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어린이가 후지코·F·후지오 박물관 2층 '모두의 광장' 벽면에서 상영되는 만화 '도라에몽'에 빠져 있다.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일본이다. 세계 각국에서 일본만화가 상영되고 있다. 만화작가 후지코·F·후지오의 작품 '도라에몽'은 우리나라, 중국, 홍콩, 타이완, 프랑스, 베트남 등 많은 나라에 수출됐다. 콘텐츠가 우수한 만큼 문화적, 상업적인 부분에서도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는 특정 만화와 만화가를 다룬 박물관들이 건립돼 인기를 끌고 있다.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는데도 줄을 서서 관람해야 할 정도다. 특히 박물관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캐릭터 상품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든 인기가 좋다. 이번 주에는 일본 도쿄에 자리한 만화 박물관 두 곳을 소개한다.


■지브리 미술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직접 디자인 제작
상설·영상전시실에 기념품가게·놀이공간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는 다카하타 아사오 감독과 함께 1985년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인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했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을 제작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2001년에는 도쿄 미타카시에 지브리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큰 나무숲이 우거진 이노카시라 공원과 인접해 있다. 이곳에서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작업들이 전시되고 있다.

미술관 건물은 미야자키 감독이 직접 디자인했다. 지하 1층과 지상 1·2층, 옥상으로 구성돼 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지하 1층으로 통한다. 오른쪽에는 상설전시실 '움직이기 시작하는 방'이 꾸며져 있다. 여러 개의 투명한 유리장 안에서는 만화 속 인물들이 스스로 움직이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왼쪽에는 영상전시실 '토성극장'이 있다. 입장할 때 받은 작은 필름을 건네면 준비된 30분짜리 짧은 만화영화를 시청할 수 있다.

지상 1층 전시실은 크게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하나는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보이는 상설전시실 '영화가 탄생하는 곳'이다. 작가가 직접 그린 캐릭터들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스케치 그림부터 채색을 끝낸 그림까지 함께 섞여 있어 작업의 전체 과정을 짐작할 수 있다. 일정하게 정돈된 모습이 아니라 압정을 이용해 이곳저곳 겹쳐서 전시해 둔 모습이 작가의 작업실을 연상시킨다. 반대편에는 기획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해마다 새로운 전시를 여는 공간이다.

2층에는 기념품 가게와 어린이들의 놀이 공간, 도서열람실이 들어서 있다. 기념품 가게에서는 각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 상품들이 판매된다. 인형, 티셔츠, 수건, 학용품, 과자 등 다양한 품목들을 구비하고 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공간이다.

▲ 지브리미술관 옥상에 세워진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 로봇.

옥상에는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에 등장하는 로봇이 우뚝 서 있다. 로봇 옆자리가 일종의 '포토존'이다. 옥상 등 야외공간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촬영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직원 미쯔하시 우미노 씨는 "미야자키 감독이 사진촬영을 금지시켰다. 개관초기에는 가능했는데, 1년이 채 되기 전에 규정을 변경했다. 부모가 아이들 사진을 계속 찍으면 아이들이 마음껏 이 공간을 즐기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관람객이 전시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관람객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지브리 미술관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2200여 명이다.

마유 나이토 홍보담당자는 "평소 관람객은 내국인과 외국인 비율이 거의 반반이다. 때때로 외국인이 많은 날은 전체의 80%를 차지하기도 한다. 한국어, 일어, 영어, 중국어가 기재된 안내서를 제공한다. 미술관 입장은 예약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현장에서는 입장권을 판매하지 않는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에서는 여행사 하나투어를 통해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고, 일본에서는 편의점 '로손'에서 구입할 수 있다. 미술관은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운영되며 화요일은 휴관한다.


