습니다.

떨어진 낙엽 위로 된서리가 내리는 것을 보며 겨울의 길목에 접어들었음을 생각하던 지난해 11월이었습니다. 유 씨가 여느 날과 다름없이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던 그 날, 할머니 한 분이 머쓱한 얼굴로 가게 문을 열었습니다. 주춤주춤 가게로 들어선 할머니는 폐지를 줍는 어르신이었습니다.

'가게에서 나온 폐지를 수거하러 오신 걸까.'

그런데, 유 씨의 예상을 뒤로 하고 할머니는 뜻밖에 '소금물'을 찾았습니다. 카페에서 소금물을 찾는 손님은 드물기 때문에 그는 잠시 당황했지만 얼른 따뜻한 소금물을 내드렸습니다.

"어머니, 왜 소금물을 드세요?"

조심스럽게 여쭤 보니 할머니의 사정은 이러했습니다. 할머니는 며칠 전부터 몸살기운이 돌아 기운이 없고 열이 있었다고 합니다. 형편이 안 돼 병원에 가거나 약을 사먹지 못했다고 합니다. 혼자 끙끙 앓으며 폐지를 줍기 위해 길을 나선 그 날도 몸이 너무 좋지 않아 미안한 마음을 무릅쓰고 소금물 한 잔을 얻으러 오셨다는 겁니다.

따뜻한 소금물 한 잔에 잠시 몸을 녹인 할머니는 다시 차가운 바람이 부는 거리로 나섰습니다. 유 씨는 얼떨결에 그렇게 할머니를 떠나보낸 후 병원비, 약값이 없어 소금물로 아픈 몸을 달랜 할머니의 모습을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습니다.

유 씨는 그날 저녁 '김해맘순수카페'에서 만난 '사랑을 뜨는 칠뜨기' 회원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며 하염 없이 눈물을 쏟았습니다. '사랑을 뜨는 칠뜨기'는 그가 할머니를 만날 때쯤 만든 '실뜨기' 동호회였습니다. 회원이 모두 7명이어서 '칠뜨기'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할머니의 아픈 사연을 접한 칠뜨기 회원 전원은 만장일치로 그들의 재능인 '실뜨기'를 활용해 독거노인을 돕자는 데 마음을 모았습니다. 일은 속전속결로 진행됐습니다. 그들은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세미를 떠서 독거노인을 돕기로 했습니다. 이후 생명나눔재단에서 독거노인 30명을 소개 받았습니다.

'칠뜨기'들은 열심히 수세미를 만들었습니다. 만든 수세미는 유 씨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판매했습니다. 겨울에서 봄, 여름이 오기까지 약 7개월 동안 판매한 수익금은 약 30만 원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을 어떻게 도울지 고민한 회원들은 식사를 제대로 못 하실 어르신들을 위해 불고기를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불고기를 전달하기로 한 지난 7일. 회원들은 전날 미리 준비한 불고기를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모였습니다. 전달한 불고기는 어르신들이 드시기 편하도록 30명에게 1인분짜리 4개씩 총 120인분이었습니다.

이날을 위해 직장에 연차를 내고 온 회원, 자녀들을 등교시킨 후 맨얼굴로 부랴부랴 뛰어 온 회원도 있었습니다. 유 씨 역시 젖먹이를 안고 모였습니다. 모두들 바쁜 시간을 쪼개어 모인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회원들은 오전 10시부터 조를 나눠 진례면, 주촌면, 칠산서부동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의 자택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가까운 곳도 있었지만 차로 20분 이상 떨어져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궂은 날씨 탓에 이동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독거노인들의 "너무 고맙소", "덕분에 우리같은 사람들이 산다", "고생 많았네" 하는 감사 인사에 더욱 힘이 났습니다.

배달은 오후 4시께 마무리됐습니다. 하루 온종일 불고기를 나눴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들의 마음은 더욱 든든해졌습니다. 회원 중 네 번째, '4뜨기'를 맡고 있는 유수화(39) 씨는 "좋은 일은 번져나가는 것 같다. 고기를 준비했던 고깃집 사장도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두유를 제공해 줬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 같다"고 말합니다. 2뜨기 최은정(43·내동) 씨는 "취미로 시작했던 일이 마음 따뜻한 일로 커져서 보람을 느낀다. 다음에도 이번에 만난 독거노인들과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반 년 넘게 이어진 실뜨기와 판매, 불고기 나눔까지. 결코 쉽지 않은 봉사였지만, 칠뜨기 회원들은 계속 이 봉사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작은 재능으로 어르신들이 맛있게 불고기를 드실 수 있게 됐다는 보람에 회원들은 더 힘을 얻었습니다. 이들은 손이 부르트도록 실뜨기를 계속 할 생각입니다. 첫 나눔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독거 노인분들을 만나고 싶다는 게 이들의 뜻입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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