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아버지 집에서는 여느 시골 농가들처럼 닭을 키웠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 닭은 무서웠다. 날카로운 발톱과 딱딱하고 뾰족한 부리는 금방 나를 공격할 듯이 위협했고, 붉은 깃털과 달려들 것처럼 동그란 눈빛은 내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아침 밥공기에 들어가는 계란은 간장과 참기름 두어 방울과 비벼져서 환상적인 색깔과 맛을 만들었다. 알을 하나 꺼내오면 너도 비벼 주겠다는 유혹을 못이겨 암탉이 알을 놓고 외출 나간 틈을 타 볏짚단 위의 둥지로 기어 오른 기억이 있다. 터질 듯한 심장을 쥐고 훔쳐온 계란의 맛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살충제 계란으로 온 세상이 시끄럽다. 마당을 유유히 다니면서 곡식과 벌레들을 먹으며 힘차게 지붕까지 훼를 치며 오르고, 모래톱에 온 몸을 부비면서 '목욕을 하던' 당당했던 닭들의 모습이 기억난다. 꼼짝할 수 없는 닭장에 갇혀 있는 지금의 처지와는 너무나 다르다. 인간의 먹거리를 위해 어둡고 꽉 끼이는 철장 속에서 살충제와 항생제로 연명하는 생명체를 생각하면 죄책감이 든다. 그것이 다시 인간에게 여러 가지 위험적 질병으로 되돌아오는 현재의 사건들을 보면 사필귀정인가 싶다.

계란을 먹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특히 여름철은 더 그러하다. 계란의 껍질에 있을 수 있는 살모넬라균이다. 갑작스러운 두통, 복통, 설사, 구역질, 급작스러운 두통과 발열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살모넬라 식중독은 살모넬라균에 의한 급성 장염이다.
 

해마다 5월쯤이면 식품의약안전처는 "날달걀 껍질을 맨손으로 만지면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살모넬라균 감염은 각별한 주의를 준다.

계란은 닭고기나 쇠고기, 우유과 같이 반드시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식품이다. 항상 냉장 보관해야 하며 상온에서 2시간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 깨어져 있거나 금이 간 계란은 버리는 게 좋다.

날계란을 바로 먹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껍질에 이물질이나 오염이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방목하며 키운 닭이 금방 낳은 신선한 계란이라며 바로 깨어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닭과 같은 조류는 항문관과 수뇨관 및 생식수관 모두가 하나로 연결된 총배설관의 구조를 갖고 있다. 장 안에 서식하는 살모넬라균이 알에 묻어 나올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익혀 먹을 때도 흰자뿐만 아니라 노른자까지 흐르지 않고 단단해질 때까지 완전히 익혀야 한다. 익힌 뒤에는 곧바로 먹는 것이 좋다. 2차 감염 예방을 위해 계란을 만진 손과 조리기구는 반드시 깨끗하게 세척해야 한다.

계란은 최고급 단백질 식품이다. 몸을 구성하는 9가지 필수 아미노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으며,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면서 나트륨은 적은 식품이다. 계란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심혈관질환 등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계란 섭취량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오히려 계란 노른자 속에 함유된 콜린은 뇌 신경전달물질의 구성 성분이어서 신경세포 발달과 학습능력 및 지적능력 개선에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전한 공급과 위생적인 섭취만 보장된다면 계란만큼 몸에 유익한 식품은 없다.

김해뉴스 /조병제 한의학·식품영양학 박사 부산 체담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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