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부산시장배 정상 오른 숨은 비결은

 
지난 9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열린 제13회 부산광역시장배에서 유일한 3세마로 출전한 '아임유어파더(3세 수말)'는 한국경마를 호령하고 있는 경주마들을 뿌리치고 1위로 골인하면서 2017년 상반기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경마계는 아임유어파더의 이번 우승이 기적 같은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2세 경주마를 대상으로 열린 경남도민일보배에서 우승하면서 가능성 있는 경주마로 평가받았지만, 이번 경주에서는 한국경마 최강의 경주마를 맞아 우승후보로 평가받지는 못했다. 게다가 한국경마에 존재감이 없었던 데뷔 11개월 차 외국인 데이비드 밀러 조교사와 젊은 마필관리사 5명이 거둔 깜작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 아임유어파더를 우승으로 이끈 밀러 조교사와 마방 식구들. 사진제공=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그러나, 아임유어파더의 이번 우승은 어쩌다 얻어걸린 기적이 아니었다. 이면에는 조교사와 마필관리사의 과감하고도 치밀한 용병술과 의기투합이 있었다. 뉴질랜드, 일본, 호주,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경주마 훈련 전문가로 경력을 쌓아온 밀러 조교사는 지난해 9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 데뷔했다. 통산 97전 7승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마방에는 경주마 22두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다른 마방에서 다치거나 퇴물로 취급받던 말들이었다. 자연히 '재활마방'으로 불릴 정도였다.
 
아임유어파드는 사실 이번 대회에서 큰 기대를 받지 않았다. 마방 측은 "아임유어파더는 고질적인 우측 다리 부상에 시달려 건강 상태에 따라 경기포기까지도 생각했다"고 했다. 아무리 큰 상금이 걸린 대회여도 경주마가 아프면 쓰지 않는다는 밀러 조교사만의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이었다.
 
마필관리사의 노력과 밀러 조교사의 과학적인 훈련이 더해져 아임유어파더의 상태는 좋아졌다.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상명하복식의 고압적인 마방운영이 아니라 마필관리사들이 갖고 있는 능력과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사람 중심의 마방 운영 덕에 마필관리사의 하고자 하는 열정도 살아났다.
 
최고의 기승술을 보여준 이희천 기수 기용 역시 뛰어난 용병술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올해 단 1승을 기록할 정도로 부진한 상태였다. 이런 경우라면 다른 기수를 투입하는 게 상책이었다. 주변에서도 그를 빼라는 권유가 쏟아졌다. 하지만, 밀러 조교사와 마필관리사는 욕먹을 각오로 이희천 기수를 골랐다. 거리 손실 없이 최적의 작전을 전개해 우승할 수 있었다.
 
밀러 조교사는 "한국은 세계에서 경마가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나라다. 치열한 경쟁을 통한 스포츠로서의 경마를 실현하고 있는 부산경남경마는 그 중심에 있다. 30여 년 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의 웃어야 경주마가 웃을 수 있다'라는 원칙이 생겼다. 지난해 데뷔 할 때 뛰어난 자질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스텝진을 직접 구성했다. 그들의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우승을 만들어 가는 게 조교사의 일"이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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