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태우 김해뉴스 사장

이번주 <김해뉴스> 1면에 아쉬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2010년 이후 7년간 90회나 이어져 온 의미깊은 지역의 문화행사인 '도요 맛있는 책읽기'가 김해를 떠나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도요 맛있는 책읽기'는 '도서출판 도요'가 도요창작스튜디오에서 매달 한 번씩 여는 문학콘서트였습니다. 시인, 소설가를 초청해 작품 낭독을 하고 독자들과 담소를 나눈 뒤 연극도 한 편 보는 자리였습니다. 대다수 김해 시민들은 잘 몰랐겠지만, 행사를 열 때마다 김해는 물론 부산, 창원 등에서 팬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습니다.

<김해뉴스>에 과거 보도됐던 '도요 맛있는 책읽기' 행사 기사를 살펴 보았습니다. '도요 맛있는 책읽기'의 의미를 나타내는 표현들이 즐비했습니다.

"조촐하지만 서로 얼굴을 맞대고 문학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지난 1월 25일자 11면 보도), "개성이 강한 열린 시 동인들을 20년 만에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는 점에서 '도요 맛있는 책읽기'가 열리는 김해 도요마을이 부럽기 짝이 없다."(2013년 5월 14일자 11면 보도), "눈부시도록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에 이렇게 시를 천천히 읽어보는 것, 이런 한가로운 시간이 귀하고 소중하다."(2013년 2월 19일자 11면 보도)

그런데 이제 도요마을에서 이런 '도요 맛있는 책읽기'를 볼 수 없게 됐습니다. 김해 문화예술로서는 아쉬울 뿐만 아니라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떠난 것은 '도요 맛있는 책읽기'뿐만이 아닙니다. 행사를 진행했던 '도서출판 도요'는 이미 지난 연말 부산 기장군 일광면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연극인 이윤택 씨는 기장에 '가마골소극장'을 열고는 그곳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습니다. 도요마을에서 작품 활동을 하던 최영철 시인과 그의 부인인 소설가 조명숙 씨도 이 씨를 따라 갔습니다. 이제 도요마을에는 이윤택 씨가 이끄는 연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숙소만 남았습니다.

이윤택 씨, 가마골소극장, 최영철 시인, 조명숙 소설가, '도서출판 도요', '도요 맛있는 책읽기'는 왜 김해를 버리고 떠난 것일까요. 지역 문화예술계의 중심인 판화가 주정이 선생은 올해 초 <김해뉴스>에 게재한 칼럼 '도요가 도요를 떠나다'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김해에서는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하였다. 예컨대, 좋은 작물을 수확하자면 땅심 돋우기를 하고, 문화도 같은 이치일 터인데 아쉬운 마음이 안 들 리 없다.'

마침 최근 김해시가 발표한 보도자료가 생각났습니다.

'김해시는 오는 2022년 인구 60만 시대를 열기로 하고 지난달 인구정책팀을 신설했다. 도시지역 특성을 반영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인구정책'도 수립했다. 인구정책은 오는 2022년 인구 60만명 달성을 목표로 △일자리 창출을 기반으로 하는 고용·경제정책 △서민주거 안정화 및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하는 주거·환경정책 △임신·출산지원을 확대하고 교육지원 시책을 강화하는 보육·교육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허성곤 시장은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인구가 적극 유입되는 선순환도시를 만들 수 있도록 예산지원 등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해시는 왜 '인구 60만, 100만 명'이라는 수치에 목을 매다는 것일까요. 인구를 그렇게 늘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해시가 바라는 '인구 60만, 100만 명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요. 문화예술이 떠나고, 문화예술인들이 다 떠난 뒤에 김해 인구가 60만이 된들 100만이 되면, 이런 삭막한 도시에서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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