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지훈 군이 몽골 을기의 '트레버게스트하우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몽골~러시아 연결 알타이산맥 따라 질주
‘윈도우 바탕화면’ 같은 절경에 촬영 반복

 오토바이 여행객 집합소 ‘을기’에서 하루
 서로 주소 주고받으며 “우리집 방문해주길”

‘바이크족’ 아저씨 부탁으로 갑자기 초밥 제조
 맛있는 식사하고 ‘반야’ 들어가 피로 말끔히



 

몽골 알타이에 도착해 오랜만에 따뜻한 물로 몸을 씻었다. 몽골의 초원에는 산이 없고 계곡도 없어 물이 귀하다. 아빠는 중학생 때 처음 '알타이'라는 이름을 듣게 됐다고 했다. 학교 국어시간에 한국어가 몽골어와 같은 우랄알타이어에 속한다고 배웠다는 것이다.

우랄산맥에 닿으려면 여기서 서쪽으로 한참을 더 가야 한다. 알타이산맥은 몽골 알타이에서 시작해 호버드, 을기를 거쳐 러시아 알타이공화국으로 이어진다. 어쩌다 보니 우리는 알타이산맥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높이가 3000m는 족히 넘을 것 같았다. 산꼭대기에는 눈이 아직 남아 있었다. 물도 공기도 아주 깨끗했다. 여기에 집을 짓고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살지 않아서 무서울 것 같기도 했다.

▲ 평원에서 올려다 본 하늘. '윈도우 바탕화면'을 연상케 한다.

몽골 동쪽 끝에 있는 도시 호버드를 지나니 아름다운 산속 풍경이 펼쳐졌다. 길은 험하지만 경치가 정말 좋았다. 파란 하늘은 '윈도우 바탕화면'을 보는 듯했다. 가다가 서서 사진을 찍고, 또 가다가 서서 사진 찍기를 반복했다. 한참을 달려 '을기'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우리는 트레버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그곳은 세계 각국에서 온 오토바이 여행객들의 집합소였다. 우리처럼 몽골을 지나온 사람들과 앞으로 몽골로 갈 사람들이 섞여 서로의 여행계획을 나누고 있었다. 우리가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갈 예정"이라고 하자 프랑스, 네덜란드, 폴란드에서 온 여행객들이 자기 집에 들러 자고 가라며 주소를 적어 주었다. 우리도 한국에 오면 연락하라며 명함을 건넸다. 모두들 참 밝고 착한 사람들 같
았다.

다음날 몽골에서 다시 러시아로 국경을 넘었다. 높은 산 깊은 계곡을 지나 천천히 달리고 있는데, 산악용 오토바이를 탄 빡빡머리 아저씨가 우리를 불러 세웠다. 알고 보니 그는 러시아 산악용 오토바이 선수였다. 금메달도 여러 번 딴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를 오토바이클럽 '알타이모토'의 모임에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만난 아저씨들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한 아저씨가 아빠에게 "직업이 뭐냐"고 물었다. 아빠는 "한국에서 초밥가게를 운영한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클럽회원 모두가 초밥을 만들어달라며 아빠를 졸랐다. 아빠는 "여기는 바다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신선한 생선을 구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난처한 표정을 짓던 아빠는 잠시 고민한 끝에 "초밥을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주변에 있는 조금 큰 가게에 들러 냉동송어와 연어, 소고기, 계란을 사왔다. 아빠는 냉동 생선을 쓰는 건 좋지 않지만 여기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했다. 대신 깨끗하게 재료를 손질해 요리를 시작했다.

아빠는 쉴 새 없이 초밥을 만들었다. 잠시 후 초밥 8인분이 완성됐다. 모두들 허겁지겁 먹었다. 그리고는 "판타스틱"이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아저씨들은 또 "이렇게 깊은 산골에서 초밥을 먹을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 러시아 전통 사우나 '반야' 외관. 최정환 씨가 사우나를 즐긴 뒤 잠시 쉬고 있다. 최 씨 부자가 오토바이클럽 '알타이모토' 회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식사 후 우리는 러시아 전통 사우나인 반야를 하러 갔다. 지은 지 60년 된 조그만 건물 안에 커다란 난로가 있었다. 난로에 장작을 넣어 열을 내고 돌을 달군 뒤 물을 부으면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한국의 스팀사우나와 비슷하다. 5분 동안 뜨거운 곳에 있다가 밖으로 나와 잔디에 드러누워 찬 공기를 마신다. 이 과정을 반복하는 냉온 사우나 방식이다. 특이한 점은 참나무 잎으로 몸을 두드린다는 점이다. 나는 더워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버렸다. 하지만 반야에서 땀을 흘리니 몸이 가뿐해지고 상쾌해지는 것 같았다.

▲ 몽골 알타이~러시아 비스크 지도.

오토바이 선수 아저씨는 여러 대의 산악용 오토바이와 겨울에 탈 수 있는 스노모빌을 갖고 있었다. 이곳은 겨울이 되면 아주 춥다고 한다. 영하 40도까지 기온이 떨어지고 눈이 1m 이상 쌓인단다. 그는 공짜로 스노모빌을 실컷 태워 줄 터이니 겨울에 꼭 다시 들르라고 했다.
몽골 알타이, 그리고 러시아 알타이. 비록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국경은 나뉘어져 있었지만 고맙게도 우리는 두 나라 어디에서든 다름없이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아쉽지만 또 떠날 시간이 됐다. 이제 카자흐스탄으로 향한다. 김해뉴스 최정환 최지훈 유라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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