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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80 대 20 양극화 사회를 치유할 수 없는가
  • 수정 2017.09.06 08:48
  • 게재 2017.07.19 10:19
  • 호수 332
  • 6면
  • 강한균 인제대 명예교수(report@gimhaenews.co.kr)
   
 

사회과학은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사회 현상과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흔히들 사회과학은 정답이 없거나 두 개 이상인 학문이라고 말한다. 자연과학자들이 사회과학을 '구름 잡는 학문'에 빗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국 출신의 천재 물리학자·천체학자 아이작 뉴턴이 주식시장에서 크게 실패하고 떠나면서 "천체의 미세한 움직임은 계산해 낼 수 있어도 미친 인간들의 마음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푸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무인도에 과학자 세 사람이 고립됐다. 먹을 것이라고는 겨우 깡통 통조림 한 개 뿐이었다. 안타깝게도 따개가 없었다. 통조림 따는 방법을 놓고 세 사람이 심한 언쟁을 벌였다. 물리학자는 햇빛을 뚜껑에 모으면 구멍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화학자는 소금물을 뚜껑에 부으면 녹이 슬어 뚜껑이 열릴 것이라고 우겼다. 옆에 있던 경제학자는 "그런 복잡한 아이디어는 시간 낭비이니 그냥 깡통 따개 한 개가 여기에 있다고 가정합시다"라고 말해 다툼을 말렸다고 한다.

경제학원론에서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어난다'라는 단순한 수요·공급 곡선 하나를 도출하는 데에도 '여타조건이 불변'이라는 가정이 필요하다. 게다가 사회현상을 계량화할 수 없는 경제학의 근본적 한계도 있다. 경제이론은 복잡다기한 현실 속에서 다양한 가정을 하고 제한적인 결론을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는 한 연구에서 '이탈리아 전체 부의 80%를 소수 20% 인구가 차지한다'고 했다. '원인의 20%가 결과의 80%를 만든다'는 이른바 80 대 20의 '파레토 법칙'이다. 파레토 법칙은 약간의 오차를 인정한 78강 22약이라는 '우주의 법칙'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대기권 질소의 비중, 정사각형 내접원의 면적 비중, 일개미 가운데 열심히 일하는 개미 수의 비중, 건강한 인체에서 유익한 대장균 수의 비중도 각각 약 80%이다.

기업 마케팅에서는 20% 핵심 고객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파레토 법칙에 따라 소수의 충성 고객 관리에 집중한다. 인기 없는 80% 책들의 판매량을 모두 합하면 베스트셀러 20%의 판매액을 추월한다는 '사소한 다수의 반란’인 역파레토 법칙도 있다.

80 대 20은 어쩌면 자연스런 인간 사회의 현상이다. 하지만 양극화라는 엄청난 그림자의 무게는 사회 전체가 짊어질 몫이다. 권위 있는 세계 경제기구들은 소득 불평등이 미래 경제성장에 가장 큰 장애 요인이 될 것이라고 수 차례 경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소득 최하위 20% 계층의 '사소한 소수'가 최근 주목 받고 있다. 최하위 계층 20%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회학자도 있다. 세계 인구의 1%가 약 50%의 부를 차지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상위 10%가 전체 국민소득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소득분배지표에 따르면 최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은 전년보다 9.8% 감소했고, 상위 20%의 소득은 하위 20%의 5.45배를 기록해 전년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높은 경제성장을 위해 어느 정도의 불평등은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성장의 낙수효과에 의문을 가진다.

최하위 20%의 소득층을 구제하기 위한 방법을 놓고도 논란이 뜨겁다. 최저임금을 올려 국내소비를 촉진시키면 기업은 생산된 제품이 잘 팔려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게 소득성장론이다. 반면 최저임금을 올리면 자영업자들은 알바생을 줄이고 중소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미국에서도 동일한 경제현상을 두고 100년 가까이 두 학파가 상반되는 처방 논쟁을 벌여 오고 있다. 어느 일방의 승패 없는 대립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어느 한쪽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닌 듯하다.

자연과학이 인간의 생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듯이 경제학은 여전히 정답 없는 인간 사회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뿐이다.

강한균 인제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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