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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위에 새겨진 부처상, 거등왕 초상인지 고려시대 아미타여래인지(16) 초선대 마애불과 불족
  • 수정 2017.08.23 10:43
  • 게재 2017.08.23 09:43
  • 호수 336
  • 13면
  • 심재훈 기자(cyclo@gimhaenews.co.kr)



안동공단 남쪽에 공원 형태로 정비돼
<고려사> 등 옛 문헌에 '초현대'로 표기
'거등왕 부름에 담시선인 배타고 온 곳'

부처상 그려진 마애불, 아미타여래로 추정
고려시대 양식과 흡사한 미타신앙 주존불
김해지역 백성 생활에 불교 뿌리내린 징표

자연 풍화에 마모 심해져 형체 불투명
공단 근처 석조 문화재 보존대책 필요




안동공단에는 금관가야 2대 거등왕이 칠점산(七點山)의 선인을 초대해 거문고를 타고 바둑을 뒀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는 초선대가 있다. 그곳에는 가야시대에 조성돼 가야불교와 관련이 있다고 전해지는 마애불이 있다. 얕은 선을 음각으로 새긴 부처상이다. 예로부터 지역사람들 사이에서는 '거등왕 초상'으로 불리고 있다.

초선대는 안동공단 남쪽 경계가 신어천과 맞닿는 자리에 있다. 초선대의 서쪽에는 아직 논이 남아 있지만, 동쪽에는 일부 주택을 제외하고 공장·창고 등이 들어섰다. 과거 논밭 사이에 우뚝 솟은 동산은 이제 주변지역의 개발 때문에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 초선대 뒤편에 있는 금선사 정문 오른쪽에 거대한 부처가 새겨진 마애불이 우뚝 서 있다.


초선대는 현재 공원 형태로 정비된 상태다. 1974년 경남도 유형문화재 78호로 지정된 후 1995년 초선대 인근의 건물 14동을 철거해 정비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담장이 설치되고 산책로와 계단이 정비됐다. 동산 위에 '사모정'이라는 정자가 설치돼 현재 모습을 갖췄다.

초선대는 조선시대 중기까지 '초현대(招賢臺)'로 불렸다. 언제부터 이름이 바뀌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초선대나 초현대 모두 '거등왕이 선인(현인)을 초대했다'는 뜻을 지녔다. 조선 초기 발행된 <고려사>의 '경상도 금주조'에는 '초현대는 거등왕이 대에 올라 칠점산 담시선인을 부르자 담시선인이 배를 타고 온 곳'이라고 적혀 있다. 1530년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김해도호부 고적조'에도 '초현대는 부의 동쪽 7리 지점에 있으며 작은 산이다. 전설에는 가락국 거등왕이 칠점 담시선인을 초청하자 담시선인이 배를 타고 거문고를 가져와서 서로 더불어 즐겼으므로 그대로 이름이 됐다. 왕이 앉았던 연화석과 칠점, 바둑판 돌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 공원 형태로 정비되면서 설치된 '사모정'.

문헌에 나오는 칠점산은 현재 부산 강서구 대저동에 있는 고도 35m 정도의 얕은 언덕이다. 본래는 7개 봉우리가 있어 칠점산이었지만, 일제강점기에 낙동강 제방을 축조하고 김해 비행장을 만들며 봉우리 3개가 훼손됐다. 해방 후에도 개발로 깎여나가 현재는 한 곳만 흔적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초선대는 김해평야 한가운데 솟은 바위산이었는데, 해수면이 높아지기 전에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가야시대에 초선대 주변이 바다였는지 명확하게 확인된 것은 아니다. 현재 김해시는 허왕후 신행길을 재현하기 위해 과거 김해평야와 진해 일원의 지형을 복원하는 작업을 외부기관에 의뢰한 상태다. 이런 작업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망상도, 주포, 승점 등 인도에서 긴 항해를 마친 허왕후가 가야의 왕도로 진입한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초선대는 과거 조그만 법당만 있던 금선사와 담을 맞대고 있다. 마애불은 금선사와 초선대의 경계에 있다. 마애불 전면부를 자세히 보기 위해선 금선사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금선사는 현재 주지 주일 스님이 부임한 1983년만 해도 5평짜리 법당만 있던 작은 사찰이었다. 주일 스님에 따르면 100여 년 전부터 마애불 앞에 허름한 법당이 조성돼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법당, 산신각, 요사체 등 기본적인 가람만을 갖고 있는 단출한 절이다. 정비되기 전에는 방치된 작은 언덕에 불과했던 초선대가 그나마 훼손을 피했던 것은 금선사 신도들의 보존 노력 덕분이라고 한다. 주일 스님은 "1980년대에는 주변에 고사한 나무가 많아 비가 많이 오면 흙이 떠내려가곤 했다. 보살들이 나무를 심어 살리곤 했다"고 전했다. 

