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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참여 예술 시대, 관객은 객석에만 있어야 하나요?
  • 수정 2017.08.30 10:32
  • 게재 2017.08.30 10:31
  • 호수 337
  • 19면
  • 윤정국 김해문화의전당 사장(report@gimhaenws.co.kr)
   
▲ 윤정국 김해문화의전당 사장

지난 23일 김해문화의전당에서는 보기 드문 '소동'이 벌어졌다. 조용한 사무실은 난데없이 들이닥친 연기자들과 관객들로 소란스러졌다. 사무실은 순식간에 무대로 바뀌었다. 관객들은 극단 직원들로 분장한 배우들이 연극을 준비하면서 벌이는 갈등을 이곳에서 생생히 볼 수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작가와 연출가의 불화 때문에 연극은 준비과정에서 곧 넘어질 것만 같다. 이어 관객들은 구내 커피숍으로 옮겨가 극작가와 연출가의 불화 현장을 목격한다. "공연이 넘어지면 당신 책임인 줄 알앗!" 서로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물잔을 던져대는 살벌한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을 졸인다. 이어 관객들은 분장실로 가서 공연이 넘어지기 직전 배우들이 나누는 대화를 생생히 엿듣는다. 배우들은 생계수단이 끊길까봐 불안해하며 식당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음식 배달이 늦다며 엉뚱한 곳에 화풀이한다. 과연 연극은 무사히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라는 이 연극은 '연극이 넘어지는 과정 자체를 한편의 연극으로 만들어보자'는 연출가의 재기발랄한 기지 덕분에 막판에 극적으로 되살아난다. 수도권에 이어 지역에서는 처음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선을 보인 RPG(역할수행게임) 형태의 연극이다. 관객이 객석에 앉아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극의 진행 과정에 참여하는 관객참여형 공연이다. 관객은 연극이 넘어지기 직전까지의 과정을 사무실, 카페, 분장실을 돌며 지켜본 후 공연장 무대 위로 올라가서 역할을 해낸다. 무대 위에 쌓아놓은 상자를 향해 공을 던져 상자를 넘어뜨리는 역할을 하면서 벽을 깨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DJ 음악에 맞춰 열띤 몸놀림으로 여분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으로 공연은 마침표를 찍는다. 

이에 앞서 지난 19일 오후 애두름마당에서 열린 생활문화축제 '노브레이크 끼'는 직장인이나 주부 등 평범한 시민이 평소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펼쳐 보인 축제였다. 통기타, 색소폰, 탭댄스, 밴드 등 생활문화동아리 21개 팀이 5개 그룹으로 나뉘어 가족과 친지 앞에서 합동공연을 진행했다. 아빠가 색소폰을 불자 아이는 무대 앞으로 뛰어나가 춤을 추며 좋아했으며, 아내의 멋진 오카리나 연주에 남편은 뜨거운 박수로 호응했다.

정치 분야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밝혀 직접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듯이, 문화 분야에서도 시민들이 수동적 관람 대신 능동적으로 참여해 적극적으로 제 역할을 하는 '시민참여예술의 시대'가 열렸다. 악기를 배우며 동호회를 조직해 연주발표회를 갖거나 탭댄스 치어리더 같은 무용을 펼치기도 한다. 뮤지컬을 보다가 극 중 배경인 라이브클럽의 손님이 되기도 하고, 객석 앞자리에 앉아 있다가 불려나가 무대에서 엑스트라 역을 하기도 한다.

김해문화의전당은 이 같은 시민 참여의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민참여 예술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했다. 그 첫 번째가 '시민극단'이다. 시민이 주체가 돼 공연제작에 나서는 프로젝트로 전당은 교육·제작-무대 등 제반 사항을 지원한다. 7월에 단원 모집광고가 나가자 반응은 뜨거웠다.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직업을 가진 시민 50여 명이 오디션에 참여해 25명이 선발됐다. 이들은 8월부터 매주 토요일 연습실에서 발성과 연기 등 배우 기초훈련을 받으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전문예술인의 멘토링을 받아 대본 리딩·연기실습·리허설 등을 수행하고, 오는 12월 말에는 누리홀 무대에 설 예정이다. 이들이 땀 흘려 만드는 연극 '베이비시터'가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올해 시민극단 1기 활동을 토대로 내년에도 시민극단 2기와 3기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이들 중 우수 단원은 본인이 원할 경우 기성 극단에 들어가서 전문배우로서 커갈 수 있도록 뒷받침도 할 생각이다.

김해문화의전당은 시민참여 예술프로그램을 더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예술프로그램 뿐 아니라 축제도 마찬가지다. 허왕후신행길 축제나 문화재야행 등 앞으로 김해에서 진행되는 여러 축제들도 시민참여형 축제로 진행되면 좋지 않을까 한다. 김해시가 시민참여예술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도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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