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태우 김해뉴스 사장.

스페인 서북부 산티아고에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이 있습니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의 유해를 모셨다고 '알려진' 곳입니다.

야고보는 예루살렘에서 순교했습니다. 그의 유해는 '신비한 방법'을 통해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에 옮겨졌지만 수백 년 동안 행방이 묘연했습니다. 그러던 중 목동인 펠라기우스가 은하수의 계시를 보고 유해를 찾았다고 합니다. 당시 스페인 국왕이 이 소식을 듣고 성당을 지었고, 1884년 레오 13세 교황은 칙령을 내려 유해를 야고보의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야고보의 유해가 왜·어떻게 스페인에 갔는지, 유해가 야고보의 것인지를 어떻게 입증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스페인은 물론 전세계 사람들은 대성당에 있는 유해를 야고보의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신념을 가진 전세계의 수백만 명이 해마다 대성당까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습니다.

스페인 남부 세비야는 '헤라클레스의 도시'라고 불립니다. 헤라클레스는 여신 헤라의 저주를 받아 잠시 눈이 머는 바람에 사랑하는 아내와 여러 아이들을 죽이고 맙니다. 그는 죄의 대가로 12가지 과업을 완수하라는 신들의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 중 하나는 세상의 서쪽 끝에 있다는 전설의 섬 에리테이라에서 소떼를 끌고 오는 일이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그곳에 가던 중 기둥 여섯 개를 세웠다고 합니다. 나중에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거기에 새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세비야였다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신화의 내용이기 때문에 실제 헤라클레스가 세비야에 갔는지, 기둥을 세웠는지는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비야 시는 헤라클레스 이야기를 '도시 건설의 시초'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곳곳에 헤라클레스 동상과 기둥을 만들었습니다. '알라메다 데 헤라클레스'라는 공원도 조성했습니다. 각종 관광 안내 소책자에도 헤라클레스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가야사 복원을 지시했습니다. 그 덕분에 가야사는 물론 가야불교사를 유심히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덕분에 <김해뉴스>가 올해 초부터 연재하고 있는 '가야불교 뿌리를 찾아서'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도 늘었습니다.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가야사와 가야불교사는 전혀 입증된 게 없는 설화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대통령의 관심에 편승해 김해시가 역사를 왜곡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대개 주류 역사학자들의 입장입니다.

저는 김해시에서 가야사, 가야불교사를 좀 더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사실 엄밀히 말해서 역사학자들의 주장처럼 역사를 왜곡할 만한 능력(?)이 김해시에 있는지 의문입니다. 김해시는 다만 가야사, 가야불교사를 통해 김해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동시에 관광산업을 활성화시켜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시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할 만한 일입니다. 곳곳에 가야사, 가야불교사 관련 시설물을 만들고, 책자를 발간하고, 홍보 활동을 벌여야 마땅합니다. 물론 이를 통해 불교를 포교해서는 안 됩니다. 그랬다가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허성곤 시장은 다른 종교계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가야사, 가야불교사 문제는 두 가지 길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역사학, 고고학의 입장에서 '팩트'를 증명하고 발굴하는 일은 역사학계의 일입니다. 확인한 역사적 사실을 교과서에 싣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행정기관은 다른 길로 가야 합니다. 김해에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과 헤라클레스의 동상을 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 김해가 가진 가야사, 가야불교사의 소중한 자산을 '역사적 사료와 유물'이라는 틀 안에 가둬 놓아서는 안 됩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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