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된 쪽 눈 잘 감기지 않거나
입술 다물어지지 않으면 의심
스트레스나 피로 과다해도 발병
미세한 증상이라도 나타나면
몸 따뜻하게 하고 휴식 충분히

직장인 장철우(53·김해시 구산동) 씨는 한 달 전 세수를 하면서 얼굴 한쪽에 감각이 둔하다는 것을 느끼고 거울을 보다 그만 쓰러질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입이 한쪽으로 약간 돌아간 이른바 '와사풍'에 걸린 것을 발견하고 곧바로 한의원을 찾았다.
 
날씨가 무덥고 습한 여름철에는 찬 음식을 많이 먹게 되고, 차갑고 시원한 곳을 즐겨 찾는다. 일반적으로 여름철에 흔한 질병이라고 하면 차가운 음식을 많이 먹어서 생기게 되는 복통이나 설사, 유행성 눈병, 냉방병 등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들 외에도 '구안와사' 혹은 '와사풍'이라고 불리는 질병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눈과 입이 비뚤어진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구안와사는 양의학에서 말하는 안면신경마비의 일종이다. 구안와사는 주로 차가운 기운에 노출이 많은 겨울철 노년층에서 발병하기 쉬운 질병이지만, 무더운 여름철에도 진료실을 찾는 환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는 여름철에 냉방이 잘 되는 실내와 무더운 바깥의 기온차로 인해 코나 기관지의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인체의 기운이 약해져서 외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 저하로 인해 발생한다. 특히 에어컨의 차가운 바람을 얼굴의 한쪽 부위에 지속적으로 쐬거나 덥다고 차가운 바닥에 얼굴을 대고 잠을 잔 이후, 여름철 비바람을 맞고 난 후에 급작스럽게 발병하기도 한다.
 

#구안와사의 증상과 특징
구안와사는 흔히 말하는 '뇌졸중(중풍)'과는 다르다. 뇌졸중의 경우 뇌에 이상이 생겨 팔과 다리 일부분이 마비되지만, 구안와사는 목까지만 마비가 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질병은 자신의 의지대로 얼굴의 근육을 움직이지 못하며, 한쪽 얼굴의 감각이 이상하거나, 이마와 볼, 입 주변에 주름이 잡히지 않고 입이 삐뚤어지며 입술이 처지게 된다.
 
마비된 쪽의 눈이 잘 감기지 않게 되고 입술이 다물어지지 않아 음식을 습취할 경우나 물을 마실 때 음식물이나 물이 한쪽으로 흐르는 것을 보고 병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구안와사를 한의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면 위장의 기능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동의보감에서도 잘 나타나 있는데, 동의보감에 의하면 "위장의 경맥은 입을 끼고 입술을 둘러쌌기 때문에 이 경맥에 병이 생기면 입이 비뚤어지고 입술이 찌그러진다"라고 하였다.
 
흔히 위장은 스트레스에 의해 가장 쉽게 손상을 받는 장기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피로가 쌓이게 되면 위장의 기능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구안와사가 발병할 수 있다.
 
실제로 한 대학병원 연구 결과, 구안와사로 내원한 환자 중 과반수가 야간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안와사의 발병요인으로는 과로와 피로, 스트레스가 60%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치료방법
구안와사가 발병했더라도 증상이 가벼울 경우, 별다른 치료 없이 저절로 낫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병세가 진행이 돼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구안와사의 원인이 되는 한기(寒氣)를 풀어주고 스트레스로 막힌 부위의 기운을 소통시켜주며, 지친 위장의 기운을 돋아주기 위해 한약과 침, 뜸, 부항 등을 이용하여 빠른 시일 내에 마비를 풀어주고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
 
구안와사의 경우,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충분히 받으면 대부분 후유증 없이 완전히 회복되지만,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통증을 동반할 경우, 또는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에는 후유증이 남기도 한다.
 
그러므로 더운 여름철이라 하더라도 지나친 냉방은 피하는 것이 좋으며, 특히 한 방향으로만 에어컨의 냉기를 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무더위에는 입맛도 떨어지고 위장의 기운도 잃기 쉬우므로 차가운 음식의 섭취를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땀을 많이 흘려 기운이 빠질 경우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일 마비가 나타나기 전 목 뒤가 뻐근하거나 입맛이 떨어지고 안면 감각이 둔한 느낌이 나타나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또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먹어 위장 기능을 보호하고, 감각이 둔한 부위를 따듯하게 해주면 구안와사의 발병을 예방할 수가 있다.


■ 구안와사 자가 진단법
-이마에 주름을 만들지 못하거나 주름이 없다.
-한쪽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는다.
-입을 옆으로 벌리지 못한다.
-음식물을 자꾸 흘리거나 침을 잘 흘린다.
-안면의 떨림이나 귀 뒤쪽 통증이 있다.
-찬바람을 맞으면 얼굴이 시리다.


도움말=김무진 김해한국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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