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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소중함 가르치는 ‘생명의 숲’… 학교·지역주민 소통으로 지켜나가우리 아이들이 지키는 도시 환경 (3) 일본 지바 현 지바 시 이나게 제 2초등학교
  • 수정 2017.11.08 11:42
  • 게재 2017.09.13 10:30
  • 호수 339
  • 14면
  • 김예린 기자(beaurin@gimhaenews.co.kr)
이나게 제2초등학교 '숲 속 교실'에 참여한 시민과 학생들이 직접 자른 대나무통에서 모밀을 건져 먹고 있다.


1997년 14세 소년 살인사건 뒤 만들어
쓰레기처리장을 습지, 하천 등으로 변신

매달 2~3회 ‘숲 속 교실’ 프로그램 진행
다른 학교 학생들도 동참해 즐거운 시간

학부모 등 모여 공동 운영 협의체 만들어
어린이들, ‘벌레 한 마리’ 중요성 깨달아




"이나게 제2초등학교 '생명의 숲'에는 송사리, 개구리, 반딧불이가 있어요. 생명의 숲은 학교의 자랑거리입니다."

일본 지바 현 지바 시 이나게구 이나게 제2초등학교 6학년 쇼타 이노우에 군이 앞장서더니 학교 운동장 한 쪽에 검은 천막으로 가려놓은 숲으로 안내한다. '이노치노모리(생명의 숲)'라는 나무 간판이 걸린 입구를 지나자 하늘 높이 솟은 나무들 사이로 냇물이 졸졸 흐르고 있다. 냇물에서는 수생식물 사이로 물고기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여름밤에는 반딧불이가 나뭇잎 사이에 숨어 짝을 찾아 나선다고 한다. 쇼타 군은 나무 사다리를 오르더니 공중정원에 만들어진 의자를 자랑한다. "이건 제가 친구들과 직접 만든 나무 의자예요. 어른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튼튼한 의자입니다."

쇼타 군이 자랑스러워하는 생명의 숲은 1999년 봄 학교와 지역 주민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계획을 세워 만든 곳이다. 이곳에서는 1995년 한신대지진에 이어 1997년 14세 소년이 자신보다 어린 아동을 살인하는 '사카키바라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효고 현 고베에서는 어린이들의 정서 안정, 마음 치료 등을 위해 '비오톱 운동'이 일어났다. 비오톱은 '생명(Bio)+장소(Tope)'를 합친는 독일어다. 학교, 도시의 공원에 만들어진 생물 서식 공간을 말한다.

이나게 제2초등학교에서도 비오톱을 학교에 조성해 생명의 소중함, 세대 간의 교류, 일본 전통문화 교육을 실시하자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지바시가 2000년 개설한 환경 강좌 수강생들이 모여 만든 시민 모임 '그룹2000'이 이나게 제2초등학교의 비오톱 조성에 앞장섰다. 학교와 주민들의 노력 덕분에 2001년 5월 쓰레기처리장이었던 곳이 연못과 작은 하천, 수목, 습지, 고목, 논이 어울려진 생명의 숲으로 변했다.

비오톱 조성부터 프로그램 운영까지 '생명의 숲'의 중심에는 건축가인 요코다 고메이(58) 씨가 있다. 그룹2000의 회원인 고메이 씨는 지금까지 조직을 이끌며 생명의 숲을 지키키고 있다. 그는 "학교에 예전 시골 모습을 만들고 싶었다. 나무가 숨을 쉬고 냇물이 흐르는 마을 숲의 모습을 재현했다. 아이들이 매일 뛰어놀 수 있는 장소를 만들자는 생각에 생명의 숲을 만들고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로 59m, 세로 8m의 작은 숲에서는 2003년부터 매달 2~3회 '숲 속 교실'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세시 풍속인 세시기를 참고해 만든 환경 학습 프로그램이다. 숲 속 교실에는 이나게 제2초등학교 학생들뿐만 아니라 주변 학교 학생, 학부모 들도 참여한다.

이나게 제2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인근에서 생태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숲 속 교실' 참여 학생들이 직접 논에 들어가 모내기를 하고 있다(위로부터).

5월에는 논에 물을 대고 6월에는 모내기를 하며, 7월에는 대나무 통에서 소면을 건져 먹는 활동을 한다. 6월 여름밤에는 반딧불이를 관찰한다. 9월 벼 베기와 탈곡, 10월 가을밤 벌레 소리로 이름 맞히기, 11월 숲 수확물로 공작활동, 12월 크리스마스 선물 만들기 등 매달 열리는 숲 속 교실에는 해마다 14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6학년 나스 소라 군은 "생명의 숲에서 놀면 정말 재미있다. 학교 인근에서 자라는 대나무를 잘라 그릇과 젓가락을
만들고, 대나무 통 위로 흘러가는 소면을 건져먹는 활동도 한다. 다른 학교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숲 속 교실에 빠짐없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쇼타 군은 "세 살 때부터 생명의 숲에서 놀았다. 벌레를 무서워하는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 벌레가 얼마나 이로운 존재인지 열심히 알리고 있다. 생명의 숲 안의 나무, 연못 모두 나에게 소중한 존재"라고 말했다.

생명의 숲은 학교와 지역주민, 시민모임 간의 끊임없는 소통과 이해가 뒷받침이 됐기에 지난 17년 동안 지켜질 수
있었다. 고메이 씨는 "2~3년에 한 번씩 학교 교장이 바뀐다. 새 교장에게 생명의 숲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사고 위험 등 이유로 학교가 운영을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와 여러 차례 상의하면서 서로 의견을 맞춰나간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지역에 신도시가 조성되고 재개발되는 바람에 전교생 240명 중 86%가 신도시 주민의 자녀로 구성됐다. 생명의 숲 활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신도시 주민들을 설득시키는 일에는 학교와 그룹2000이 나서고 있다. 

'숲 속 교실'에 참여한 학생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미카메 세이지(56) 교장은 "인근 초·중·고교에 숲 속 교실 안내문을 보낸다. 숲 속 교실에 자녀와 함께 참여한 학부모들은 생명의 숲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생명의 숲은 학교와 지역주민, 시민모임 그룹2000이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협의체를 만들었다. 누구 하나 관심을 주지 않으면 생명의 숲은 운영할 수 없다. 지역주민 간의 소통과 이해가 생명의 숲을 지켜가는 힘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나게구는 바다를 메워 만든 간척지다. 바다였던 곳에 숲이 만들어졌다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도시 학교에서는 공원 외에는 자연에서 살아가는 생물을 만날 기회가 없다. 생명의 숲을 찾은 아이는 벌레 한 마리의 중요성을 알게된다. 또한 이곳은 지역 주민 간의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김해에도 생명의 숲처럼 아이들과 어른이 자라는 공간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지바(일본 지바 현)=김예린 기자 beau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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