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카로운 산봉우리 아래로 펼쳐지는 양삭의 도로. 관광지답게 오토바이와 택시들이 오가고 숙박업소와 가게들이 즐비하다.



 산수화 풍경 밑 ‘백패커 천국’ 서가거리
‘중국의 지구촌’ 별명 번화 재래시장

 전통가게·식당에 유럽풍 등 각국 상점도
 물건 팔 땐 종이에 적은 영어로 의사소통

 공안 수시로 돌아다녀 치안은 신경 안써
 상인들 “관광상품 개발, 친절 위해 노력”



중국의 3대 산수 중 한곳으로 손꼽히는 계림 동북부에는 관광도시 양삭(陽朔)이 있다. 양삭에는 예로부터 '계림의 산수는 천하제일(桂林山水甲天下), 양삭의 산수는 계림제일(陽朔山水甲桂林)'이라는 말이 전해져 온다. 하늘 아래 양삭의 경치를 따라올 곳이 없다는 이야기다.
 
양삭에는 '외국인의 거리'로 불리는 양삭 서가(西街) 거리가 있다. '서양 거리'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직역하면 '서쪽 거리'라는 뜻이기도 하다. 매년 현지 인구의 3~4배에 이르는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며, 중국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거리다.
 
양삭으로 가려면 계림공항에 내려 계림버스터미널로 이동한 후 양삭행 버스를 타야 한다. 40분간 이동한 뒤 양삭버스터미널에 내리면 한 정거장 거리에 서가거리가 있다. 손대면 찔릴 것 같은 날카로운 산봉우리 아래로 펼쳐진 도로에는 관광버스, 택시, 자전거 들이 쉴 새 없이 오간다. 아름다운 자연과 공존하고 있는 도시의 모습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버스에서 내린 여행객들은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양삭 풍경에 잠시 멈춰 섰다가 짐가방을 메고 서가 거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 사람들로 붐비는 양삭 서가거리의 두 풍경.

서가 거리는 배낭여행자들의 낙원이다. 계림에서 간단한 영어가 통하는 유일한 장소인데다 영어 간판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접근성도 높다. 햄버거, 치킨 등을 파는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이 즐비해 향신료 냄새 때문에 끼니를 굶을 걱정도 덜 수 있다. 이 때문에 서가 거리는 '여행자들의 입맛에 맞게 꾸민 중국의 유일한 거리'라고 소개되기도 한다. 
 
양삭의 관광안내원 장링링 씨는 "2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양삭은 중국의 지구촌이라고 불린다. 서가 거리는 양삭에서 가장 번화한 재래시장이다. 해외여행객뿐만 아니라 관광 온 중국인들도 많이 찾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서가 거리 입구에는 관광투어 서비스센터가 있다. 여행사와 오토바이, 자전거 대여소도 즐비하다. 장 씨는 "서가 거리는 여행객들에게 양삭 일대의 관광지를 연결해주는 허브 역할을 한다. 양삭에는 자연경관이 뛰어난 리강과 세외도원, 은자암 동굴, 용호공원, 흥평고진 등 유명 관광지가 많다. 여행자의 입맛대로 여행사를 중개해 준다"고 말했다.
 
리강 야외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수상쇼 '인상유삼저'는 양삭에 가면 꼭 관람해야 할 필수코스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지휘한 장예모 감독이 만든 공연으로 출연자만 700여 명에 이른다. 리강의 산수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인상유삼저에는 강변 5개 마을 어민들이 출연해 생계에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지역 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질 높은 문화공연 한 편이 주민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양삭의 여름은 고온다습하다. 소녀들이 길거리에 나와 '하드'를 팔고 있는 모습은 흔한 광경이다. 간헐적으로 비도 자주 내려 거리 곳곳엔 물웅덩이가 파여 있고, 바람에는 물비린내가 실려 코를 괴롭힌다. 어스름 해가 저물면 거리 빈 곳을 찾기 힘들만큼 인파는 늘어난다. 워낙 사람들로 붐벼 헤집고 걸어 가야 할 수준이다. 하염없이 사람 구경하기엔 제격인 장소다. 서가 거리 입구에서 끝까지는 1㎞도 채 안 된다. 그러나 노점상, 숙박업소, 가게 들이 빼곡히 들어차 갖가지 볼거리를 선사한다.
 
