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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실패 딛고 성공한 황새 인공번식… 인간과 ‘공생’으로 경제 등에 활용황새 봉순이 고향에 가다 (1) 도요오카의 황새 복원 사업 역사를 보다
  • 수정 2017.11.08 11:37
  • 게재 2017.09.27 09:50
  • 호수 341
  • 11면
  • 조나리 기자(nari@gimhaenews.co.kr)
▲ 일본 도요오카에서 바다를 건너 김해로 날아온 황새 '봉순이'의 아빠가 인공둥지 인근에서 힘찬 날갯짓을 하며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2014년 3월 일본 효고 현 도요오카에서 암컷 황새 한 마리가 김해로 건너왔다. 황새에게는 '봉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봉순이는 이후 국내·외를 옮겨다니다 매년 3월이면 화포천을 찾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화포천 인근 봉순이의 서식지였던 봉하뜰 등이 파괴되자 봉순이는 더 이상 화포천으로 날아오지 않고 있다. 봉순이가 태어났던 도요오카를 찾아가 봉순이가 김해로 다시 올 수 있게 하는 방안은 무엇인지를 알아본다.


 

밀렵, 농약 때문에 전국적으로 수 감소
논란 끝 1965년부터 보존 운동 시작해

1987년까지 거듭된 시도들 연이어 좌절
러시아서 암수 6마리 받아 드디어 부화

2000년대 들어 자연방사 시작해 안착
“황새 살아갈 생태계 다양성 확보 중요”




일본 효고 현 북부쪽에 있는 도요오카는 황새로 유명한 지역이다. 오사카에서는 JR전철을 타고 북동쪽으로 3시간 가량 달려야 한다. 오사카역에서 도요오카의 기노사키역까지 가는 전철의 이름은 '고노토리', 일본어로 '황새'라는 뜻이다. 흰색 몸통에 회색, 붉은색이 섞인 전철 모습도 황새를 닮았다.

기노사키역에 앞서 도요오카역에서는 황새의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역에는 황새 관련 캐릭터가 넘쳐났다. 배수구도 황새 모양이다. 상점가가 들어선 길에도 황새 모양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살아 있는 황새도 도요오카에서는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가장 쉽게 황새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은 효고 현에서 지은 '황새고향공원'이다. 이 곳에는 황새를 연구하는 연구진과 연구용 황새들이 있다. 황새들은 여기서 자연 방사를 위한 야생훈련을 받는다. 연구소나 훈련장은 비공개 지역이지만, 공원의 '황새문화관'은 방문객들을 위한 공간이다.

황새문화관은 관람객들에게서 입장료 대신 100엔씩 기부를 받는다. 100엔을 내면 황새를 만들 수 있는 접기용 종이를 선물로 준다. 이곳에는 황새 모형과 황새 알, 둥지 등이 전시돼 있다.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황새 복원사업의 역사 외에 황새, 개구리, 물고기, 부엉이 등 다양한 생물들과 황새와 관련된 옛 이야기 등도 살펴볼 수 있다. 황새문화관에는 '전시용' 황새들이 있다. 우리에 넣어두지 않았지만 날개깃을 잘라 밖으로 날아갈 수 없게 만들었다. 황새고향공원은 유전자의 다양성과 우수 유전자 보존을 위해 황새를 다 방사하지는 않는다. 공원에 있는 황새는 56마리다. 방사됐거나 방사 후 자연에서 태어난 황새는 105마리에 이른다.

▲ 황새고향공원 근처에 설치된 인공둥지탑.

봉순이가 태어난 인공둥지는 황새고향공원에서 그리 멀지 않다. 차로 10분 정도만 달리면 논 옆에 인공둥지를 찾아볼 수 있다. 봉순이의 고향 인공둥지로 가는 동안에도 도요오카 곳곳에 인공둥지가 보인다. 총 26개가 설치돼 있다고 한다. 높이는 12m 정도다. 도요오카시 황새공생과의 이자키 미나 씨는 "황새 모습을 사람들이 지켜볼 수 있도록 교육적인 측면에서 높지 않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도요오카 시는 황새의 이름과 정보를 알 수 있는 자료를 시민들에게도 나눠준다. 그래서 주민들은 황새의 가락지를 보고 어떤 황새인지를 구별할 수 있다.

