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많은 두루미들이 이즈미 농지에서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거나 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매년 10월~이듬해 3월 총 7개 종 찾아와
겨울 모이주기 활동 덕 개체 수 매년 늘어

시청, 매년 11월~1월 여섯 차례 조사활동
가쿠쇼학교 학생, 자원봉사자 등 대거 참여
생태환경교육 통해 자연스레 애향심 키워




이즈미는 인구 6만 명의 작은 도시지만 일본 최대의 두루미 도래지로 명성을 얻고 있다. 북쪽의 야츠시로 해로 향하는 고메노쓰 강, 다카오노 강 등 하천의 풍부한 생물자원과 평야 덕분에 전 세계 흑두루미의 약 90%가 매년 10월~다음 해 3월 이즈미를 찾는다. 전 세계 두루미 24개 종 가운데 시베리아 흑두루미, 재두루미, 캐나다두루미 등 7개 종이 이곳에 온다.

두루미가 이즈미를 찾기 시작한 것은 이즈미가 간척됐던 17세기 초~19세기 말이다. 19세기 말 두루미 포획 금지법이 만들어졌고, 1921년 두루미가 일본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후 매년 겨울에 모이 주기 활동이 시작됐다. 이즈미는 1952년에는 '가고시마 현 두루미 도래지'로 지정됐다. 10년 뒤인 1962년에는 이즈미의 1180ha에 이르는 지역이 사냥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

이즈미를 찾는 두루미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1950년 293마리였던 게 1975년 3649마리, 1998년 1만 469마리, 지난해 1만 1872마리로 증가했다. 이즈미시가 하루 1.5t에 이르는 모이 주기 활동을 벌이고 서식지 보호활동을 진행한 덕에 매년 이즈미를 찾는 두루미 수가 늘어났다.
 

▲ 두루미박물관 ‘크레인파크 이즈미’에서 바라본 이즈미 전경.

1950년대 후반 두루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도래지 주변 농장에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이즈미시는 농작물 피해 방지를 위한 각종 지원책을 마련했다. 두루미박물관 '크레인파크 이즈미'의  마쓰이 츠토무 관장은 "두루미와 주민들이 공존하기 위해 농작물 피해 대책을 마련했다. 시에서 농가에 보조금을 주고 땅을 빌려 매년 10월~다음해 3월 모이를 주는 장소로 사용한다. 동시에 농작물 보호를 위해 농가에 방조 시설물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크레인파크 이즈미'는 '두루미·이즈미·만남'을 주제로 두루미의 일생, 알, 다른 나라 두루미 자료 등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1층에는 두루미 개체 수 조사 방법과 조사를 하는 학생들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이즈미시는 매년 11월~이듬해 1월에 여섯 차례 두루미 수를 조사한다. 조사에는 이즈미시립 가쿠쇼학교, 다카오노중학교의 동아리 '두루미클럽'을 중심으로 가고시마현 두루미보호회와 자원봉사들이 함께 참여한다. 두루미클럽 학생들은 두루미가 먹이를 먹으러 가는 장소의 경계선에 서서 날아가는 두루미 수와 날아오는 두루미 수를 센다. 두루미보호회와 자원봉사자들은 남아 있는 두루미 수를 더해 최종 두루미 수를 정리한다. 
 

▲ 가쿠쇼학교 학생들이 지난해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츠토무 관장은 "나도 가쿠쇼학교 출신이다. 학창 시절 두루미클럽에 참여해 두루미 수를 조사하면서 두루미와 가까이 지냈다. 두루미클럽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역 환경의 소중함을 배웠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가쿠쇼학교는 작은 시골학교지만 51년째 두루미 개체 수 조사를 하고 있다. 전교생은 초등학생 55명, 중학생 23명 등 총 78명이다. 초등 1~4학년은 매주 두루미 그림 그리기와 편지 쓰기 활동을 하고, 5~6학년은 이즈미와 두루미와의 관계 및 이즈미의 환경 등 두루미 관련 과목을 배운다. 중학생 때부터는 두루미클럽 활동을 시작한다.

가쿠쇼학교 학생들은 1960년 자발적으로 개체 수 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1966년 두루미클럽이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희망하는 학생들을 모집해 개체 수를 조사했다. 지금은 중학생 23명 모두 참여하고 있다. 두루미클럽은 두루미 개체 수 조사 외에 두루미 가족 구성, 분산 조사, 교지 '두루미 소리' 발간, 탐조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생태관광을 위해 이즈미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두루미 가이드 봉사도 한다.

▲ 가쿠쇼학교 두루미클럽실 '비상관' 전경

가쿠쇼학교 한쪽에는 흑두루미의 모양을 본 뜬 두루미클럽실 '비상관'이 있다. 비상관에는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두루미 소식지와 국내·외서 받은 환경상 등이 전시돼 있다. 무라카미 미츠구 교사는 지난 6년간 두루미클럽을 담당했다. 그는 "학생들이 직접 두루미 개체 수 조사를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졌다. 두루미클럽과 같은 생태환경교육은 자연스럽게 애향심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이 학교 3학년인 스미요시 겐토(15), 야마구치 니코(15), 아라키 나오(15) 학생은 학교 입구에 설치된 '두루미 개체 수 표'를 읽으며 두루미클럽 활동을 소개했다.
 

▲ 지난해 두루미를 관찰하는 다카오노중 '두루미클럽' 학생들.

아라키 양은 "오전 5시 30분부터 1만 마리가 넘는 두루미를 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추운 날씨에 손이 얼어 정말 힘들다.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이다. 두루미클럽 활동의 결과가 방송이나 신문에 보도될 때마다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야마구치 양은 "두루미 덕분에 다른 자매결연학교와 교류 활동을 했다. 그곳 학생들에게 두루미 개체 수 조사 비디오를 보여주며 강연했다. 두루미 덕분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뜻 깊었다"며 웃었다. 스미요시 군은 "두루미클럽 활동이 얼마나 즐거운지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도 적극 알리고 싶다. 지역의 생물에 많은 관심이 생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라카미 교사와 마츠이 관장은 생태환경교육의 중요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우리에게는 미래세대를 위해 귀중한 환경을 보호하고 유지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생태환경교육은 자연스럽게 환경의 소중함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미래세대를 위해 생태환경교육이 학교 일선에서 많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김해뉴스 /이즈미(일본 가고시마)=김예린 기자 beaurin@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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