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두 차례 김해도서관 모임
영화 보거나 선정도서 토론
봄·가을 야유회 즐기며 친목도



가마솥 같은 폭염이 연일 이어지던 날 저녁, 김해도서관 2층 구지봉실은 일을 마치고 모인 직장인들로 가득 찼다. 식사를 거른 모양인지 다들 손에 샌드위치를 하나씩 들고 이름이 적힌 자리에 앉았다. 책상에는 이날 모임의 선정도서인 <시민의 교양>이 놓여 있었다.
 
직장인 독서모임 '책풍경'은 매월 첫째 주, 셋째 주 목요일에 이곳을 찾는다. 첫째 주에는 함께 영화를 보거나 서로 책을 추천해주는 시간을 갖는다. 셋째 주에는 미리 읽고 온 선정도서를 두고 토론을 진행한다. 
 
회원들은 이날 모임을 통해 작가 채사장이 쓴 <시민의 교양>을 읽은 각자의 생각을 주고받았다. 진행은 정석수(51) 회원이 맡았다. 그는 간략하게 저자와 도서의 내용을 소개했다.
 
이 책은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7가지의 현실 인문학 내용을 담고 있다. 세금, 국가, 자유, 직업, 교육, 정의를 다룬다. 그리고 문제를 고민할 때 필요한 배경지식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놓았다.
 
김지희(33) 회원은 "책을 통해 세금의 형태 등 많은 부분을 알게 됐다. 학생 때 배웠던 내용을 압축해서 잘 정리해 놓은 것 같다"며 책을 읽은 소감을 밝혔다. 박남주(29) 회원은 "책을 읽는 내내 형광펜으로 줄을 긋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참느라 혼이 났다"며 웃었다. 그가 털어놓은 솔직한 속내에 다른 회원들도 공감하며 웃어 댔다.
 

▲ 직장인 독서모임 '책풍경' 회원들이 도서 <시민의 교양>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책풍경'은 2009년 처음 만들어졌다. 지금은 회원 13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모임이 끝난 뒤 음식을 먹으러 가거나, 봄·가을에 야유회를 즐기며 친목도 다진다. 세월이 길다 보니 결혼 등 대소사를 함께한 회원들도 있다.
 
김영숙(45) 회장은 초창기 멤버다. 그는 "단순히 책만 다루는 것이 아니다. 책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든 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개인적인 부분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특히 철학 책을 읽고 토론을 할 때면 내면의 이야기를 많이 꺼내놓게 된다. 그럼 스트레스도 풀리고 마음에 위안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워킹맘' 전선희(40) 회원은 "아이가 33개월 됐다.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너무 힘이 들었다.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독서모임을 선택하게 됐다. 여기 오니 혼자라면 읽지 않았을 책도 끝까지 읽게 되는 게 좋았다. 특히 이번 책은 너무 마음에 들어 동료 직원에게 권해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회원들 앞에 놓은 이름표에는 이름뿐만 아니라 인터넷카페에서 사용하는 별명도 적혀 있었다. '애몽이', '채색화', '평안', '시나위' 등 독특한 이름이 많았다.
 
김 회장은 "모임에서 서로를 부를 때는 카페용 별명을 썼다. 그런데 밖에서 별명을 부르니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는 것 같더라. 그래서 이번 모임부터는 실명이 함께 적힌 이름표를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카페를 잘 활용한다. 회원은 연중 수시로 모집한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인터넷 '다음카페'에서 '책풍경'을 검색해 가입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토론이 모두 끝난 후 회원들은 다수결방식을 통해 다음 달 선정도서를 정했다. 8월의 선정도서는 최광현 작가의 저서 <가족의 발견>이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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