도요오카는 황새를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황새와 가까운 도시다. 도요오카의 가장 큰 자랑이 황새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황새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황새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인간이 희생하는 것은 아니다. 도요오카 시의 나카가이 무네하루 시장은 이를 '공생'이라고 했다. 그는 "처음에 황새 복원사업을 할 당시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주민들도 많았다. '황새만' 사는 정책이 아니라 '황새도' 사는 정책을 꾸준히 펼쳐 나갔다. 도요오카시는 생태계 교육, 환경 경제, 농업, 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황새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요오카는 야생 황새가 마지막까지 살았던 지역으로 황새와 인연이 깊다. 도요오카에는 일본에서도 유명한 기노사키 온천이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한다. 기노사키 온천 역시 황새와 관련이 있다. 600년대 기노사키 온천 자리에는 논이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다리를 다친 황새가 논에서 솟아나는 물에 다리를 담그고 있었는데 며칠 뒤 깨끗이 회복했다. 이를 본 사람들이 물에 신비한 기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그 곳에 집을 짓고 목욕을 한 게 온천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과거 일본에서는 황새를 잡아먹기도 했다. 반면 도요오카에서는 황새를 길조로 여겼다고 한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황새는 먹이가 풍부했던 도요오카를 많이 찾았다. 1900년대 초반 도요오카에서는 황새를 관람할 수 있는 장소에 찻집을 차려놓고 황새 구경을 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계속된 밀렵, 농약 농법 등 때문에 일본 전역에서 황새 수는 급격히 줄었다. 황새 수가 30마리 이하로 감소하자 일본 정부의 고민은 커졌다. 1955년 황새보호협찬회가 생겼고, 황새 보호를 위한 교육과 홍보가 진행됐다. 도요오카고등학교 생물부는 황새를 찾아 기록하는 활동도 벌였다. 튼튼한 둥지를 찾아다니는 황새를 위해 1959년 인공둥지탑도 설치했다. 이곳에 황새가 둥지를 틀고 서식하기도 했지만 황새의 수는 계속해서 줄었다.

일본 정부의 고민은 더 커졌다. 황새를 자연 그대로 둬야 한다는 보호론과 더 늦기 전에 잡아들여 개체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보존론이 부딪혔다. 결국 1965년 비교적 건강해 보이는 황새 1쌍을 잡아들였다.

이 황새 복원을 위해 젊음을 바친 사람은 마츠시마 고지로(76) 씨였다. 도요오카고등학교 생물부 출신인 그는 "반드시 하늘로 다시 돌려보내주겠다"고 황새와 약속을 한 뒤 황새 사육사가 됐다.

일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1965년 황새 부부가 알을 낳아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그러나 난관에 알이 막혀 암컷 황새가 죽는 일이 발생했다. 알도 부화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수컷 황새마저 같은해 12월 우리 안에 있던 나무에 머리를 부딪혀 죽고 말았다.

 

▲ 황새고향공원에 있는 황새문화관 전경(왼쪽 사진). 방문객들이 황새문화관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그 뒤 남은 황새를 모두 잡아들이자는 정부의 결정에 따라 1쌍, 2쌍씩 황새를 잡아들였지만 1987년까지 23번의 봄이 지나도록 황새 인공번식은 성공하지 못했다. 24세 때 황새 복원에 뛰어든 마츠시마 씨가 47세가 될 때까지 실패만 거듭됐다. 각종 매체에는 매년 봄 '또 인공 번식에 실패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사람들은 '황새공생과'라는 이름을 '황새박제과'로 바꿔야 한다고 비꼬았다. 마츠시마 씨는 "처음 황새 한 쌍이 죽었을 때 내 책임이라는 생각에 너무 괴로웠다"고 말했다.

계속된 실패에 희망이 줄어가던 도요오카는 1985년 전환기를 맞았다. 러시아로부터 건강한 야생 황새 수컷 4마리와 암컷 2마리를 받았다. 1988년 도쿄 다마동물원에서 알 3개 부화에 성공했고, 도요오카 황새사육장에서도 드디어 인공 번식에 성공했다.

인공번식 성공에는 현재 황새고향공원의 주임 사육사인 후나코시 미노루(53) 씨의 노력이 컸다. 그는 쉽사리 짝을 맺지 않는 황새의 번식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발견했다. 후나코시 씨는 "황새 암수를 같은 우리에 넣어도 서로 공격하거나 상대를 전혀 거들떠 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암수가 있는 우리에 공격성이 강한 다른 수컷을 함께 넣었다. 그러면 공격성이 강한 수컷을 몰아내기 위해 암수가 힘을 모으고 친해지게 된다. 그 후 합방을 하면 번식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방법을 발견한 이후 연구자들은 수월하게 인공번식을 할 수 있게 됐다.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황새 인공번식은 안정기에 들었다. 이제 다음 문제는 황새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이었다. 연구자들은 황새가 자연에 가서도 적응해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 때 나타난 새가 러시아의 '하치고로'였다. 2002년 8월 5일에 왔다고 해서 '하치(8월)', '고로(5일)'라는 이름이 붙었다. 도요오카에 찾아온 하치고로는 도요오카 자연에서 황새가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 새였다. 어떻게 보면 화포천을 찾은 봉순이와 같은 의미였다.

하치고로가 도요오카를 찾은 이후 일본 정부와 효고 현, 도요오카 시는 자연 방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살아 있는 물고기를 사냥하게 하고, 황새가 높이 날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2005년 도요오카 시는 마침내 황새 자연방사에 성공했다. 이후 꾸준하게 자연방사를 실시해 지금은 105마리가 일본 전역과 김해 등에 퍼졌다.

인공번식, 자연방사 등에는 성공을 이뤘지만 도요오카의 황새 전문가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이야기한다. 평생을 황새 연구에 바쳤던 마츠시마 씨는 "수십 년간 황새를 돌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황새를 살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황새를 통해 자연 생태계 다양성 확보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이제는 황새가 살 수 있는 자연을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네하루 시장은 "황새와 함께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황새의 중요성,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더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해뉴스 /도요오카(일본)=조나리 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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