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깨는 세계 이색 시위 소개
익살, 유머, 웃음의 강한 힘 강조


'시위'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당신이 떠올리는 모습은 무엇인가. 화염병, 머리띠, 자욱한 연기, 피, 흥분한 군중, 주먹, 폭력…. 이런 것을 상상했다면, 이건 분명 앞의 두 장면과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두 장면 또한 시위 현장의 모습들이다. 국제앰네스티 사무국장 스티브 크로셔의 <거리 민주주의-시위와 조롱의 힘>은 우리의 편견을 깰 수 있는 새롭고 이색적인 시위 방식과 현장을 담아낸 책이다. 유쾌하면서도 익살이 있고 조롱이 있는 시위 현장이랄까.

저자는 가까이는 중국에서부터 미국, 유럽, 중동까지 세계 전역에서 일어난 다양한 시위 현장 모습을 7가지 주제로 묶어 소개한다. 특히 세계 전역에서 일어난 시위 현장의 모습을 담은 사진 79개장은 독자들이 짤막한 글만으로는 그려보기 힘든 사람들의 '변화를 위한 창의적인 행동'을 생생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

독재자들은 흔히 박수갈채를 갈망하고 요구한다. 하지만 박수갈채가 때로는 시위가 되기도 한다. 2011년 벨라루스에서는 시위자들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을 향해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 정부 당국은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가뒀다. 이런 불충한 충성심을 막기 위해 한때 벨라루스 정부는 대통령이 연설할 때 손뼉 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바람에 대통령 추종자들조차 손뼉을 치지 못하고 조용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2014년 10월 홍콩. 우산으로만 무장한 수만 명이 그들의 대표를 뽑을 권리를 요구하며 우산을 쓰고 경찰 기동대와 맞섰다. 시위자들이 쓴 우산은 내리는 비뿐만 아니라 시위자들에게 쏘는 최루 가스를 막는 역할을 했다. 시위자들은 쇼핑하러 가자고 외치며 거리로 모여들었다. 이게 소위 홍콩의 우산혁명이다. 우산혁명은 홍콩의 행정장관 선거가 간선제로 실시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완전 직선제를 요구했다.

이외에도 샌드위치 먹기와 책읽기, 빨간 모자를 쓴 난쟁이들의 혁명, 변화를 위한 침묵(스탠딩 맨), 빈 의자 놓기, 인간띠 잇기 등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다양하고 기발한 시위 방식이 이 책에 가득하다. 물론 그 방식들은 너무나 단순하고 연약하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하고 연약한 시위가 때로는 더 많은 힘을 가질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최근 대한민국도 직접 경험하지 않았던가. 촛불집회가 가져온 변화와 그 힘을.

시위 현장에서 총검은 폭력을 억압할 수 있다. 하지만 평화, 비폭력엔 약해지곤 한다. 타인에게 폭력을 가하라는 명령을 받은 사람들은 그들이 때리거나 총검을 휘둘러야 할 대상이 비폭력으로 대응하면 매우 불안해 한다. 비폭력의 시위 앞에 총검은 위협을 가할 명분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부산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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