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직접 국민들에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대다수 국민이나 환자를 둔 가정에서는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역대 모든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펼쳤지만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과연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논의가 뜨겁다.

의료계는 단계적 보장성 강화가 아닌 전폭적 강화정책 발표에 다소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에 불어 닥칠 여러 불리한 결과를 예측하며 집단 반발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의료계의 모든 대응들이 집단이기주의로 폄하돼 왔고, 이번에도 정부나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의료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몇 가지 걱정을 떨칠 수가 없다. 의료계를 대변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의 주요 내용과 우려되는 문제점을 살펴보겠다.

첫 번째는 비급여 해소다. 각종 의료행위 가운데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항목(비급여)을 건강보험 적용대상(급여)으로 확대 포함시키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64% 정도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2022년까지 70%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3대 비급여인 간병비, 대학병원 특진비(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1~3인실)를 건강보험화 하겠다는 내용이다.
 

▲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강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청와대

간병비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해 간호업무에 간병을 포함시키고, 대학병원 특진비는 아예 없앤다고 한다. 상급병실료의 경우 1인실이나 특실만 비급여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건강보험 적용을 받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지난 4년 동안 공공병원을 통해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목표치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간호사 필요인력의 절반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간호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 중 46% 정도만 일을 하고 있다. 수 년 전부터 간호인력 부족현상을 해소하려면 간호대학 입학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여러 관련단체들의 이해가 부딪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하고 싶어도 사람이 없어서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학병원 선택진료비(특진비)의 폐지는 환자의 대학병원 쏠림 현상을 더 가속화 시킬 수밖에 없다. 대학병원이나 동네병원의 경영은 악화되고, 대학병원에서의 '1시간 대기, 3분 진료' 현상은 심화될 우려가 크다.

4인실 이하 상급 병실료의 의료보험 확대 적용도 마찬가지다. 비용이 싸지면 대부분의 환자나 가족들은 상급병실을 이용하려고할 것이다. 이런 쏠림현상은 상급병실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본인부담률을 낮추고, 의료비 때문에 가계의 부담이 크게 증가한 경우 정부에서 의료비를 지원하는 '재난적 의료비지원제도'를 암,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 희귀질환의 4대 중증질환에서 모든 중증질환으로 확대해 의료의 사회안정망을 강화시키겠다는 내용이다. 좋은 제도다. 여기에는 2022년까지 30조 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부는 현재 건강보험 누적흑자(21조 원 중 절반과 국고지원 확대, 향후 건강보험 흑자분을 계산하면 재정을 충당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건강보험 흑자 재정은 오래 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노인의료비를 감당하기 위해 계획된 흑자분이다. 이 돈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에 쏟아 부으면 당장 2018년부터 건강보험재정은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세금으로 국고지원을 더 확대하거나 건강보험료를 상당 폭 이상 올리지 않으면 재정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은 2022년까지만 하면 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은 우리나라 건강보험 정책이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의 우려, 구체적인 장기 재원조달 계획 결여, 건강보험료 대폭 인상 불가피, 의료의 과소비, 상급 의료기관으로의 쏠림현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민간보험의 상대적 폭리현상 등이 우려된다. 결국 기대 반 우려 반인 셈이다.

김해뉴스 /홍태용 한솔재활요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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