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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난 트럭 느긋한 운전사 “수리기사, 언젠간 올 터”(11) 타지키스탄 무르가브~ 이시카심
  • 수정 2017.09.13 11:17
  • 게재 2017.09.06 10:13
  • 호수 338
  • 14면
  • 최정환·최지훈 부자(report@gimhaenews.co.kr)
   
▲ 최정환 씨 부자가 무르가브로 향하는 도중에 해발 4655m 지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시카심 향하던 중 길 옆 전복된 차 발견
차주는 그늘에 돗자리 펴고 여유롭게 수박

지나던 사람들 모두 음식 나눠줘 ‘번개 파티’
각자 여행 이야기 들려주며 즐겁게 이야기꽃

타지크 국경 지나다 마르코폴로 뿔 압수당해
사람들 오가던 아프간 내전 발생 이젠 위험





해발 3500m에 있는 타지키스탄의 도시 무르가브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4655m 고산지대를 지나온 터라 숙소를 호텔로 정하고 편히 쉬기로 했다. 호텔 화장실은 투숙객들이 다 함께 쓰는 공용화장실이었다. 샤워할 물도 부족해 조금 불편했다.

무르가브에는 특별한 시장이 있었다. 줄지어 선 가게들은 모두 네모난 컨테이너로 만들어졌다. 주변 상인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이곳을 거쳐 중국으로 향하던 화물차들이 두고 간 것이라고 했다. 한겨울 빙판길을 넘지 못해 하나, 둘 버리고 간 것을 사람들이 가지고 와서 지금의 시장을 형성했다고 한다. 무르가브는 파미르고원에 고립된 도시 같았다.

다시 파미르고원의 깊은 계곡 와칸벨리를 향해 출발했다. 가는 길 곳곳에는 군인 검문소가 있었다. 아빠는 "과거에는 한국인들이 지나가면 군인들이 돈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인들이 조금 편하자고 먼저 돈을 준 건지 군인들이 요구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여권과 비자만 보여주면 별 문제 없이 통과시켜 줬다.

세 번째 검문소를 지날 때에는 문제가 발생했다. 마르코폴로 뿔을 가지고 다니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희귀동물이라 그런지 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경의 산골에서 가져온 것이어서 증명서 같은 건 전혀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군인 아저씨에게 마르코폴로 뿔을 압수당했다. 그대로 돌아서려니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나 아쉬웠다.

길은 계속 이어졌다. 어느 순간부터 개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저 너머로 아프가니스탄이 보였다. 아빠는 "아프가니스탄은 내전이 이어지는 곳이라며 조금 걱정이 된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는 그저 조용한 시골마을 같았다. 사람도, 군인도 보이지 않았다. 금방 저녁이 됐다. 하루를 묵어가기 위해 조용한 마을에 들러 잘 집을 구했다.

   
▲ 화물컨테이너들로 만든 무르가브의 시장 풍경. 개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뉘는 타지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접경지. 뒤집어진 트럭 앞에서 운전사와 기사와 행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위로부터).

다음날 아침 숙소 주인의 추천에 따라 아빠와 함께 목욕을 하기 위해 온천을 찾아 나섰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다시 좁은 산길로 접어들었다. 한참을 오르니 '비비 파티마'라는 건물이 나타났다. 이곳의 온천은 뜨거운 물이 땅 밑에서가 올라오는 게 아니라 바위 틈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조그마한 건물에 탕이 두 개 있었다. 타지키스탄에 와서도 목욕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개운하게 씻은 후 이시카심으로 향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이시카심에서는 비자 없이 매주 한 번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고 한다. 국경 사이에서 시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시장을 통해 타지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서로 만나 물건을 사고 팔고 안부도 주고받았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이 전쟁 상태에 들어가면서 더 이상 시장이 열리지 않게 됐다. 마을 사람들도 물론 아쉽겠지만 새로운 볼거리를 놓친 우리도 무척 아쉬웠다.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달렸다. 길 옆으로 완전히 뒤집어진 아주 큰 트럭 한 대가 나타났다. 아빠는 사람이 다쳤을까 걱정이 된다며 얼른 오토바이를 세우고 트럭을 향해 달려갔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뒤집힌 차 앞에 어떤 사람이 돗자리를 편 채 수박을 먹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사람은 트럭 운전기사였다. 그는 우리에게 함께 수박을 먹고 쉬다 가라고 했다. 아빠와 나는 순간 당황했다. 사고가 난 차의 운전기사가 너무 여유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전날 사고가 나서 크레인을 불렀는데, 여기가 너무 시골이라 언제 올지 모른다며 그냥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가끔씩 지나가는 사람들이 궁금해서 차를 세웠다. 그러고는 각자 자기가 가지고 있던 음식을 아저씨에게 나눠줬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고가 난 차 앞에서 생각지 못한 파티가 벌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희한한 광경이었다. 모여 앉은 사람 중에는 여행객도 있었고, 경찰과 군인도 있었다. 왜 사고가 났는지부터 시작해서 아빠와 나의 여행기, 파미르 이야기 등등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뒤집힌 차를 앞에다 두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어리둥절한 시간을 보냈다. 아빠는 생수 두 병과 약간의 돈을 아저씨에게 내밀며 위로를 했다. 아저씨는 너무 고마워하며 우리의 여행을 응원해 주었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마주한 이곳. 높은 산, 깊은 계곡, 척박한 땅에서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 타지키스탄 무르가브~ 이시카심 지도.

비포장도로 와칸벨리를 계속 따라가자 이번에는 모래밭이 펼쳐졌다. 발목까지 푹푹 빠졌다. 감촉은 우리나라 해수욕장의 모래보다 훨씬 더 부드러웠다. 밀가루 같이 고운 모래가 깔린 도로라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푹신한 모래밭이어서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아빠는 이것도 기념이라며 사진을 찍었다. 짐을 다 푼 후 오토바이를 바로 세우고 천천히 빠져나왔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알 수 없는 일들만 연이어 일어났다. 이제 타지키스탄 파미르고원 여행도 끝이 보인다. 수도인 두샨베만 지나면 우즈베키스탄으로 진입한다. 유라시아 횡단의 절반이 지나는 셈이다.

김해뉴스 / 최정환 최지훈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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