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질환 가운데 3대 대표질환은 암, 뇌혈관질환(중풍), 치매입니다. 암과 뇌혈관 질환은 이미 4대 중증질환의 의료보장성 강화 정책에 포함돼 환자들은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반면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우리나라 치매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그에 따른 의료비 상승, 사회·경제적 손실, 가족 간 갈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가 오래지만 정부는 그 동안 막대한 소요예산에 막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치매환자와 가족들의 부담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취지로 '치매 국가책임제'라는 안을 발표했으니 환영할 일입니다.

세부계획을 살펴보면 우선 현재 전국 47곳에 운영되고 있는 치매지원센터를 확대해 전국 252개 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를 개설해서 1대1 맞춤형 상담과 서비스 연결 등 통합적인 지원을 하며, 신체 기능이 양호한 경증치매 환자도 장기요양보험의 대상자에 포함시키겠다고 합니다.

두 번째, 치매환자 의료비 본인 부담률을 현행 20~60%에서 10%로 낮춰 치매 치료비의 9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고, 치매환자 진료에 꼭 필요한 신경인지기능 검사 및 뇌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합니다. 세 번째는 치매 때문에 전문요양시설에 입소한 환자의 식대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기저귀 등의 복지용구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네 번째, 전국의 공립병원 34곳과 요양병원 79곳을 지정해 중증 치매환자들이 집중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다섯 번째는 '치매연구개발위원회'를 설치해서 운영해 치매치료 정복을 위한 연구개발 기능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정부의 안대로 된다면 획기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치매환자와 가족들의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는 반가운 정책입니다. 그러나 정부안을 당장 67만 명 정도인 치매환자에 접목을 시키려면 대략 12조 원 정도의 예산이 듭니다. 정부의 예상에 따르면 지금 추세대로 치매환자가 증가하면 2030년에는 127만 명 정도의 치매환자에 매년 24조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 정책 또한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치매환자를 진료해 온 신경과 전문의 입장에서 의견을 몇 가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치매환자들은 가급적 환자가 생활하는 환경에서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 게 좋습니다. 전문요양시설이나 전문병원에 입원을 하더라도 가족들과 멀리 떨어지지 않아 가족들이 쉽게 자주 방문할 수 있는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소규모 너싱홈이나 전문병원이 좋습니다. 이런 전문병원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가족들이 치매환자를 돌보는 경우에는 개인생활을 모두 포기해야 하므로 가족에게 경제적 지원방안을 마련해 줘야 합니다.

경증치매는 조기에 진단·치료하면 상당한 치료 효과를 거두고 질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습니다. 경증치매 상태일 때 적극적인 검사·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해야 합니다. 치매는 일단 발병하면 진행을 멈추게 하거나 완치를 기대하기는 아직 어렵기 때문입니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상당히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이동권의 보장입니다. 인지기능이 저하된 환자를 데리고 가까운 나들이나 다른 업무를 봐야 할 때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이용하기는 어려우면서도 위험합니다. 치매환자도 장애등록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서 장애인 전용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치매는 현재 의학적으로는 불치의 병입니다. 누가 치매에 걸릴지 미리 예측하는 정확한 방법도 없는 상황입니다. 누구나 미래에 치매환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치매는 발병부터 사망까지 평균 8~12년 정도의 긴 시간이 걸리는 힘든 질병입니다. 그 과정동안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치매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발병하면 아직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또한 누가 치매에 걸릴지도 정확히 알 수 없는 현실에서 치매를 환자와 가족들만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되기에 이번 '치매 국가책임제' 정부안에 큰 기대를 걸어 봅니다.

김해뉴스 /홍태용 한솔재활요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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