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씨는 돈이 급하다며 '남편 B 씨 이름으로 6000만 원을 빌려주면 남편 소유 토지에 채권최고액 7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겠다'고 저에게 부탁했습니다. A 씨는 남편의 인감도장, 남편이 발급받은 근저당권 설정용 인감증명서, 남편이 발송한 '인감도장을 보낸다'는 문구가 기재된 편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A 씨는 또 '제 소유의 토지를 담보로 제공해 돈을 빌리는 데 있어 제반 서류 작성 권한을 아내 A 씨에게 위임한다'는 남편 B 씨의 위임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위임장에는 B 씨의 무인과 도장이 날인되어 있었고, B 씨의 주민등록증 상의 무인과 위임장의 무인이 비교돼 있었습니다.

저는 A 씨의 말을 믿고 6000만 원을 빌려주고 B 씨의 토지에 제 명의로 채권최고액 7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습니다. 그런데 B 씨가 최근 "아내에게는 차용행위와 근저당권설정행위 대리권이 없다"면서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제가 이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을까요?



A=상담자는 민법 제126조 '표현대리규정'의 보호를 받아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청구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126조는 '대리인이 그 권한 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 제3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번 상담과 동일한 사례에 '남편이 부인에게 이전에 별도로 토지의 근저당권설정 권한을 수여한 사실이 있어 기본대리권이 인정된다. 또한 금원을 차용해 주고 근저당권을 설정해 줄 당시 남편의 인감도장, 남편 본인이 발급받은 근저당권설정용 인감증명서, 남편이 부인에게 보낸 '인감도장을 보낸다'는 문구가 기재된 편지봉투 및 위임장을 부인이 제시했다면 상대방으로서는 부인이 남편을 대리할 적법한 권한이 있었다고 믿을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결국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규정을 적용해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유효하다고 인정해 남편의 근저당권말소청구의 소를 기각했습니다.

이번 판례사례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부인이 남편의 승낙 없이 남편의 토지에 설정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유효성이 인정됐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대법원 판례는 부부 일방이 상대방의 승낙 없이 한 부동산 처분행위를 '무권대리'라며 무효로 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대법원은 민법 제827 제1항 '부부는 일상의 가사에 서로 대리권이 있다'는 일상가사대리권에 부동산 처분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남편이 사업상 채무를 지면서 부인의 승낙 없이 부인 명의로 연대보증을 한 행위는 민법 제827조의 '일상가사대리권’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고,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에도 해당되지 않아 무권대리로서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서울지방법원도 '부인이 남편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한 행위는 민법 제827조의 일상가사대리권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번 상담 사례는 민법 제827조의 부부 사이의 일상가사대리권이 아니라 민법 제126조 표현대리 규정의 기본대리권 관점에서 부인이 과거 남편의 토지에 담보대출을 받은 권한을 수여받았던 사실이 있었다고 접근한 게 기존 판례와 다른 점입니다.

대리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부동산매매, 임대차 계약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확인사항은 본인의 계약의사 확인입니다. 상담사례와 같은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계약 체결 전 계약 당사자와 전화통화로 의사를 확인하고, 대리인에게 계약체결 권한을 부여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보관해두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김해뉴스 /이동환 부동산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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