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라면과 맥주 역시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일본의 자랑거리다. 가진 장점을 잘 살려 상품화시키는 일본인의 특성은 박물관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일본 도쿄 중심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신요코하마 라면박물관'과 '에비스맥주 기념관'은 일본인들과 외국인들이 두루 찾는 음식 명소이다.

 

▲ 기념품 가게에서 각 지역 대표라면들이 판매되고 있다.



전국 라면 맛집 한데 모아 마니아층 발길


■ 신요코하마 라면박물관

매년 150만 명 방문 … 6개 언어 안내책자 제공
1958년대 재현한 옛 분위기에 추억거리까지
전세계로 영역 확장해 미국·독일 음식도 소개



라면의 본고장 일본에는 지역마다 고장을 대표하는 특별한 라면 메뉴가 있다. 돼지 뼈와 닭 뼈로 육수를 낸 규슈 구마모토 지역의 '돈코쓰라면', 깊은 맛을 자랑하는 홋카이도 삿포로의 '된장라면', 감칠맛이 일품인 오키나와의 '시오라면' 등이다.

라면 애호가 중에는 일본열도 전역을 돌며 각 지역의 대표라면을 맛보는 일명 '라면투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단지 라면만을 위해서라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이름난 전국의 라면 맛집들이 '신요코하마 라면박물관'에 모두 모여 있기 때문이다. 
 

▲ 신요코하마 라면박물관 외부 전경.

신요코하마 라면박물관은 이와오카 요지 관장이 고향인 신요코하마의 발전을 위해 1994년 3월 가나가와 현 요코하마 시에 설립했다. 도쿄의 중심지인 신주쿠 역에서 지하철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다. 매년 방문객은 무려 150만 명이다.

박물관은 지하 2개 층, 지상 1개 층 등 3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지하 1, 2층에는 9개 라면가게가 입점해 있다. 박물관이 개관할 당시에는 '일본 전역의 유명한 라면을 한 곳에서 먹을 수 있다'는 취지에 맞춰 가게를 구성했다. 최근부터는 전 세계로 그 규모를 확대했다.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독일 라면가게가 처음 들어섰고, 올 3월에는 참치 뼈로 육수를 낸 미국의 유명한 라면가게도 영업을 시작했다.

지하공간은 즉석라면이 처음 등장했던 1958년 일본거리를 재현하고 있다. 즉석라면의 발명이 일본을 '라면의 본고장'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라면가게 뿐만 아니라 카페, 과자점 등도 재현했다. 카페 '카테코'에서는 음료, 술, 가벼운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과자점 '유야케 상점'에서는 일본인들이 어린 시절 즐겨 찾던 학교 앞 문구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 관람객들이 지하 2층 식당에서 라면을 맛보고 있다.

올 초 입점한 '리시리 라멘 미라쿠'의 대표 미키 아다니야 씨는 "홋카이도에서 왔다. 거기서 유명한 라면집을 운영했다. 일본사람들 사이에서도 홋카이도 라면은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의 절반은 일본인, 나머지 절반은 외국인이다. 일본의 대표음식인 라면을 알릴 수 있어 뿌듯하다"며 웃었다.

1층에는 조그마한 전시공간과 기념품가게가 있다. 전시실 벽면에는 라면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이 걸려 있다. 기념품가게에서는 집에서 간단하게 끓어 먹을 수 있는 일본 각지의 라면들을 팔고 있다. 라면을 끓일 때 쓰는 각종 도구들과 아기자기한 그릇, 젓가락 등도 진열돼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기념품 가게 뒤편에는 슬롯카 레이싱 트랙이 설치돼 있다. 전체 30m 길이에 6개 구간을 갖추고 있다. 슬롯카 레이싱은 1960년대 일본에서 처음 유행했다. 당시의 놀이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원하는 차를 빌려 직접 운전해 볼 수 있다.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또 하나의 추억거리를 제공한다.

박물관 직원 사키 이토 씨는 "일본어는 물론이고 한국어, 영어, 중국어, 태국어, 독일어 모두 6개 언어로 제작한 안내책자를 제공하고 있다. 판매하는 라면 종류도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읽어보고 주문하면 된다. '미니라면'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식사대용이 아니어도 가볍게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도쿄 시부야구에 자리한 에비스맥주 기념관 전경.



자국 브랜드 강점 살린 전시·기념관 눈길


■ 에비스맥주 기념관

▲ 황금색 에비스맥주 캔.

과거 공장부지 활용해 갤러리, 시음관 등 마련
전문가 동행하는 40분간의 견학프로그램 운영
연간 방문객 23만 명, 한국인 많아 한글책자도



에비스맥주는 국내에서는 비교적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의 맥주 브랜드다. 해외 수출을 하지 않고 일본에서만 판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120년 전통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맥주다. 

에비스맥주 기념관은 2010년 2월 도쿄 시부야구에 문을 열었다. 삿포로맥주 본사 건물 지하 1층에 자리하고 있다.

안내데스크에서 근무하는 시미즈 메구미 씨는 "기념관은 삿포로맥주 회사가 운영한다. 현재 기념관이 있는 자리는 과거 에비스맥주 공장이 있었던 곳이다. 1887년 공장이 생겼다가 1988년 지바로 이전했다. 의미가 있는 공간이어서 기념관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에비스맥주 기념관은 '에비스 갤러리', '투어 카운터', '투어 라운지', '커뮤니케이션 스테이지', '테이스티 살롱', '뮤지엄 숍'으로 구성돼 있다.

에비스 갤러리는 에비스맥주의 탄생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소개하는 공간이다. 맥주 공장과 상품, 광고 변천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2차세계대전 영향으로 1943년부터 28년간 생산을 중단했다가 1971년 다시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전시실 내부에는 일본어와 영어로 된 자료 설명이 있다.
 

▲ 기념품 가게에 맥주 관련 소품들이 진열돼 있다.
▲ 에비스맥주 변천사를 볼 수 있는 에비스갤러리.

에비스맥주 기념관은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투어 카운터와 라운지, 커뮤니케이션 스테이지는 말 그대로 '견학'을 위한 곳이다. 브랜드 전문가가 기념관 구석구석을 돌며 40분간 에비스맥주를 설명한다. 설명은 일본어로만 진행한다. 에비스맥주가 일본에서만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약을 할 수도 있지만, 굳이 예약을 하지 않더라도 현장에서 500엔을 내고 참여할 수 있다. 참여자에게는 맥주 두 잔을 제공한다.

기념관 한가운데에는 1987년까지 에비스맥주 공장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커다란 구릿빛 솥이 전시돼 있다. 오른쪽에 있는 테이스티 살롱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에비스맥주를 맛볼 수 있다. 먼저 코인판매기에서 '에비스 코인'을 구입한 후 주문을 해야 한다. 대개는 1잔에 400엔이다. 800엔으로 세 가지 맛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시음세트가 인기다.

기념품 가게인 '뮤지엄 숍'에서는 맥주잔과 열쇠고리, 티셔츠, 안주거리 등이 진열돼 있다. 정작 맥주는 판매하지 않는다.

기념관 직원 다니가키 가나코 씨는 "관람객들이 기념품 가게에서 왜 맥주를 판매하지 않느냐고 자주 묻는다. 출입구 맞은편 미츠코시백화점 지하에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판매대까지 3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기념관 판매용으로 따로 맥주를 제작하면 비용도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간 평균 23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 한국 사람들도 많이 오기 때문에 한국어로 된 안내책자를 제공한다.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자주 소개가 되고 있다고 하더라. 그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해뉴스 /도쿄(일본)=이경민 min@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