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현주 부산일보 논설위원


시 70편 담은 <맨발의 기억력>
2014년 등단 후 쓴 작품 실어



'뜨거운 냄비 속 낙지처럼 꿈틀대는 얼굴/ 뒤틀린 양팔로 허공을 배배 꼬며/ 아우~ 아우~ 오늘도 호객이 필사적이다/ 생계와의 지독한 마찰로 자음이 다 닳아 버린 것일까/ 토막 난 모음들만 후두를 헤집고 쏟아진다/ ㅣㅓㅏㅓㅏㅏㅜㅔㅗ···/ 뜻을 이루지 못한 연쇄의 모음들이/ 허공을 떠다니다 차 소음에 치여 토막 나고'(윤현주의 시 '모음을 파는 사내' 중에서).

<김해뉴스> 초대 편집국장을 지냈던 윤현주 부산일보 논설위원이 최근 사회적 현상과 부조리를 담은 시 70여 편을 모아 시집 <맨발의 기억력>을 출간했다. 등단 이후 첫 시집이다. 윤 위원은 2014년 시 전문 잡지 <서정과 현실>에 '즐거운 외풍' 외 4편의 시를 실어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윤 위원은 "학창시절부터 종종 시를 썼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11년 <김해뉴스> 편집국장을 지내면서부터다. 부산과 김해를 오가며 출·퇴근하다 보니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특히 늦은 시간에 퇴근하며 불빛 사이로 어둠을 가로질러 달릴 때면 어김없이 시상이 떠오르곤 했다"고 말했다.

 

▲ 윤현주 위원의 첫 시집 <맨발의 기억력>.

<맨발의 기억력>은 크게 1~4부로 나뉜다. 

1부는 지하철역 스크린도어 보수공사를 하다 숨진 청년의 이야기 '젖은 눈망울'과 인사철에 회사원이 겪는 고통을 표현한 '물먹다' 등 사회 현상을 다룬 작품들로 구성됐다. 2부는 '산복도로 풍경-골목', '산복도로 풍경-벽화' 등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3부는 주로 사회적 문제들이 담겼다. 4부는 '입안에 고여 오는 얼굴', '푸른 강냉이 시간의 윤슬' 등 작가의 유년시절을 다룬 시들을 다뤘다.

윤 위원은 "등단 이후 3~4년 동안 쓴 시들을 실었다. 유년의 기억, 당시 느꼈던 감정들을 현실까지 끌고 왔다. 현대인들이 갖는 아픔, 외로움, 인간성 소외 문제 등을 다루고 싶었다. 주로 40~50대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느끼는 비정함을 표현한 시가 많다. 타인과의 소통에서 나타나는 절망과 가능성을 동시에 더듬어 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집의 마지막에는 '즐거운 외풍'이 실렸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간의 소통을 보여주는 시다. 지금부터는 이처럼 '소통'에 초점을 두고 작품 활동을 해 나갈 생각이다. 앞으로 3년 안에 두 번째 시집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위원은 1988년부터 29년간 부산일보 기자로 근무해 왔다. 그는 경북 경산에서 태어났으며, 경북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이후 부산대 국제전문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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