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 김해뉴스 사장

최근 고향인 밀양에 다녀왔습니다. 친구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거기서 놀랍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난해 동남권신공항 건설 문제로 전국이 시끄러울 때 실제로 밀양 사람들 중 상당수는 신공항 유치에 반대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겁니다. 신공항을 만들 경우 지역 건설업자 등이나 이득을 챙기지, 정작 시민들은 비행기 소음에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밀양시와 시민단체들이 워낙 떠들고 다닌 탓에 다들 부담스러워 드러내놓고 말을 못했다고 합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김해 생각이 났습니다. 밀양은 동남권신공항 유치에 실패하는 바람에 '다행히' 항공기 소음피해에서 벗어났는데, 정작 그 불똥은 온전히 김해로 옮겨졌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9일 김해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에서 국토교통부 주최로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수립 관련 사전 주민설명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행사는 김해 시민들의 방해 때문에 도중에 파행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시민들은 물론 여러 시민단체들은 "김해시민들은 소음피해 보상, 지원을 원하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한다"고 외쳤습니다. 이날 행사를 막은 시민들은 어거지를 부린 게 아닙니다. 실제로 김해 곳곳에서는 갈수록 심해지는 비행기 소음 때문에 괴롭다고 하소연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국토교통부는 김해시민들의 반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당시 현장을 취재한 <김해뉴스> 기자가 국토부 관계자들로부터 느낀 반응은 그렇다고 합니다. 굳이 열 필요도 없는 행사를 개최하는 바람에 귀찮은 꼴만 봤다는 식이었습니다. 지난해 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놓고 동남권신공항 후보지를 고를 때도 국토교통부는 김해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김해의 여론을 들으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정부의 행태를 볼 때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이 확정되면 김해의 여론과는 관계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김해시민들과 김해시의 생각에도 다소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시민들은 소음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시는 김해신공항 확장을 이른바 '김해 발전'에 득이 되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시는 지난 6월 국정자문기획위원회에 김해신공항 관련 발전방안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골든 에어로폴리스(공항복합도시) 건설과 소음문제 해결이라는 게 두 가지 주요 내용이지만, 방점은 공항복합도시에 찍혀 있습니다. 시는 시민들과 시민단체, 김해시의회의 반대를 활용해 정부로부터 공항복합도시 추진이라는 반대급부를 얻어내자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국토교통부는 김해신공항 소음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실적으로 완벽한 소음대책을 세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은 소음대책에 만족하지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지역의 사례를 볼 때, 정부는 그래도 김해신공항 확장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때 시민들과 시의 입장 차이가 미묘한 파장을 일으킬지도 모릅니다.

김해신공항을 확장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이미 깔아놓은 도로 하나, 이미 지어놓은 공장 하나를 옮기기도 쉽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수조 원을 들이는 국제공항이라면 두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소음대책이 완벽하지 않다면 '일단 만들어 놓고 보자'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시민들이 정부의 소음대책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시는 공항복합도시의 꿈을 버리고 시민들의 편에 서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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