■후지코·F·후지오 박물관

‘도라에몽’ 작가 후지모토 기념해 설립
 하루 평균 2000여 명만 예약받아 운영


후지코·F·후지오는 만화가 후지모토 히로시의 펜네임이다. 그는 아동 SF 만화 '도라에몽'의 저자로 유명하다. 도라에몽은 1969년 일본 학생용 잡지에 처음 연재됐다. 이후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돼 TV에 방영되기 시작했고 영화로 상영되기도 했다. 작가는 단행본 46권을 작업하던 중 1996년 62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일명 '도라에몽 박물관'으로 더욱 유명한 후지코·F·후지오 박물관은 지난 2011년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에 설립됐다. 생전에 작가가 왕성한 작품 활동을 벌였던 곳이다.

▲ 후지코·F·후지오 박물관 외부 전경.

도쿄 신주쿠역에서 오다큐선을 타고 20여 분을 달리면 박물관이 있는 노보리토역에 닿는다. 승강장에서는 만화 도라에몽 노래가 흘러나온다. 역과 박물관 사이에는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버스 외부는 물론 내부 손잡이와 벨 등에도 도라에몽 등장인물이 그려져 있다. 어른 승객들도 체면을 차리지 않고 버스를 배경으로 한 기념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후지코·F·후지오 박물관은 전체 1~3층으로 이뤄진다. 입실 전 안내직원이 가장 먼저 관람 시 주의해야 할 사항을 알려준다. 전시실에서 큰 소리 내지 않기, 음식물 반입 금지, 휴대폰 사용 금지, 사진촬영 금지 등이다. 실내로 들어서면 방문객의 국적에 따라 음성안내기가 지급된다.

전시실 관람을 안내했던 한 직원은 "하루 평균 2000여 명이 방문한다. 그 이상은 예약을 받지 않으니 더 올 수도 없다. 한국인은 보통 5~6명 정도가 포함된다. 요즘은 타이완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많다. 일본어 외에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설명하는 음성 안내기를 지원하고 있다. 안내책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1층 전시실에는 작가의 대표작품 중 컬러 원화가 주로 진열돼 있고, 2층 전시실에는 흑백 그림이 전시돼 있다. 1층과 2층을 잇는 통로는 '작품연표'를 중심으로 후지코·F·후지오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복도 끝에는 그의 작업실이 꾸며져 있다.

2층에는 전시실 외에도 관람객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짧은 만화영화를 보여주는 '후지코·F·후지오 시어터', 자유롭게 만화를 읽을 수 있는 '만화 코너', 미취학 아동만 출입이 가능한 '어린이 놀이방' 등 다양하다. 이 중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작은 캐릭터 인형을 뽑을 수 있는 기계와 사진을 찍는 기계가 배치돼 있는 '모두의 광장'이다. 광장 벽면에서는 도라에몽 만화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 자유롭게 만화책을 읽을 수 있는 '만화 코너'.

관람객들의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1층 출입구 앞에 마련된 기념품 가게와 3층에 자리하고 있는 카페이다. 기념품 가게에서는 도라에몽의 주인공들이 그려진 각종 상품들이 판매된다. 티셔츠, 가방, 컵, 빵, 쿠키, 학용품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카페에서는 간단한 식사도 제공된다. 도라에몽이 그려진 김밥과 돈가스, 커피 등을 맛볼 수 있다.

카페 옆 야외 전시장 '하늘정원'은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기 좋은 장소다. 만화 속 장면들이 연출돼 있어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있다.

전시실 내부에서는 지브리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사진촬영이 금지된다.

후지코·F·후지오 박물관의 홍보담당자 쇼코 요지 씨는 "원칙적으로 1층과 2층 전시실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 그 밖의 공간은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다. 전시물들은 빛에 민감하기 때문에 조명도 어둡게 한 상태"라며 양해를 당부했다.

후지코·F·후지오 박물관 역시 지브리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역시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일본의 편의점 '로손'에 설치된 티켓발매기 '로피(Loppi)'를 통해 예약, 발권, 구매를 동시에 할 수 있다. 방문 전날 구매해도 무방하다. 입장시간은 오전 10시, 12시, 오후 2시, 4시이며 하루 4번으로 지정돼 있다. 예약 시 시간을 미리 선택해야 한다.

 김해뉴스 /도쿄(일본)=이경민 기자 min@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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