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3만 명인 '경남 제2의 도시' 김해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대학병원급 의료기관 건립입니다. '부산시와 창원시의 배후도시로 만족할 것이냐, 외적 팽창에만 매달려 시민들의 삶의 질은 외면할 것이냐, 유명백화점은 들어오는데 대학병원은 왜 건립되지 않느냐'면서 많은 김해 시민들이 의아해 하고 있습니다. 1996년 삼계동, 1998년 장유에 대학병원 건립 부지를 마련해 놓고도 20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입니다. 인구 60만 명이라는 양적 팽창에 매달리는 동안 매일 김해시민 20여 명은 촌각을 다투는 응급질환 때문에 부산, 양산, 창원 등지의 대학병원으로 후송되기 바쁩니다. 김해에는 정말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을 유치하는 게 불가능한 것인가요.

크지는 않지만 20여 년 가까이 병원을 운영해 본 필자의 경험으로는 사립대학병원 유치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 때문입니다. 300병상 정도의 대학병원을 건립하려면 부지와 공사비만 해도 대략 1000억 원 이상이 필요합니다. 거기에 의료장비 등을 준비하려면 200억 원 이상이 더 들어갑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체제에서는 막대한 투입 재정에 따른 경제성이 없습니다. 전국 유명 사립대학병원의 상당수가 밀려드는 환자에도 불구하고 매년 적자경영을 하고 있다는 게 그 방증입니다.

게다가 장유와 진영 지역에서는 20~30분이면 창원의 대학병원에 갈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동김해 지역에서는 같은 시간에 부산이나 양산의 대학병원에 달려가는 게 가능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사립대학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대학병원을 건립하고 유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입니다.
 

20년째 방치 중인 삼계동 백병원 부지.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선거 때만 되면 여러 출마자들이 대학병원 유치를 '공약(公約)'으로 내세웠다가 지금까지 '공약(空約)'에 그쳤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도 그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이제 서서히 지쳐가며 '김해 대학병원 유치'라는 공약에 '또 그 소리?'라며 짜증스런 한탄을 보입니다.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요?

필자는 마산의료원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합니다. 마산의료원은 1919년 도립마산병원으로 시작해 1975년 도립마산의료원으로 승격했고, 1983년 경남 지방공사로 전환됐습니다. 주로 공공의료 역할을 담당하다 보니 병원 경영은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1996년 경상대병원이 수탁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파견된 의료진 덕에 새로운 도약기를 마련했고,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토요진료 등의 혁신을 통해 흑자병원으로 전환했습니다. 그 후 수 년간 노력 끝에 2007년 보건복지부의 '지방의료원 시설현대화 사업'에 선정돼 2016년 4월 현재 위치에 신설 의료원으로 재개원했습니다. 현재는 중부경남 지역의 3차 의료기관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서민의료복지 중심병원으로서 역할을 잘 하고 있습니다.

신설 마산의료원이 서부, 중부 경남지역의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면 동부 경남지역에서 공공의료를 담당할 의료원을 김해에 유치한다면 당위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김해시에서 의료원 부지를 제공해서 이른바 '도립김해의료원'을 국비와 도비로 설립해 대학병원과 위·수탁운영 협약을 체결한다면 동부경남의 공공의료 강화, 김해의 숙원 사업인 대학병원급 의료기관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지난 2월 김해시는 관계부처를 통합해 대학병원유치 전담팀을 만들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학병원 건립 부지를 확보했지만 현실적으로 대학병원을 설립할 여력이 안 되는 두 사립대에 매달리지 말고 두 사립대를 풀어준 뒤, 김해시가 주체로 나서 '도립김해의료원'을 유치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해 봐야 할 때입니다.

내년에 다시 지방선거가 열립니다. 또 누군가는 '대학병원 유치'라는 공약(空約)을 들고 나오겠지만 이젠 정말 실현 가능한 방안도 함께 제시해 주길 기대해 봅니다. 김해뉴스 /홍태용 한솔재활요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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