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 상태 빠져 경관에 횡설수설
반응검사에 양성 나와 구속영장



"누가 저를 쫓아오고 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지난 17일 오후 8시 무렵이었습니다. 이날 생림파출소에는 여느 때와 같이 경찰관 2명이 당직 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한적한 파출소의 정적을 깨고 누군가 헐레벌떡 파출소 문을 열었습니다.

불안한 표정의 방문객은 캄보디아 출신 B(24) 씨였습니다. 그는 경찰관에게 무언가를 정신없이 설명했지만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바람에 두 경찰관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B 씨에게 무슨 급한 사정이 있는 걸까.'

이들은 손짓, 눈짓 등 모든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밖에 누가 있다는 시늉, 달리는 듯한 몸짓을 통해 경찰관은 '누군가가 나를 위협하며 쫓아오고 있으니, 나를 보호해달라'는 B 씨의 메시지를 알아차렸습니다. 조금 뒤 캄보디아어 통역 봉사자와 전화를 연결한 결과, B 씨가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게 맞았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외국인이 파출소를 찾아오는 일도 흔치 않은데다 갑자기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것도 이상했지만, B 씨의 행동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게 적지 않았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횡설수설하는 모습,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산만하게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모습을 보고 두 경찰관은 B 씨를 이상하게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캄보디아 통역 역시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다"면서 통역을 어려워했습니다. 게다가 B 씨는 환각을 보는 듯한 행동을 보였습니다. 파출소에는 경찰관들과 B 씨뿐인데, 그는 빈 공간을 가리키며 누가 있다는 듯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두 경찰관은 술에 취한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가 처음 파출소에 들어올 때부터 술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B 씨가 정신이상자이거나 마약을 복용해서 환각을 보는 것이라고 판단하고는 그를 김해중부경찰서로 인계했습니다.

B 씨는 자정쯤 김해중부경찰서에 도착했고, 그날 밤을 경찰서에서 보냈습니다. 다음날 오전 9시, 캄보디아 통역 봉사자가 경찰서에 도착한뒤 본격적인 경찰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B 씨가 한국에 온 것은 2014년이라고 합니다. 그는 지난해까지 생림면의 한 공장에서 일을 했다고 합니다. B 씨는 어제 왜 경찰서를 찾아왔는지, 누가 자신을 쫓아오고 있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김해중부서는 B 씨에게 마약반응검사를 실시했습니다. 역시 '양성'이 나왔습니다. 그가 투약한 마약은 필로폰이었습니다. B 씨는 마약을 투약한 뒤 환각상태에 빠져 누군가가 자신을 쫓아온다고 착각하는 바람에 자신의 발로 경찰서를 찾아갔던 것입니다. B 씨는 어디서 마약을 투약했으며, 어떻게 마약을 구했는지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지난 19일 B 씨를 상대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제발로 경찰서를 찾아간 마약 사범. 어떻게 보면 참 '바보 같은', 황당한 일입니다. 그러나 바보 같이 경찰서에 찾아간 게 어찌 보면 잘 된 일일지도 모릅니다. B 씨가 더 늦기 전에 마약의 늪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일 수도 있습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이 기사는 지난 17일 마약을 한 채 생림파출소를 찾은 캄보디아인 B 씨의 사건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재구성해 만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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