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이 뚜렷하고 청명한 하늘과 맑은 공기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자연환경.

예전에는 청정한 게 당연한 이야기로 여겼던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은 언젠가부터 황사와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맑은 하늘과 청량한 공기를 기관지로 빨아들일 수 있는 날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걸 느끼며 살아간다.

해마다 봄 황사철이 되면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리던 때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요즘은 1년 내내 미세먼지 차단용 마스크가 팔리고 있다. 또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공기청정기를 마련하는 가정들이 점차 늘고 있다. 공기오염과 미세먼지 농도의 증가는 자연발생적으로 환경관련 질환자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기를 오염시키는 물질 중에서 가스가 아니고 고체나 액체 같이 입자 형태인 것을 먼지라고 한다. 먼지 중에서 크기가 10㎛(마이크로미터·1㎜의 100분의 1)보다 작은 것을 미세먼지라고 한다. 2.5㎛보다 작은 입자는 초미세먼지라 한다. 이런 미세먼지들은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에서 화학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20㎛ 이상 크기의 먼지들은 코, 인후부 및 기관지 점막에서 걸러져 가래로 배출된다. 그러나 10㎛ 이하의 먼지부터는 기도를 통해 폐 속까지 들어간다. 특히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허파꽈리를 통과해 혈액에도 흡수될 수 있다.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는 폐를 비롯한 혈관에 염증반응을 일으켜 비염, 후두염, 기관지염, 천식 등을 포함하는 호흡기질환,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폐암 등의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미세먼지의 농도가 높고 노출기간이 길수록 뇌혈관질환(중풍)과 폐암의 발병이 증가한다는 충격적인 보고들이 적지 않다. 특히 폐암의 경우 지속적 미세먼지 노출이 흡연보다 더 관련있다는 보고까지 있다.

미세먼지의 대기환경기준이 되는 연간 평균농도와 단기기준치는 국가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대기환경기준은 연평균 50㎍/m³이하다. 단기기준치는 100㎍/m³이하다. 미세먼지의 연간평균농도가 20㎍/m³이상이면 건강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하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수준의 농도를 대기환경기준으로 제안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매일 발표하는 대기오염 지수가 '보통'이라 하더라도 대기오염 건강피해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2014년 미국 예일대의 환경법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78개 국가를 대상으로 미세먼지 평균농도를 평가한 결과 가장 공기 오염이 심한 나라는 중국(178위)이었다. 우리나라는 178개국 중 171위로 나타났다. 2008년 국내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1년간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숨을 쉬고 사는 동안 미세먼지를 피해 갈 수는 없지만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매일 대기오염 지수를 참고해 '보통' 수준 이상이면 야외활동을 할 때 반드시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특히 호흡기 질환을 가진 환자나 어린이·노인 들은 더욱 조심하거나 야외 활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이런 차에 최근 김해의 한 마을에 고형폐기물연료(SRF)를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소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마을 주민들과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이 반대서명 운동과 집단 반대행동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마을은 오래 전부터 무분별한 공장 설립 때문에 이미 미세먼지 수치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의 3~5배 수준이라는 충격적인 언론 보도도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지금도 미세먼지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열병합발전소가 설치될 경우 미세먼지 배출이 더 늘어날 뿐만 아니라 고형폐기물을 태울 때 발생하는 다이옥신, 카드뮴,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의 1급 발암물질 배출 때문에 건강권은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미세먼지 뿐만 아니라 1급 발암물질 증가는 비단 이 마을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바람을 타고 김해 전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김해시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라는 애국가 가사가 생각나는 오후다. 김해뉴스

 





홍태용 한솔재활요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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