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사랑 두레' 22일 '봉숭아꽃물들이기 축제'
35도 폭염에도 시민 800여 명 행사장 몰려 성황
태극기 만들기, 꽃물들이기, 각종 부스 등 인기




"다홍색 봉숭아꽃물로 물든 손톱을 보니 소꿉장난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요."
 
사회봉사단체 '가야사랑 두레'(대표 정다운)는 22일 칠산서부동주민자치센터에서 '제9회 봉숭아꽃물들이기 축제'를 진행했다. 35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시민 800여 명이 축제장을 찾아 추억여행을 떠났다. 

▲ 할머니들이 봉숭아 꽃잎으로 태극기를 만들고 있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는 '나라사랑 봉숭아꽃잎 태극기 만들기 퍼포먼스'였다. 무대 중앙에 마련된 대형 태극기에 봉숭아꽃잎을 이용해 태극문양을 완성시키는 행사였다.

용기를 내 무대에 오른 어린이들은 고사리 손으로 빨간 꽃잎을 따 붙였다. 사할린동포들과 봉사자들은 꽃잎을 한땀한땀 정성스레 붙이며 '봉숭아꽃' 태극기를 만들어 나갔다.

축제 관람객들은 완성된 태극기를 배경으로 국민의례를 한 후 애국가를 2절까지 제창했다.
 
"꽃잎으로 만든 태극기를 보니 마음이 뭉클합니다. 아름다운 내 나라, 대한민국을 그려보는 시간 같아요." 행사를 지켜보던 권순자(62·흥동) 씨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주민자치센터 앞마당은 그야말로 봉숭아꽃밭이었다. 방문객들은 직접 딴 꽃잎을 한 움큼 쥐고 '봉숭아 꽃물들이기' 부스를 찾았다. 꽃잎을 전달 받은 봉사자들은 절구에 여린 꽃잎과 푸른잎, 백반을 넣고 조심스레 찧었다.

빨간 꽃물이 뚝뚝 흐르는 꽃잎반죽을 손톱에 올린 후 비닐을 씌워 테이프로 칭칭 감았다.

반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던 아이들은 신기한 듯 진지한 눈빛을 반짝였다. 자녀의 사진을 찍어주던 주부도 카메라를 내려놓고 한 자리를 차지해 손을 내밀었다.

▲ 한 할머니가 자신의 손가락을 예쁘게 물들여주는 자원봉사자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한 할머니는 고등학생 봉사자가 자신의 손을 물들여주는 것을 보며 "야무지게 잘하네. 손녀같다"며 칭찬했다. 비지땀을 흘리던 봉사자의 얼굴은 봉숭아꽃처럼 발그스름해졌다.  

열 손가락을 비닐로 칭칭 감고 있던 최순남(67·흥동) 씨는 "어렸을 땐 자기 전에 봉숭아꽃물을 들였다. 일어나면 주황빛으로 물든 손가락을 보며 깜짝 놀라 울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 손톱에만 꽃물이 남지만 계절이 흐를수록 점점 반달모양이 된다. 그때가 제일 예쁘다"며 싱긋 웃었다.

▲ 손가락을 예쁘게 물들인 참가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박종숙(55·내외동) 씨는 "어릴 적 자매들끼리 서로 해주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타임머신을 타고 고향으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말했다.
 
'탕탕탕!' 시끌벅적한 행사장에 탁자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봉숭아꽃잎으로 하얀 손수건을 물들이는 체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 주부는 힘껏 숟가락을 두드리고 있는 자녀에게 "스트레스를 풀어라"며 응원했다.

이를 눈여겨보던 아이트 하찌 카말(모로코) 씨도 손수건 위에 꽃잎을 올려두고 꽃물이 배어들 수 있도록 숟가락을 힘차게 내리쳤다. 그는 "손수건에 물든 색이 참 예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 행사 진행자가 봉숭아 꽃물을 들인 손수건을 널어 말리고 있다.

축제장에는 각종 만들기 부스가 세워졌고, 먹거리도 무료로 제공됐다.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는 화전은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쫀득한 찹쌀반죽 위에 꽃잎을 올려 만든 화전은 설탕을 뿌려 달콤한 냄새를 폴폴 풍겨댔다. 시원한 수박화채와 냉커피, 달디 단 달고나도 인기 먹거리였다.
 
화전을 입에 한가득 물고 체험부스를 돌아다니던 김유진(12·내외동) 양은 "먹을 게 많아서 좋다. 이곳에서 부채도 만들고 페이스 페인팅도 했다. 다음엔 언니와 친구들을 모두 데리고 오고 싶다"고 말했다.
 
정다운 대표는 "봉숭아 꽃물들이기 축제는 놀이문화에 빠진 청소년들과 단절된 가족, 독거노인들을 위해 마련한 행사다. 봉숭아꽃을 키울 때 폭염과 가뭄으로 고생했지만 축제장을 찾아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내년 10주년 행사 땐 모금활동을 벌여 모든 계층이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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