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들(정영선 지음/낮은산/151p/9천500원)
1997년 중편 '평행의 아름다움'으로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한 정영선 작가의 장편소설. 소설집 '평행의 아름다움', 장편소설 '실로 만든 달', '물의 시간'에 이은 네 번째 장편이다. 이 소설은 부산의 한 여자고등학교 글쓰기 반을 배경으로, 겨우 네 명이서 '수제자'임을 자처하는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문학 수업을 하고, 선생님이 과제로 내준 단편소설을 한 편씩 읽어나가는 두 겹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네 편의 짧은 소설과 그 소설을 읽는 아이들의 일상을 통해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투영된다. 주인공 심온 등 아이들이 사는 곳은 부산 산복도로 마을. 한국 전쟁 때 피난민들이 자리 잡으면서 형성된 산동네다. 작가는 심온의 집이나 마을 풍경 등을 묘사하면서 부산 산동네의 독특한 분위기를 작품 속에서 전한다. 이 시대 청소년들이 지니고 있는 가벼움과 무거움을 함께 보여주면서, 문학에 다가가는 길을 알려주기도 하는 의미 있는 장편이다. 저자는 "어떤 형식이든 소설은 세상에 다는 댓글"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달린 댓글 속에서 현재 우리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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