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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7년 은하사 현판 ‘장유화상, 부처 나라 근본 잊지 않으려 자암 설립’
(15) 자암(子庵)
수정 : 2017년 08월 09일 (09:47:46) | 게재 : 2017년 08월 09일 09:45:01 | 호수 : 334호 11면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 한쪽으로 쓰러진 봉화산 마애불. 옛날 자암이 있었던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된다.


봉하마을 봉화산에 있었다는 작은 암자
조선시대 이전 폐사지 됐을 가능성 높아

<세종실록> 등에는 ‘자암산’ 기록 남아
통일신라 마애불 인근이 소재지로 추정

봉수대에서 백자, 옹기·기와조각 등 출토
문화재청 “마애불 이전 건물지 존재 짐작”


진영읍 본산리 해발 140m의 봉화산에는 가야시대 작은 암자인 자암(子庵)이 있었다고 전한다. 자암은 밀양의 부은암, 생림면의 모은암과 함께 수로왕대에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사찰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취임으로 전국에서 봉하마을을 찾는 발길이 늘었지만 이곳에 과거 가야불교 연기설화에 등장하는 자암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타계한 장소로 익숙한 봉화산은 과거 자암산이라고 불렸다. 정토원 선진규 원장에 따르면 1962년 정부가 지적조사를 할 당시까지만 해도 지적도에는 봉화산이 아니라 '자암산'으로 기재되어 있었다고 한다. 선진규 원장이 1960대 후반 봉화산 8푼 능선에 정토원을 설립하기 전부터 봉화산은 불교의 흔적이 끊이지 않던 곳이라고 한다. 일제강점기 이전 봉화산에는 조그만 암자들이 여럿 있었다고 전한다.

봉화산에는 최근 복원된 봉화가 있다. 봉화산이라는 이름은 여기서 나왔다. 봉화산 사자바위 위의 봉화는 세종 7년(1425년) 이전 축조돼 고종 32년(1895년)까지 건재했다. 부산과 밀양을 연결하는 연변봉수였다. 봉수대 내부에서는 조선시대 백자, 옹기조각, 기와조각이 출토되기도 했다.

   
▲ 호미를 든 관음상 앞에서 절하는 불자들.

1630년 발간된 <김해읍지>는 과거 봉화산에 암자가 있었음을 전하고 있다. '자암산에 있는데, 다만 무너진 불각이 층암에 있다가 오래 돼 없어졌다. 속언에 전하기를 가락국시대에 창건했다고 하고 부암, 모암, 자암이 연등하는 장소라고 했다. 임진왜란 때 당나라 사람이 산기(山氣)를 싫어해 바위를 뚫고 맥을 끊었다고 한다. 바위를 뚫자 붉은 피가 솟아 나왔다고 한다. 그 바위 틈에 동(銅·구리)을 끓여 부은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1857년 제작된 은하사 현판에도 장유화상이 부처의 나라(아유타국·인도)에서 왔다는 근본을 잊지 않기 위해 부암, 모암, 자암을 세웠다고 적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은금강병원 허명철 이사장은 1987년 지은 <가야불교의 고찰>에서 '옛 기록에 자암은 밀양의 부암과 무척산의 모암의 연등점(燃燈點)에 있다고 했다. 본산리에서는 이들을 쉽게 바라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암은 가락시대 절이다. 현재는 폐사됐지만 마애불, 미륵 바위와 축대가 아직 남아 있다'고 적었다. 허명철 이사장이 현지답사를 통해 이 책을 펴낸 만큼 1980년대까지만 해도 마애불 인근에 작은 암자가 놓였던 축대가 남아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허 이사장은 '이곳 지명이 본산리(本山里)가 된 것도 가야불교와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자암이 부암, 모암과 함께 가락불교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본산'이라고 불렀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허 이사장은 최근 <김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암, 부암, 모암 등 이름의 연원은 바로 허왕후와 그의 오빠 장유화상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선시대 초기 <세종실록>과 중기의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는 봉화산을 자암산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조선시대까지 봉화산이 자암산이라고 불렸다는 증거다. <김해읍지>에 따르면 어느 곳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곳에 석단이 존재했다는 기록도 있다. 1977년 문화재관리국이 펴낸 <문화유적총람>에는 '사지에는 석단이 남아 있으나 봉화사가 건립되어 남아있지 않다'고 기록돼 있다.

