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팔라”는 미 대통령에 보낸
아메리카 원주민의 오랜 자연관



시애틀은 미국 북서부 최대의 도시다. 도시의 이름에는 다른 의미가 들어 있다. 이곳이 미국 워싱턴 주가 되기 전 살았던 인디언 추장 시애틀의 이름이다.

지금으로부터 160여 년 전, 미국의 제14대 대통령 프랭클린 피어스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 지역에 거주하던 인디언 추장 시애틀에게 땅을 팔라고 요구한다. <시애틀 추장의 편지>는 추장 시애틀이 미국 정부의 요구에 답한 내용을 온전히 그림책으로 담아냈다.

추장의 편지 속에는 무엇보다 부족 전통을 지키려는 마음과 위대한 자연을 향한 사랑이 가득 차 있다. '반짝이는 개울물과 강물은 그저 물이 아니라 우리 조상의 피와도 같다. 강물이 흐르는 소리는 우리 조상의 목소리이다. 강은 우리 형제이며 우리 목을 축여 준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 자매이고, 사슴과 말과 큰 독수리는 우리 형제이다.'

자연을 먹잇감으로 보고 함부로 훼손하거나 망치는 백인들에게 보내는 날카로운 꾸짖음도 있다.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 판단 말인가? 부드러운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우리가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 또한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사고팔 수 있나? 우리는 땅의 일부분이며, 땅은 우리의 일부분이다.'

이처럼 책에는 자연과 사람은 원래 한 몸이라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오랜 믿음이 깊게 배어 있다. 시애틀 추장은 다시 말한다. '햇살 속에 반짝이는 솔잎, 강가에 펼쳐진 흰 모래밭, 깊은 숲속에 피어오르는 안개, 숲 사이에 자리 잡은 너른 풀밭, 윙윙거리며 우는 벌레, 이 하나하나가 우리 삶과 생각 속에서 다 거룩하다.'

백인들의 자연 파괴와 생명 경시도 비판하고 훈계한다. '당신들은 알아야 한다. 땅이 우리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땅에 속한 존재라는 것을. 만약 우리가 당신들에게 우리 땅을 팔더라도 당신들은 이 땅이 성스럽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이 땅이 성스럽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결국, 시애틀은 미국 정부에 복속됐지만 자연을 사랑하는 추장 시애틀의 정신만은 꺾을 수 없었다. 추장 시애틀의 편지는 현대 생태주의 연설문 중 가장 뛰어나다고 손꼽힌다. 자연과 사람을 보는 그의 생각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당시 피어스 대통령은 편지에 감동해 그의 이름으로 도시를 명명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이 편지가 진짜 추장 시애틀의 것이냐, 그 말이 얼마만큼 정확하게 전해졌느냐를 두고 끊임없이 논란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추장 시애틀이 정말로 이런 말을 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이 편지 속에 담긴 자연 사랑의 고귀한 마음이다.

부산일보 제공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