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아크, 여름방학 특별전 진행
오는 10월 29일까지 큐빅하우스서
동화책 주제로 회화 등 39점 전시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 질 거야."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왕자>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며칠 전 이 책을 다시 꺼냈습니다. 신기하게도 오래 전 읽었을 때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아니 전혀 다른 책을 읽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작가는 아마 이런 이유로 <어린왕자>를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밝혔나 봅니다.
 

▲ 정광민 작가의 '어린왕자-이별'.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저 별들 중에서/ 유난히도 작은 별이 하나 있었다네/ 그 작은 별엔 꽃이 하나 살았다네/ 그 꽃을 사랑한 어린 왕자 있었다네'
 
'사랑과 듀엣'이 37년전에 부른 노래 '꽃과 어린왕자'를 흥얼거리며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으로 향합니다. 지금 그곳에서는 '어린왕자-세계의 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어린왕자>를 주제로 한 행사입니다. 책을 다시 읽은 감동을 가슴에 품고 전시장으로 가 보았습니다.
 
전시장은 주제에 따라 3개 분야(파트)로 나뉩니다. 
 
제4전시실의 '파트 1-푸른 별 여행'은 <어린왕자>의 배경이 되는 공간입니다. 캄캄한 밤하늘에 커다란 달이 떠 있습니다. 푸른 기운이 감돌아 신비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변지현 작가의 작품 '달 꽃'입니다. 마치 동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 어린왕자가 지구에 와서 처음 닿은 곳, 사하라사막에 간 기분입니다.
 
이곳에서는 어린왕자가 좋아하는 일몰도 끊임없이 볼 수 있습니다. "난 해 지는 게 정말 좋아. 언젠가는 해 지는 걸 마흔 네 번이나 봤어. 그거 알아? 아주 슬퍼지면 해 지는 것이 보고 싶거든." 어린왕자가 이 말을 할 땐 마음이 아팠습니다. 해가 지는 걸 마흔 네 번 본 날, 그는 그만큼 슬펐다는 이야기니까요. 하원 작가의 '디지털 이클립스'는 해가 지고 달이 뜨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작품입니다. 어린왕자를 위한 선물인가 봅니다.
 
'파트 2-마음의 눈'(제5전시실)으로 들어섭니다. "비밀을 하나 알려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여우가 떠나는 어린왕자에게 한 말입니다. 이 곳은 비가시적인 것에 초점을 둔 공간입니다.
 
한경우 작가의 작품 '리클레이밍'에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이 그려져 있습니다. 장미꽃 옷을 입고 선 소녀도 눈에 띕니다. 아기처럼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있습니다. 김소연 작가의 작품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입니다. 소녀를 보니 어린왕자가 사랑한 장미가 떠오릅니다. 장미는 미성숙하고 자기중심적이며 상대방을 배려할 줄 모르는 존재입니다. 아직은 다 자라지 않은 현대인의 모습과도 겹쳐집니다.
 
'파트 3-만남과 길들임'(제6전시실)은 '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관계를 설명합니다. "넌 아직까진 내게 수많은 아이들과 다를 게 없어. 그러니 나에겐 네가 필요 없고, 물론 너도 내가 필요 없겠지. 너에겐 내가 수많은 여우 중 하나일 테니까. 하지만 만일 네가 날 길들인다면 우린 서로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 신수진 작가의 '하나뿐인 한 송이 꽃'. 관객들이 꽃을 만들어붙여야 하는 미완성작이다.


전시실에는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장치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습니다. 신수진 작가의 '하나뿐인 한 송이 꽃'은 미완성 작품입니다. 관객들이 꽃잎을 만들어 붙어야 작품이 완성됩니다. 한 쪽 벽면에는 3개의 빈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곁에는 작은 오디오가 놓여 있습니다.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상상하며 관객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현대미술과 관객의 관계가 고려된 공간입니다.
 
이번 전시회는 오는 10월 29일까지 열립니다. 다양한 분야의 작가 11명이 회화, 조각, 도자, 유리, 영상 등 39점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전시를 기획한 박한나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회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어린왕자>는 세계 270개의 언어로 번역될 만큼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하는 동화입니다. 늘 되새겨보기 좋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름방학 특별전으로 준비했습니다. 이번 전시가 책장에 꽂힌 빛바랜 동화책 <어린왕자>를 다시 펼쳐보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어린왕자는 사랑하는 장미를 두고 소행성 B612를 떠나 은하계의 다른 별들을 여행합니다. 이번엔 지구, 그 중에서도 김해를 여행하고 있나 봅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가족이 함께 동화 <어린왕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문학과 미술, 두 가지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멋진 여행이 될 겁니다. 혹시 모르죠. 어린왕자를 따라 소행성 B612에 놀러가게 될지도….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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