마애불은 거등왕이나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초상이라고 전해지기도 하지만, 역사학계에서는 전체적인 형상을 볼 때 고려시대 아미타여래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불교조각 담당 경남도 문화재위원인 조원영 합천박물관장은 "전설에는 마애불이 거등왕 혹은 장유화상의 초상이라고 한다. 불상의 전체적 형상을 보면 아미타여래일 가능성이 높다. 불상은 연화대에 결가부좌를 한 모습이다. 양쪽 어깨에서 무릎까지 옷자락이 풍성하게 드리워져 있다. 민머리에 가늘고 긴 눈, 넓적한 코, 두툼하고 넓은 입술 등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경북 문경 대승사의 마애좌상, 경기도 이천 영월암의 마애여래입상 등처럼 고려시대의 거대한 마애불 양식과 상통한다"고 설명했다.

   
▲ 형체가 뚜렷한 30년 전 마애불의 모습.

마애불은 서쪽을 바라보고 있다. 원래 아미타여래는 서방의 극락정토 세계에 머물면서 극락을 다스리는 부처다. 아미타여래는 신라 시대 원효대사가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라도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면 극락세계에서 환생할 수 있다고 설파해 민중의 삶 속에 불교를 자리잡게 한 미타신앙의 주존불이다. 주일스님은 "고려시대 이전에 대형 아미타여래가 있었다는 사실은 과거 김해지역 백성들의 생활에 불교가 뿌리내리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강조했다.

마애불뿐 아니라 가야불교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가 또하나 있다. 바로 '불족(佛足)'이다. 주일스님은 "어린이 키만한 거대한 족적이 부처님의 족적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거대한 불족이다. 다른쪽 발의 족적은 외동의 흥부암에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인도에서는 인간이 부처로 성도했다는 증표로 돌에 새겨진 큰 족적인 '불족'을 의미 있는 불교유적으로 여긴다고 한다. 조은금강병원 허명철 이사장은 "초선대의 마애불과 족적은 인도 부다가야에 있는 부처님이 성도하신 금강좌대 곁의 불상, 족적과 동일한 성격을 띤다. 서역불교가 가락국에 최초로 들어와 제2의 불교를 탄생시켰다는 의미에서 조성된 유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김해지역 사람들에게 가야와 가야불교의 믿음을 지탱시켜 준 유산 가운데 하나였던 초선대 마애불은 훼손 상태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상태다. 바위에 3㎝ 정도 깊이로 음각됐던 마애불의 모습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30여년 전 촬영한 사진 속 마애불이 뚜렷한 형체를 자랑하는 것과 달리 현재 마애불은 마모가 심해져 햇볕이 강한 한낮에는 전체적인 형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고려시대부터 존재했다고 하더라도 1000년을 버텨온 마애불이 최근 20~30년의 개발 때문에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조원영 관장은 "기후조건의 변화와 환경 오염, 주변 환경 악화 등 때문에 마애불, 암각화 등이 마멸되는 사례가 많다. 초선대 마애불을 조사해 훼손이 심각하다고 판정되면 보존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성동박물관 송원영 학예사는 "초선대 주변이 공단이어서 공기가 좋지 않다. 소음, 진동 등의 충격요인도 많다. 마멸이 심할 경우 보호각 설치 등 보존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북 고령군은 청동기 시대의 유물인 양전리 양각화 상부에 보호덮개를 씌워 비바람과 외부적 훼손을 막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13년 "석조문화재는 보호시설 없이 외부환경에 노출된 경우가 흔해 세월을 거치면서 자연 풍화와 인위적인 요인 등으로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며 <초음파탐사를 이용한 석조문화재 풍화도 비파괴 평가기법>을 발간하기도 했다.

과거 논과 밭이었던 초선대는 공장지대로 변했다. 개발로 인한 피해에 시달리는 건 자연과 원주민뿐 아니라 과거의 유적과 유물도 마찬가지다. 아직 가야불교의 숨겨진 비밀을 제대로 밝혀내거나 복원하지 못한 상황에서 마애불은 사라질 위기에 몰렸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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