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먹어도 됩니까?"

요즘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저도 과거에는 꽤나 패스트푸드를 좋아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지금은 개인적으로 햄버거를 즐기지는 않습니다. 소위 '햄버거 병'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중년을 넘기고 나니 생활습관병(과거에는 성인병이라 불렀습니다)이 걱정되고, 특히 복부비만은 섭취하는 음식종류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요즘 장출혈성대장증후군을 앓은 후 용혈성 요독증후군(HUS)이 발생했고, 이 때문에 신장기능이 나빠져 복막투석을 받고 있는 어린이 기사를 접한 후 햄버거를 먹어도 되는지 논란이 큽니다. 지난해 9월, 4세 어린이가 아버지와 함께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고 2~3시간 이후부터 복통·설사에 시달렸고, 발병 사흘 뒤에는 중환자실에 입원해 장출혈성대장증후군에 의한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진단받았다고 합니다. 심각한 상황은 벗어났지만 신장기능이 심하게 손상돼 현재까지 복막투석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어린이의 보호자는 햄버거의 덜 익은 고기패티가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해당 패스트푸드 업체는 발병이 햄버거 때문이라는 의학적 근거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반박합니다. 같은 날 그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었던 다른 손님들은 아무 이상이 없었다며 어린이의 질병이 햄버거와는 관련이 없다는 게 업체의 주장입니다. 보호자는 해당 업체를 형사고발했습니다. 결국 '햄버거병' 사태는 법정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의사 입장에서 볼 때  햄버거와 장출혈성대장증후군의 인과 관계를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와중에 지난 6월 강원도 원주의 어린이집 등에서 장출혈성대장증후군 어린이 환자 6명이 집단 발병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다행히 5명은 회복했고, 1명만 용혈성 요독증후군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어린이들은 당시 햄버거를 먹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장출혈성대장증후군은 대장균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한 후 복통, 혈변성설사 등을 일으키는 식중독입니다. 과거 O-157 대장균에 의한 집단발병으로 한 때 떠들썩했던 질병입니다. 이후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돼 질병관리본부에서 집중 감시를 하고 있습니다.

오염된 음식물과 관련된 질환이다 보니 여름철에 발병 가능성이 특히 높습니다. 대장균은 말 그대로 사람이나 동물의 대장에 기생하는 세균입니다. 주로 배설물에 오염된 음식(동물의 내장을 포함하는 고기류, 오염된 물 및 채소 등)을 섭취한 후 발병하게 됩니다.

장출혈성대장증후군에 걸리더라도 요즘은 대증적 치료만 잘 하면 대개는 큰 합병증 없이 회복됩니다. 다만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는 영·유아나 노인들에게는 심각한 합병증과 후유증을 남기기도 합니다. 특히 영·유아기의 장출혈성대장증후군은 신장기능을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용혈성 요독증후군(HUS)의 가장 흔한 원인이 됩니다.

동물의 분변에 직접 오염이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오염된 음식물을 조리한 기구(칼, 도마, 행주 등)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급적 자주 조리기구를 소독하고, 채소는 먹는 물에 5분간 담궈 두었다가 흐르는 물에 2~3회 세척해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가열할 수 있는 식재료는 60도 이상에서 약 20분 이상 조리하면 대장균은 쉽게 죽습니다. 따라서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햄버거 패티가 덜 익혀진 상태였는지, 아니면 고기패티 재료가 오염됐던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또 다른 오염원이 있었던 것인지는 검찰의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겁니다. 어찌됐던 좋아하는 햄버거를 먹고 난 후 심각한 질병 때문에 하루 10시간 이상씩 복막투석을 해야 하는 어린이와 가족의 고통이 하루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방학을 맞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를 무조건 먹지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집에서 직접 주부가 만들어 먹이는 '엄마표 햄버거'는 어떨까요.
김해뉴스 홍태용 한솔재활요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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