서가 거리는 대부분 저층 건물로 이어진다. 각 건물은 1층을 가게로 활용하고 2~3층은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업소로 쓴다.
 
상점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중국 전통물건을 파는 토산품점 건너편에는 유럽풍 식당이 자리해 있다. 고소한 전통과자를 맛볼 수 있는 전병가게 옆에는 피자와 파스타를 파는 이탈리아 식당이 있다. 이외에도 태국, 독일,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베틀을 이용해 천을 짜는 노인 옆엔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를 팔고 있는 모습이 대조적이다. 초상화를 그려주는 미술가와 피리를 불고 있는 노점상, 점토를 이용해 얼굴 모형을 만들어주는 잡화점 상인 등 각자 재능을 이용해 눈길과 발길을 이끌고 있다.
 
잡화점 상인 왕지에 씨는 "서가 거리는 관광특구답게 동·서양의 문화가 혼재해 있다. 서양음식점과 펍이 많아 관광객들이 좋아한다. 판매할 때 필요한 영어는 종이에 적어둔 덕분에 의사소통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 낮보다 뜨거운 서가거리의 밤. 초상화를 그려주는 미술가와 피리를 부는 잡상인, 꼬치구이를 파는 노점상이 눈길을 끈다.

 
길거리 음식도 관광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특히 닭날개, 삭힌 두부, 소고기, 감자, 왕누에 등 갖가지 음식재료를 선택해 숯불에 구워내는 꼬치구이 '샤오카오'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야식이다. 망고와 수박, 코코넛 등 각종 과일을 혼합해 만든 음료는 더위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다. 팔뚝만한 수박을 통으로 갈아내 만든 통수박 주스는 줄을 서서 먹을 정도다.
 
호주에서 왔다는 관광객 토니 하워드 씨는 "양삭의 대표음식은 리강에서 잡은 물고기로 만든 생선찜이라고 한다. 지역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독일맥주를 팔고 있는 라이브 카페에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점상들은 다양한 물건을 내다 판다. 어린 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주로 열쇠고리나 장난감, 과일, 원피스를 내놓는다. 진열대가 없으면 손으로 들고 서서 판다.
 
서가 거리의 낮과 밤은 천양지차다. 낮은 그야말로 한적하고 차분한 분위기지만, 밤이 되면 불빛이 번쩍이는 유흥거리로 변신한다. 바나 술집 앞에서는 속옷 차림의 여성이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벽면이 통유리로 된 클럽 안에서는 화려하게 치장한 남녀들이 번쩍이는 조명 아래에서 K-팝을 들으며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카페나 길거리에는 가수 지망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자리를 잡고 노래를 부른다.
 
낮보다 밤이 화려한 거리지만 공안들이 수시로 돌아다녀 안전한 편이다. 인파 때문에 벌어지는 사사로운 다툼이나 소매치기는 피할 수 없는 문제여서 가방 단속은 신경써야 한다. 여행자의 거리는 밤늦은 시간까지 쉽게 잠들지 않는다. 새벽까지 시끌벅적한 탓에 거리에 위치한 숙박업소들은 숙박객을 위해 귀마개를 제공할 정도다.
 
한국인 관광객 유지인 씨는 "확실히 다른 중국 여행지보다는 이색적이다. 다만 관광지여서 물가는 저렴하지 않은 것 같다. 상인들이 기본적으로 가격을 2~3배 올려 부르는 느낌도 받았다. 여행 전에 물가를 자세히 알아보고 물건을 구입해야 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상인 왕 씨는 "서가 거리는 빠져나가는 인파만큼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 폐점하는 가게 수만큼이나 새로 들어서는 곳도 많아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상인들도 이에 발맞춰 관광상품 개발에 힘쓰고 친절한 모습으로 고객을 응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삭(중국)=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