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분성여고 연극동아리 아낙네 부원들이 연극 공연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분성여고 연극동아리 ‘아낙네’
‘지팡이 잃어버리다’ 교내 공연
부원들 역할 나눠 행복한 행사



김해분성여고(교장 장병문) 연극동아리 '아낙네(회장 장지민·16)'는 지난달 25일 김해분성여고 시청각실에서 연극 '채플린, 지팡이를 잃어버리다'를 공연했다.

14년 역사를 가진 아낙네는 학교를 대표해 각종 청소년연극제에 참가해 왔다. 현재 학생부원 17명으로 구성돼 있다. 학생들은 배우뿐만 아니라 작가, 연출, 음향, 조명, 무대, 조연출 역할을 각각 맡아 진로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이번 공연작품은 기존극이다. 20세기 초반 흑백 영화 시대 인기배우였던 찰리 채플린이 자신의 상징인 지팡이를 잃어버리면 어떤 일이 생길까.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혹은 남들과의 관계 속에서 잃어버린 게 있다. 연극은 이런 내용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연극 원작은 4개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지만 아낙네는 이 가운데 3개만 40여 분 간 공연했다. 공연은 동아리 활동 시간에 진행됐지만 많은 학생들이 관람하러 왔다. 시청각실 복도까지 가득 찰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 입장했다. 의자를 추가로 가져왔지만 자리가 모자라 상당수 학생들이 서서 구경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산부인과를 배경으로 한다. 배가 부른 임신부가 산부인과에서 청소부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때 낙태를 하러 청소년이 들어온다. 임신부는 그녀를 보고 화를 내며 배에서 베개를 꺼내 때린다. 아이를 낳아 예쁜 옷을 입히고 구두를 신기겠다며 즐거워한 것은 임신부의 소망이었다. 그녀에게 지팡이는 아이였다. 장 회장은 "사회의 시선은 청소년 혹은 젊은 여성이 산부인과에 가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원래 대본과 다르게 많이 수정했다. 모든 여성이 당당하게 산부인과에 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낙네는 남자와 여자의 이별을 다룬 두 번째 에피소드를 생략한 뒤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청년 이야기를 다룬 세 번째 에피소드로 넘어갔다. 청년은 다른 상인들처럼 물건을 팔아보려고 하지만 단속반에 걸린다. 이 때문에 자신감은 더욱 없어진다. 그 때 갑자기 능숙한 모습으로 물건을 홍보하는 청년이 나온다. 하지만 사실은 아파트 주차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청년의 지팡이는 직업이다. 멀쩡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청년이 지하철에서 저금통을 파는 풍경을 보여주며 청년 실업의 심각함을 보여준다.

네 번째 에피소드는 다리에서 자살하려는 물건팔이 청년과 그를 만류하는 노인의 이야기다. 노인은 자살하려는 청년을 보고는 "이왕 갈 거면 구두를 벗고 뛰어 내리라"면서 속을 긁는다. 결국 청년은 노인의 말에 설득당해 같이 소주까지 한 잔 한다. 대화 끝에 청년은 꿋꿋이 살아가기로 결심하며 다리를 떠난다. 홀로 남은 노인은 청년이 간 뒤 다리 아래로 뛰어 내리려는 자세를 한다. 그러다 오늘도 죽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장면을 끝낸다. 청년과 노인의 지팡이는 삶의 의지였다. 장 회장은 "청년과 노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실에 지친 관객들이 위로를 느끼길 바란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아낙네는 공연 도중 배우들이 무대에서 내려가 관객들에게 질문을 하거나, 관객들을 무대로 데리고 올라가 같이 연기를 하기도 했다. 배우들이 공연 중간에 관객들의 반응에 맞추어 즉흥 연기를 하기도 했다.

대본을 담당한 아낙네 장다은(16) 부원은 "창작극이 아닌 기존극을 수정해서 작품을 완성시켰다. 고민을 많이 하고, 동아리 부원들과 대화도 많이 나눴다. 처음인데다 시간에 쫒겨 서툴렀다. 그래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부원들이 멋졌다.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재미를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공연을 진행한 소감을 말했다.

배우로 출연한 권민경(16) 부원은 "방학 때 연습하면서 힘들고 불안했다. 막상 공연을 하자 모든 순간이 즐겁고 행복했다. 끝난 후 박수를 받을 때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든 것 같아 아낙네 부원들, 관객, 아낙네를 도와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장 회장은 "시청각실에는 조명이 없고 좌석도 적어 아쉬웠다. 동아리 활동 시간이어서 관객이 적을 거라고 걱정했지만, 정말 많은 관객이 몰려 뒤에 서거나 바닥에 앉아서 관람해 정말 고마웠다. 크고 작은 실수들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 앞으로도 더 관심과 기대를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해뉴스 /강민지(김해분성여고)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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