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은영 독자·구산동

수 년 전 전남 순천을 여행한 일이 있다. 하룻밤 순천에서 묵는 일정이었다. 고민 끝에 고른 숙소는 역에서 차를 타고 조금 더 들어가야 하는 게스트하우스였다. 먼 거리를 감수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곳에서 진행하는 '순천 야간 골목 투어' 때문이었다. 날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당일 숙박객 중 신청자들을 봉고차 한 대에 태워 순천 주요 관광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매력적인 건 '밤 여행'이라는 컨셉이었다.

다행히 당일 마감 전에 신청을 해서 봉고차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순천의 웃장, 아랫장, 벽화골목부터 야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죽도봉공원 팔각정 등 제법 여러 곳을 다녔다. 사실 그중 몇 곳은 낮에 진작 다녀왔지만 마치 처음 간 장소인 듯 새로운 느낌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 덕에 밤 여행의 매력을 처음 느꼈다. 동시에 내심 김해에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순천 여행 이후 지금까지 족히 3~4년이 지났다. 그 사이 부평깡통시장, 서울밤도깨비야시장 등 밤에 열리는 시장이 그 자체로 하나의 관광명소가 되더니, 최근에는 '피란수도 부산야행', '오색달빛 강릉야행' 등 전국 곳곳에서 야행이 열리거나 열릴 예정이다. '밤'이 하나의 여행 트렌드가 된 셈이다.

김해도 그 대열에 합류한다. 오는 9월 2일부터 23일 문화제 야행 프로그램 '수로왕과 허황옥의 가야 초야행'이 개최된다. 행사 기간 동안 수로왕릉과 수로왕비릉이 최초로 야간 개방돼 사람들을 맞이하고, 가야사누리길 탐방로를 중심으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김해시민에게 이번 문화제 야행이 색다른 김해를 느낄 수 있는 기회라면, 관광객들에겐 김해를 좀 더 오래 여행할 이유가 되어주면 어떨까. 김해에 온 '김에' 낮과 밤 김해의 다양한 순간을 만나고 좋은 기억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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