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여고 황욱 교장이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창의교육을 설명하고 있다.



 부임 후 '창의융합인재' 교육 몰두
'해결력 3종' 등 이색대회 실시해
 1년만에 '올림피아드' 학교단체상
"경험에 상상력 더하면 최고 결과"




김해여고는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2017 세계학생 창의력 올림피아드(CREDECA World Finals)'에 한국대표로 출전해 개인전 금·은·특별상과 최우수학교단체상을 거머쥐었다(<김해뉴스> 16일자 18면 보도). 이 소식은 김해여고뿐 아니라 김해 전체를 깜짝 놀라게 했다.

개교 62년이 돼 김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김해여고는 그동안 유수한 인재들을 배출했지만,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창의력과는 인연이 없었다. 이랬던 김해여고가 창의교육에 뛰어난 학교로 발돋움한 데에는 지난해 초 부임한 황욱 교장의 역할이 컸다. 그가 창의교육을 실시한 지 1년 반만에 김해여고는 세계적인 대회에서 정상의 실력을 인정받았다.

황 교장은 전국시도교육청 영재교육원 창의력 강사, ㈔한국창의력교육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김해여고에 간 뒤 '위대한 도전'이라는 학교 슬로건을 내걸고 '봉사정신과 국제적 감각을 갖춘 창의융합 인재 양성'이라는 교육목표를 새롭게 세웠다.

'당장 대입을 준비해야 하는데 창의 교육을 한다고?' 황 교장은 새로운 교육에 불안해하는 학부모 앞에 직접 나서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해 자신의 교육 철학과 계획을 밝혔다. 사회가 원하는 인재는 암기나 틀에 박힌 대답을 할 수 있는 학생이 아니라 여러 문제를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결해낼 수 있는 학생이라는 설명에 학부모들은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다.

황 교장이 주장하는 창의력 교육이란 일상적인 삶에서 동떨어진 게 아니다. 그는 "창의력이라는 단어를 쓰면 꼭 발명을 생각한다. 무언가를 발명해야 창의적인 게 아니다. 예를 들어, 21세기에 맞게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하는 일, 시대에 맞게 생활양식을 바꾸는 일, 이를 주도적으로 해내는 일이 창의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교장은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고 말한다. 학교의 슬로건이 '위대한 도전'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미국의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존 듀이에 따르면 모든 것은 경험에서 나온다. 경험이 밑바탕이 되고 여기에 상상력이 더해질 때 최고의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김해여고는 '사회문제 창의적 해결력 3종 경기'와 '골드버그 대회'라는 새로운 교내대회를 시작했다. 창의적 해결력 3종 경기는 사회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아 나가는 대회다. 골드버그 대회는 레고 같은 도구를 조합해 연계 작용이 일어나는 코스를 만드는 행사다(<김해뉴스> 지난해 8월 24일 14면 보도).

교내 대회를 거치는 사이 세계학생 창의력 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창의융합동아리'가 자발적으로 생겨났다. 창의융합동아리 회원들은 창의력에 필요한 관찰력을 기르기 위해 한 가지 사물이나 사건을 보고 이를 정밀하게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글로 쓰는 훈련을 했다.

그림을 보고 느낌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것부터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결점들을 찾아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려보는 교육도 실시됐다. 연필을 예를 들면, '사용할수록 심이 뭉툭해진다', '심이 부러진다' 등의 문제점을 찾아낸 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김해여고가 이번에 참가한 세계학생 창의력 올림피아드의 'DECA-챌린지'는 무작위 방식으로 서로 모르는 다른 나라 참가자들과 팀을 구성해 공동으로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제는 대회 당일 발표됐다. DECA-챌린지의 문제는 김해여고에서 실시한 창의력 교육처럼 그림을 여러 방법으로 표현하는 초보적인 것부터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도구의 단점을 없애보는 과제까지 다양하게 출제된다고 한다.

황 교장은 "미국, 중국, 캐나다, 인도, 이탈리아 등 10여 개 나라 학생들이 국가 구분 없이 어울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게 축제 같았다. 그동안 김해여고 학생들은 세계적 수준의 창의 교육을 해 왔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김해여고는 최근 김해지역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골드버그 창의력 교육을 실시하는 등 창의력 교육을 김해 전역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황 교장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STEAM 교사 연구회'를 구성해 창의 융합 교육을 바탕으로 하는 지도안을 만들기도 했다. 창의 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들에게 지도안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황 교장은 "1980년 처음 교사를 시작했을 시절에는 누구도 창의 교육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 때부터 미국 교육잡지를 보면서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는 학교를 꿈꿨다. 지금까지의 교육 철학을 김해지역 학생들에게 나누고 싶다. 앞으로 김해에 '창의교육관'을 만들어 기존의 학교 틀에서 벗어난 교육으로 창의 인재를 육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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