봉화산에서 과거 자암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후보지는 중턱에 위치한 마애불 인근이다. 마애불은 바위에 새긴 석불이다. 통일신라 또는 고려시대 것으로 여겨진다. 부처가 앉아 있는 자세를 하고 있는 여래좌상이다. 상반신 높이는 2.45m, 무릎 높이는 1.7m 가량이다. 마애불은 봉화산의 한 구석 바위 틈에 끼어 옆으로 드러누운 상태로 발견됐다. 불상의 광배는 없고 머리는 소발에다 큼직한 육계(부처의 정수리에 상투처럼 우뚝 솟은 모양)를 새겼다. 위엄 있는 표정에 볼이 풍만하다. 반쯤 감은 눈 끝은 위로 올라갔다. 마애불 일부 표면이 약간 훼손된 상태지만 형체를 판별하는 데 무리는 없는 정도다.

선진규 원장은 시기를 특정하기 힘들지만 옛날 지진으로 마애불이 넘어지고, 암자도 형체를 잃어버려서 자암이 자취를 감춘 것이 아니냐는 견해를 내놓았다. 현재 조선 초기의 기록인 <세종실록>에도 자암산에 암자가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므로 자암이 폐사지가 된 시기는 조선 이전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 사자바위 위의 봉수대.

마애불이 현재보다 상부에 위치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므로 평탄지에 예불과 관련된 소규모 건물이 조성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높으나 석축 등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2004년 인제대 가야문화연구소의 지표조사에는 마을주민들이 해방 전후 봉수대 주변에 작은 암자들이 군데군데 분포했다고 전언했다고 전했다.

2013년 문화재청이 불교문화연구소와 함께 펴낸 한국의 사지 현황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마애불 인근) 이곳에 종선문 와편의 존재를 통해 마애불 조성 이전에도 소규모 건물지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산재된 유물과 마애불의 양상으로 통일신라후기부터 조선전기까지 마애불과 관련된 소규모 시설 혹은 암자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찾은 봉화산에서도 과거 기와편이 쉽게 발견됐다. 마애불 바로 옆 공터에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쌓은 돌탑에서도 기와편 5~6점을 수습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대성동고분박물관 이유진 학예사는 "마애불 인근의 지표에서 기와편이 심심찮게 발견되는 것을 보면 인근에 마애불과 관련한 작은 암자 또는 구조물이 존재했을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봉하마을 사람들 사이에선 봉화산에 과거 허왕후가 와서 절을 짓고 제사를 지냈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봉하마을 주민 홍정숙(65)씨는 "사자바위에 올라가면 파인 홈이 있는데 가락국 시대 허왕후 일행이 와서 제사를 드리던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고 전했다. 사자바위 정상의 홈은 '컵 마크'라고 불리는데 평소엔 빗물을 고이도록 하고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땐 제물을 담아두는 제기(祭器)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 정토사 수광전과 백일홍 전설을 간직한 배롱나무.

한편, 선진규 원장은 아주 오래 전부터 봉화산 주변이 불교의 '참선터' 였다면서 이곳에 자암이 있었다는 사실은 여러 정황으로도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선 원장은 "마을 사람들은 현재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위 작은 못이 있던 골짜기를 '도둑골'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원래는 도를 얻고 깨우쳤다는 의미의 도득(道得)골이었다. 자암, 모암, 부암의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이것은 가족의 안위를 생각하는 마음이다. 자암은 생활불교이면서 도덕불교인 가야불교의 특색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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